AI 전환기 기업들의 분투와 재편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 시대’ 공포를 무력화하려는 총력전
세일즈포스는 분기 실적 발표에서 성장성과 미래 전략을 동시에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투자자 불안을 잠재우려 했다. 분기 매출은 10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고 연간 매출은 415억 달러로 10% 성장했다. 회사는 전년 인수한 데이터 관리업체 인포매티카 인수가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순이익은 74억 6천만 달러 수준이며, 다음 회계연도 매출 가이던스는 458억에서 462억 달러를 제시해 10%에서 11% 성장을 목표로 한다.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핵심은 AI 에이전트가 기존 소프트웨어 정액 혹은 사용자별 과금 모델을 침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이 가능성을 두고 ‘SaaSpocalypse’라는 표현이 등장했으며, 세일즈포스 경영진은 이를 여러 차례 직접 언급하며 반박하려 했다. 발표 자리에서 경영진은 실제 고객 대표들을 인터뷰 방식으로 등장시켜 에이전트 기능이 현업에서 어떻게 가치로 연결되는지 보여줬다. 고객사들은 에이전트형 제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세일즈포스는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배당을 약 6% 늘려 주당 0.44달러로 상향했고 5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새로 발표했다. 회사는 또한 RPO 남은 이행 의무를 720억 달러 이상이라고 공시해 계약 기반의 잠재적 수익을 강조했다. 자사주의 규모 확대와 배당 증액은 주가 안정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전형적인 조치다.
제품 측면에서는 에이전트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새로운 지표 AWU를 내놨다. AWU는 단순히 AI 처리량의 단위인 토큰 대신 실제 작업 완료 여부를 기준으로 계량하려는 시도다. 회사는 지난 분기 19조 토큰을 처리했다고 밝혔지만, 토큰 수만으로는 기업용 가치 판단이 어렵다는 문제 의식을 반영해 더 실질적인 지표를 도입했다. 더불어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 생태계에서 SaaS가 스택의 상단을 유지하고 모델 공급자는 교체 가능한 연료로 남는다는 아키텍처 관점을 제시해, 모델 플랫폼이 전체 제어권을 갖는 다른 제안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엔비디아는 ‘컴퓨트가 곧 수익’이라는 명제를 강조
엔비디아는 최신 실적에서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을 근거로 이윤과 성장을 강조했다. 분기 매출은 6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고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이 620억 달러를 차지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계산용 제품과 네트워킹 제품으로 구분되며 계산용 매출이 510억 달러, 네트워킹이 110억 달러로 집계됐다. 회사 연간 매출은 2,150억 달러 수준이다.
경영진은 토큰 수요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매출 급증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CEO는 비교적 오래된 GPU조차 클라우드에서 완전히 소비되고 있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기술적 수급 긴장 상황은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 클라우드 사업자와 고객사가 더 많은 컴퓨트를 투입해야만 토큰 생성을 통한 비즈니스 성장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낳는다. 경영진의 표현을 정리하면 컴퓨트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중국 수출과 관련해서는 아직 의미 있는 매출 발생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일부 H200 제품에 대한 승인 사례는 있었지만 실질적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았고 앞으로 수출 허용이 매출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경쟁 측면에서는 중국 내 경쟁사들이 최근 상장을 통해 진전을 보이고 있음을 경영진이 지적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AI 생태계의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제시됐다.
한편 경영진은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투자 가능성과 여러 AI 업체와의 파트너십 논의 상황을 언급했지만, 제출한 서류에서는 투자 실행에 대한 확정성은 없다고 명시했다. 전반적으로 엔비디아는 컴퓨트 인프라의 확충과 공급 우위를 통해 AI 수요 증대기에 수반되는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는 포지셔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앤트로픽의 인수로 에이전트 개발 인력과 기술이 합류
앤트로픽이 베르셉트를 인수하면서 에이전트형 제품을 개발하던 스타트업 인력을 흡수했다. 베르셉트는 복잡한 에이전트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들을 개발했고 그중 Vy라는 제품은 원격 애플 맥북을 클라우드에서 조작할 수 있는 컴퓨터 사용 에이전트 기능을 제공했다. 인수 발표와 함께 베르셉트의 제품은 3월 25일에 중단된다고 공지됐다.
베르셉트는 시애틀의 AI 인큐베이터 A12 출신으로 설립자 상당수가 앨런 연구소와 연을 맺고 있다. 설립자는 총 5천만 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히며 A12의 세스 배넌을 리드 투자자로 지목했다. 엔젤 투자자 명단에는 업계 주요 인사들이 포함돼 있었고, 회사는 작년 1월 1,6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라운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자금 확보와 조직 구성은 초기 기술 검증과 개발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작용한다.
인수 과정에서는 합류하지 않는 공동창업자들과 투자자 간에 공개적인 감정표현이 이어졌다. 일부 창업자와 연구진은 앤트로픽으로 합류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합류하지 않았고 남은 관계자들은 실망과 아쉬움을 표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의 인사 선택과 경영 판단을 두고 견해 차가 드러났고 일부는 짧은 기간에 보인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점을 아쉬워했다. 거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부 투자자는 투자금에 대한 수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에이전트 개발 관련 인력과 기술이 대형 모델 개발사로 통합되는 전형적인 사례다. 앤트로픽은 이전에도 코드 에이전트 엔진을 확보하기 위해 번을 인수한 바 있어, 클라우드 기반 에이전트 기능을 확장하려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독립적으로 성장하기보다 기술과 인력을 합쳐 제품을 빠르게 전개하려는 선택이 이번 거래의 핵심 동기라는 점이 당사자들의 설명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