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문명의 흔적, 모헨조다로의 미스터리
인더스 문명, 발견의 시작
20세기 초, 인도의 서북쪽과 파키스탄 인근 평야를 탐험하던 고고학자들이 거대한 도시 유적을 발견했다. 인더스 강 주변에 자리 잡은 이곳은 ‘모헨조다로(Mohenjo-daro)’라고 불린다. 인더스 문명은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와 함께 세계 3대 문명으로 꼽히지만, 오랜 세월 동안 베일에 가려 있었다. 특히 모헨조다로는 약 4,500년 전 이미 정교한 도시계획과 위생 시스템을 갖춘 걸로 알려져 있다.
도시 구조, 놀라운 선진성
모헨조다로의 도시 설계는 현대 도시 못지않은 체계성을 보여준다. 유적에서 발굴된 직선 도로, 격자식 블록, 미로처럼 이어지는 배수로, 공공 목욕탕은 인더스인들의 치밀한 사회구조를 시사한다. 가옥에는 욕실이 있었고, 오수는 별도의 배관을 통해 외부로 빠졌다. 도심 중앙에는 ‘대욕장(Great Bath)’이 자리 잡고, 이는 집단의례나 사회적 행사의 중심지였을 수 있다.
문자, 해독되지 않은 수수께끼
문명에는 자신만의 문자가 있다. 모헨조다로 역시 ‘인더스 문자’가 담긴 점토 인장과 조각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손바닥만 한 인장에 새겨진 글씨와 동물 문양이 남아 있으나, 아직까지 완벽하게 해독된 적은 없다. 인더스 문자가 알파벳인지, 음절문자인지, 혹은 표의문자인지조차 명백하지 않다. 인더스인의 언어와 사고방식, 일상적인 생활상마저 시간 속에 남겨졌다.
도시의 붕괴, 원인을 찾아서
모헨조다로와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1900년경 갑자기 쇠퇴해 흔적 없이 사라진다. 이 원인을 두고 여러 학설이 제기됐다. 강의 범람, 기후 변화,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설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강의 흐름이 바뀌어 농경이 불가능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가설은 사회 내부의 붕괴, 외부 부족의 침입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본다. 유적에서 갑작스럽게 사람들의 흔적이 마무리된 정황은 대피 혹은 급격한 인구 감소를 암시한다.
일상 유물, 삶을 엿보다
체스말처럼 보이는 작은 돌 조각, 장식용 목걸이, 조리 도구와 장작 더미까지. 발굴된 유물은 당시 사람들이 물물교환, 생산, 소비, 의식 행위 속에서 살아갔음을 보여준다. 구리, 청동 도구의 흔적은 금속가공이 일상적이었음을 의미한다. 도자기에는 유려한 곡선이 살아 있고, 색채를 입힌 토용도 있다. 이를 통해 모헨조다로의 사람들도 우리처럼 소박하지만 다채로운 생활을 신경 썼다는 점이 드러난다.
교역 네트워크, 세계와의 연결 고리
모헨조다로에서 출토된 비취 장신구, 메소포타미아 양식의 도장, 페르시아산 금속은 인더스 문명이 광범위한 교역망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해상뿐 아니라 강과 도로를 이용한 유통 경로가 있었다는 증거다. 기원전 3~2천 년경 바닷길을 이용해 먼 서아시아까지 물품이 오갔다. 고대의 도시가 지적, 문화적으로 주변 국가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회와 계층 구조
모헨조다로 유적에서는 임금이나 왕의 전용 궁전, 거대한 무덤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인더스 문명이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 구조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각 집의 크기와 배치, 공용 건물의 활용도 등은 공동체 중심의 생활 방식을 보여준다.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고, 계층간 차별의 유무도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강한 군주제나 신전경제가 중추를 이룬 메소포타미아·이집트와는 차별화된다.
기술과 과학, 인더스의 유산
정교한 천문 관측, 대형 창고와 곡물 저장 시스템, 바퀴 달린 운송수단 등에서 과학 기술의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무게와 길이 단위가 표준화돼 무역과 건축에 사용됐다. 이는 복잡한 사회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인더스 문명의 도량형 유물은 규칙성과 치밀함에서 유럽 고대와 견줄 만하다.
남겨진 이야기와 현대의 연구
모헨조다로는 아직도 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 고고학과 지질학, 기후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위성 사진과 신기술을 동원한 탐사로 발견되지 않은 유적도 늘어난다. 혹시 인더스 문자가 해독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생생한 고대인의 생활상과 사상을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인류가 가져야 할 시선
사라진 문명의 거대한 흔적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미래를 그려야 하는지 보여준다. 모헨조다로는 인간이 만든 사회질서, 기술, 예술, 그리고 알지 못하는 이유로 맞이한 쇠퇴를 모두 담고 있다. 고대 도시의 폐허 속에서 우리는 여러 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 미스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탐구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