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영향력 확대와 기술 경쟁: 데이터, 일자리, 창작 생태계의 경계
AI로 확장되는 데이터의 경계
AI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사용자 데이터 확보와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메타(Meta, 전 페이스북)의 최근 기능 테스트는 이 흐름의 대표적인 사례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스토리를 만들 때, 앱은 카메라 롤 전체(아직 공개하지 않은 사진까지 포함)에 접근할 권한을 요청한다. AI가 사진을 분석해 다양한 편집본이나 추천 이미지를 제안해 주겠다는 취지다.
이 기능은 명확히 ‘사용자 동의’를 기반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동의와 정보 제공의 경계는 모호하다. 이용자가 허용 버튼을 누르면, 메타는 사진 속 얼굴, 시간, 위치, 사물까지 AI가 파악하고 저장할 수 있다. 현 단계에서는 광고 타깃 데이터로 사용하지 않고, AI 모델 개선에도 활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정책 문구에 따라서는 사진과 상호작용 기록까지 포괄적인 데이터 분석 및 보관이 가능하다. 실제 어떤 데이터가, 얼마나, 어떻게 쓰이는지 일반 이용자가 한눈에 파악하기는 어렵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25년 5월 27일까지 사용자가 AI 학습용 데이터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기한이 있지만, 미국 등지에서는 선택권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메타는 ‘테스트 단계’라고 강조하지만, 데이터 주권과 프라이버시, 기술 기업의 책임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당장은 일부 이용자만이 기능 사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AI 확대에 따라 접근 방식에 대한 관심과 논쟁도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AI와 노동시장: 압축 성장 속 구조 변화
생성형 AI의 부상은 노동시장에도 크고 작은 파장을 예고한다. 대표 AI 연구개발사 앤트로픽(Anthropic)은 최근 AI가 고용과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연구·평가하는 ‘Economic Futures Program’을 신설했다. AI가 단순히 생산성만 높인다는 장밋빛 전망과 달리, 현실에서는 대량 실업이나 소득 격차 심화 등 부정적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큼을 보여준다.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향후 1~5년 내에 AI가 미국 내 사무·관리직 등 화이트칼라 초급 일자리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업률 역시 20%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 역시 하나의 전망일 뿐, 실제 효과를 데이터에 기반해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업체는 신중한 태도를 내세운다.
이 프로그램은 연구 지원금 제공, 정책 제안 공론장 마련, AI의 경제적 효과 추적용 데이터셋 구축 등 3개 분야로 나뉜다. 특히 정책 제안 과정에서는 단순히 일자리 보호 방안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에 따라 새로운 종류의 업무·역할이 어떻게 창출되는지, 기존 스킬의 가치 변화까지 광범위하게 살피는 것이 목표다. 노동시장 위축만이 아니라, 재교육·역할 전환, 사회안전망 설계 등 다양한 대응책 모색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앤트로픽이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데이터 접근성 및 문제제기 방식이다. AI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대다수 분석 데이터가 기업 내부에 묶여 있는 현실에서, 앤트로픽은 익명·집계 데이터를 외부 연구자에 공개하고 있다. 반면, 오픈AI는 지난 1월 내놓은 ‘Economic Blueprint’에서 AI 도구의 대중적 보급, 인프라 구축, AI 특화 규제 구역 등 쪽에 초점을 맞췄다. 직접적 일자리 대책보다는 교육, 지역별 인프라, 대학 접근성 강화 등 ‘준비된 인력 양성’에 더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각각의 접근법은 AI 도입에 따른 기회와 위기, 기술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시각 차이를 보여 준다.
크리에이터 플랫폼 경쟁: 도구, 사용자, 그리고 생태계
동영상 기반 크리에이터 생태계도 기술 경쟁과 이용자 데이터를 둘러싼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구글은 동영상 편집 앱인 YouTube Create의 iOS 버전을 준비 중이다. 기존에는 안드로이드에 먼저 출시했지만, 막강한 경쟁자인 캡컷(CapCut, 바이트댄스)과 인샷(InShot)과의 격차가 뚜렷해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캡컷의 2025년 2분기 안드로이드 누적 다운로드는 6,600만 건, 월간 활성 이용자는 4억 4,200만 명에 달한다. 인샷은 각각 2,100만 건과 9,200만 명. 유튜브 크리에이트는 50만 건 미만, 월간 활동자는 백만 명 남짓으로 크게 뒤처진다.
iOS에서도 캡컷이 1억 9,400만 명, 인샷이 2,500만 명의 월간 활동자를 보이며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반면, YouTube Create는 이제서야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뒤처지지만, YouTube Create의 이용자 충성도 상승세(연간 28% 증가)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 다변화 추이는 주목할 만하다. 다만, 90일 유지율과 총 사용 시간 등 지표에서 여전히 경쟁 앱에 비해 격차가 큰 것도 사실이다. 성장의 촉매는 iOS 진출과 기존 유튜브 플랫폼과의 연계, 그리고 지역 맞춤형 서비스에 달려 있다.
플랫폼 간 격차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데이터와 생태계의 차이다. 캡컷은 틱톡과의 연결, 글로벌 이용자 기반 그리고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 유튜브 측은 크리에이터 집단 인터뷰, 이용패턴 분석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기능을 개발했지만, 후발주자로서의 한계와 기존 생태계 진입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데이터, 통제, 투명성: 기술 기업의 책무
이 세 가지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데이터, 자동화, 창작 등 인간 활동의 영역에 AI가 깊게 관여하는 동시에, 기업이 사적 데이터의 경계와 관리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메타는 사진과 영상 등 인간의 매우 사적인 기록까지 AI가 들여다보는 시대적 전환을 앞장서고 있다. 앤트로픽, 오픈AI와 같은 AI 기업들은 기술이 경제와 일자리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실증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나섰다. 구글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손쉽게 AI 기반 편집 툴을 활용할 수 있도록 치열한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의’ 기반의 데이터 수집이 어디까지 정당화되는지, AI 발전의 혜택과 위험이 어떻게 분배될지, 압도적인 플랫폼의 힘이 창작자와 이용자에 어떤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질지 질문이 쌓인다. 산업 전체가 더 많은 데이터, 더 빠른 혁신, 더 편리한 기술을 추구하는 반면, 그 속도 만큼 개인의 선택권과 사회적 논의의 깊이도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맺으며: AI 시대, 선택의 무게
AI와 데이터, 그리고 그로 인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기술 기업들은 미지의 영향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연구 프로그램, 제도 실험, 기능 확장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용자와 사회 전체가 기술적 진보와 통제, 효용과 위험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 일자리, 창작 환경이 재구성되고 있다. 각 기업이 내세우는 접근법과 실제 사회적 파급 효과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AI의 확산이 누구에게 진정한 기회와 혜택, 혹은 부담으로 작용할지, 사회적 논의의 수준과 방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