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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하는 예적금, 오르는 주가…갈림길에 선 투자 흐름

주춤하는 예적금, 오르는 주가…갈림길에 선 투자 흐름

금융상품에서 줄어드는 매력, 바뀌는 투자 방향

최근 들어 은행 예·적금 상품의 금리 역전 현상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만기가 길수록 더 좋은 조건을 기대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짧은 만기의 상품에서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최근 자료를 보면, 6개월 만기 예금 상품은 연 2.43% 수준인 반면 24개월짜리는 평균 2.39%로 오히려 금리가 내려간다.

저축은행도 비슷한 구조를 보인다. 올해 1분기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연 2.96%인데, 24개월(2.56%), 36개월(2.58%) 만기 상품이 오히려 낮다. 적금의 경우 12개월짜리 평균 금리는 3.41%, 36개월은 3.23%다. 과거에는 길게 묻어둘수록 유리하다는 공식이 적용됐지만, 현재 여러 은행과 저축은행에서는 이런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기준 금리 인하 전망, 은행의 대출 심사 강화, 예·적금에 대한 낮아진 수요 등이 맞물려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만기의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조언하지만, 예적금 전반의 매력 하락은 저축은행 수신 잔고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말 120조 원을 넘겼던 저축은행 예금은 최근 10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때 예·적금이 안전자산의 대표주자로 각광받았던 분위기와는 달라진 모양새다.

환율과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바꾸는 요인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투자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완화로 S&P500 지수가 반등하며 연초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원화 강세 탓에 해외 투자에서 환차손 우려가 커졌다. 5월 9일부터 15일 사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7억 5천만 달러(약 1조 440억 원)나 순매도했다.

특히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 상징적인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 3배 추종 ETF 등이 큰 폭으로 매도됐다. 반면,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미국 주식의 환차익 기대감이 약해진 결과다. 시장 전망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한동안 더 하락할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이는 다시 우리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율 하락 국면에서는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주가가 오른다 해도 환차손 위험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상당수 투자자가 매도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환율 전망의 불확실성, 무역협상과 대내외 환경 변화도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홍콩 증시에 쏠리는 관심

이와 달리 중국과 홍콩 증시에는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4월 동안 5억 6,348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인공지능 붐을 맞은 중국 기술주와 소비주의 반등 흐름이 주요 배경으로 보인다.

특히 샤오미, BYD, 알리바바 등이 집중적으로 사들여졌는데, 이들 기업은 최근 사업 확장과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다.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분야 모두 성장 중이고, BYD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뛰어넘었다. 알리바바도 인공지능 전략과 창업주의 경영 복귀 등 변화가 긍정적 영향을 줬다.

한편, 홍콩시장에서는 AI 추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술주와 함께 팝마트 같은 신흥 소비주에도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책 및 경제의 내수 중심 성장 시도가 증시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대형 투자은행들도 텐센트 등 주요 기업의 성장률을 높게 보고,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업들의 전략적 변화

최근 도심항공모빌리티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한달 아처 에비에이션,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 조비 에비에이션의 주가가 19~38% 상승한 배경에는 단순한 ‘하늘을 나는 택시’ 실현 기대감 외에도 새로운 사업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UAM은 아직 통신·항로 체계 부족, 규제 문제, 인증 지연 등으로 상용화까지 어려움이 많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의 민수용 에어택시 사업 구상에서 벗어나, 방산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군사용 정찰, 수송, 후송 등에서 개발된 UAM 기체를 응용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전략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 및 유럽 정부의 방산 산업 지원 확대, 중동 등 규제가 느슨한 지역에서의 상용화 등을 통해 안정적 수익원 확보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있다. 실제로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는 UAM 기체의 운행 거리와 적재 중량을 늘려 방위산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아처 에비에이션은 UAE에서 조기 상용 노선을 추진 중이며, 조비 에비에이션 역시 방산 계약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관들도 UAM 기업들이 본업에서 즉각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보는 한편, 방산 분야 진출이 현금을 확보하는 합리적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다.

활주로 위로 떠오르는 전기 수직이착륙기와 그 아래로 빼곡한 도시 풍경

국내 소비주 삼양식품, 실적과 주가 나란히 올라

한편 내수와 수출 양면에서 호조를 보이는 삼양식품의 실적과 주가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7% 증가한 1,34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불닭볶음면의 세계적 인기가 결정적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증권가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밀양 2공장 가동 소식도 전해졌다.

생산능력 확대로 공급량이 35~4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향 고단가 제품이 늘면서 매출 기여도가 60%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증권가 리포트에서는 비용 증가 요인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국내 수출주 중에서도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평가받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갈피를 잡는 투자시장: 변화하는 우선순위

종합해보면, 예금·적금의 매력 하락, 환율과 무역 환경의 변화, 각 산업 구조의 재편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짧은 만기의 안전자산 선호가 뚜렷해지는 한편, 미국 시장에서는 투자 성향이 단기적으로 환율에 좌우되고 있다. 반면 중국·홍콩 시장은 AI·신기술과 소비라는 두 축에서 다시 ‘기대주’로 부상 중이다. UAM 기업들은 항공·교통이 아닌 방산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돌파구를 찾고 있고, 국내 대표 소비주는 실적 성장에 힘입어 세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흐름들은 시장에서 서로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단순히 투자 대상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각국 정책 변화와 산업 구조조정, 글로벌 공급망과 상품 패러다임의 변화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예적금만으로 자산을 지키던 시대와, 성장주와 신기술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지금의 투자 지형도가 다르다는 점을 여러 지표가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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