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경제 풍경, 신뢰와 선택의 갈림길에서
복잡해지는 가상자산 자금 흐름, 안전장치는 있는가
최근 북한이 연관된 대규모 해킹 사건과 함께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 세탁 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특히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동남아 거래소와 큰 규모의 거래를 이어오면서 불법자금이 국내를 경유해 세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일본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탈취된 3억 달러 이상 규모의 비트코인. 그 일부가 동남아를 거쳐 국내 주요 거래소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에 주로 사용된 것은 가격이 1달러에 연동된 ‘테더(USDT)’ 같은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런 가상자산은 범죄 자금의 자취를 감추는 데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실제로 불법자금의 60% 이상이 스테이블 코인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에 따르면 최근 국내 거래소와 동남아 플랫폼과의 ‘테더’ 거래는 해킹 사건 직후 급증했다. 라자루스라 불리는 북한 해킹 그룹이 일본 거래소를 해킹한 바로 그 뒤부터, 국내 거래소와 동남아 거래소 간 거래량의 대부분이 발생했다.
이처럼 가상자산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지만, 범죄자금 흐름을 완전히 차단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테더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의 익명성과, 거래소 간 크로스 체인 서비스가 결합된 구조는 국제 협력을 바탕으로 한 법과 기술적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일깨운다.
은행, 사상 최대 실적에도 담금질 계속되는 이유
한편, 전통적인 금융가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1분기에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경영진의 선택은 의외의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허리띠 졸라매기’의 연장이다.
은행들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점차 하락세다. 이와 동시에, 경기침체로 인한 연체율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은행들은 유휴 점포의 매각, 업무추진비는 물론 임원 운전기사 축소까지 전방위적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은 한 달 사이 수도권과 지방 지점 8곳을, KB국민은행 역시 전국 7개 지점을 매물로 내놨다. 비대면 거래의 확대와 자산 유동화,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점포 매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고위 임원에게 제공되던 전담 운전기사와 비서 지원도 크게 줄였다. 실제로 일부 영업점에서는 업무추진비 자체가 전년 대비 10~20%씩 줄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처럼 사상 최고 실적에도 불구, 은행들이 쉬이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연체 위험은 상존하고, 수익성 하락 추세가 뚜렷해져 시장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오너 리스크’의 그림자, 더본코리아 주가와 주주들의 선택
프랜차이즈와 외식 산업도 경영 투명성과 기업 오너의 리스크에 따라 시장의 시선이 크게 갈릴 수 있음을 새삼 확인시켰다. 더본코리아는 창업주 백종원 대표의 대중적 인기와 함께 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최근 품질 논란, 원산지 표기 오류, 경찰 수사 등 악재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상장 초기보다 절반 아래로 내려앉았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추가로 더 나쁜 소식이 이어지지 않을까 불안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한때 백 대표의 방송 활동과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은 매수세가 몰렸으나, 지금은 오너와 관련된 의혹, 부정적 여론이 주가를 강하게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증권가는 “투자심리에 영향 받는 만큼 의혹 해소 전에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오너 리스크가 실적과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주가를 흔들 수 있다는 선행 연구도 덧붙인다.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은 곧 K-푸드라는 성장 스토리를 품고 있지만, 경영 투명성과 일관된 신뢰 확보 없이는 투자자와 소비자의 마음을 동시에 붙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자사주 소각, 주주이익 환원 논의와 시장의 변화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도 증시 분위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자사주란 기업이 직접 보유한 자기 주식으로, 소각 시 전체 유통물량이 줄어 남은 주주의 가치가 높아진다. 해외 주요 선진시장에선 이를 기본 원칙으로 여겨왔지만, 국내 기업들은 그간 자사주 매입만 하고 소각하지 않는 일이 많았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 움직임에 실제로 신영증권, 롯데지주, 대신증권, SK, 두산 등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동시에 오르고 있다. 이는 경영권과 기업 가치 사이의 긴장감, 그리고 한국 증시 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다.
시장에선 자사주 소각 요구가 전에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 도구였던 자사주가, 앞으로 더 넓은 투자자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선진적 거버넌스 모델로의 변화, 그리고 건강한 투자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논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비과세 단기납 종신보험, 예금금리 하락 속 재테크 대안
금리 인상기가 한풀 꺾이면서 은행 예·적금 금리는 최근 연 3% 초반대까지 내려왔다. 이에 실질 수익률 제고를 고민하는 예·적금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주목한 상품이 단기납 종신보험이다.
기존 종신보험의 20년 이상 납입 구조를 5~7년으로 줄이고, 만기가 지난 뒤에는 원금의 120%가 넘는 환급률에 더해 15.4%의 이자소득세까지 면제받을 수 있는 ‘저축성+절세형’ 상품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양생명의 ‘NEW알뜰플러스종신보험’은 5년간 납입한 후 5년의 거치 기간을 두면 환급률이 123.9%까지 올라간다.
이런 상품들은 사망보험금이라는 기본 보장 외에도 만기 해지 시 원금 이상이 돌려진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만 중도 해지 시 손실 위험과 상품 구조의 복잡성 등, 기대수익만큼이나 리스크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 환경 변화에서 신뢰받는 선택의 기준은
글로벌 금융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정보의 비대칭성, 경영 리스크, 제도적 개선 요구, 그리고 새로운 상품에 내재된 위험과 기회가 다양하게 얽히고 있다.
지금 우리의 금융·경제 환경은 투명성과 신뢰, 견고한 제도와 책임 있는 경영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기준이 됐다. 오늘 살펴본 여러 사례들은 각자 다른 배경과 이슈를 품고 있지만, 결국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 자신이 속한 시장의 내면을 더 깊게 들여다보고 현명하게 선택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서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에도 자신에게 맞는 금융 상품과 투자 대상을 고를 때, 외부 이슈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기준과 신뢰할 만한 정보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