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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IT 기업의 선택: AI, 구독, 그리고 사용자 경험 재편

거대 IT 기업의 선택: AI, 구독, 그리고 사용자 경험 재편

메타, AI 데이터와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다

메타는 최근 AI 데이터 라벨링 기업 Scale AI에 약 150억 달러를 투입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Scale AI의 CEO 알렉산더 왕을 ‘슈퍼인텔리전스’라는 연구조직의 리더로 영입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과거 왓츠앱(190억 달러)이나 인스타그램(10억 달러) 인수 당시와 마찬가지로 대담한 행보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번 목적지는 ‘소셜 미디어 확장’이 아닌, 최첨단 AI 연구와 데이터 경쟁력 강화다.

메타의 고민은 내부 AI 데이터 혁신 정체와 인재 유출에 있다. 자체적으로 내놓은 Llama 4 모델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024년에는 주요 AI 인재 4.3%가 이직했다. 반면 라이벌인 오픈AI, 구글, Anthropic 등은 AI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타는 데이터 자체와 그것을 다루는 인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AI 모델의 성능은 고품질 데이터 확보와 이를 효율적으로 가공하는 역량에 달려 있다. 최근에는 실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거나 아예 인공 데이터(생성 데이터)에 투자하는 움직임도 있다. Scale AI는 오픈AI 등 여러 기업의 데이터 제공자로 기능해왔지만, 메타의 거대 자본이 들어감에 따라 중립성에 대한 우려도 나타난다. 경쟁사들은 더이상 Scale AI에 의존하기보다, 중립성을 보장하는 다른 데이터 파트너 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Scale AI의 최근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며, AI 데이터 시장 자체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메타가 ‘오픈 AI’ 등의 가장 앞선 그룹을 따라잡으려면,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갖추는 것을 넘어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선별· 가공· 활용할지에 대한 혁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제 AI 산업은 ‘대규모 인수’와 ‘천문학적 투자’ 만으로 승부낼 수 없는, 훨씬 복합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스냅챗의 새로운 수익 모델 실험: 구독 기반 AR

스냅챗은 일찍이 광고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 구독 서비스인 Snapchat+를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 규모가 1,400만 명을 돌파했고, 이는 스냅이 수익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주된 엔진이다. 여기에 추가로 ‘Lens+’라는 신규 구독 티어를 도입했다.

Lens+는 월 8.99달러를 내면, 다양한 AI 기반 AR 렌즈와 Bitmoji 게임, 독특한 크리에이터 콘텐츠 등 풍부한 XR(확장현실) 경험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기존에 무료로 제공됐던 렌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앞으로 일부 렌즈는 오로지 Lens+ 구독자를 위한 방식으로 고도화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외부 크리에이터도 자신만의 렌즈를 유료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스냅챗 유료 생태계가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수익 경로를, 사용자에게는 차별화 경험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수익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스냅챗이 단순 메시징 플랫폼을 넘어 AR·XR 시대의 엔터테인먼트와 창작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유료화에 따른 ‘접근성’ 문제와, AR 렌즈 품질 및 혁신성이 얼마나 꾸준히 유지될지가 관건이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월 14.99달러의 ‘플래티넘’ 티어는 광고 제거 기능까지 포함해 프리미엄 이용자를 겨냥한다.

애플의 방향성: 기능 혁신으로 사용자 묶기

애플은 iOS 26에서 다양한 서비스· 앱에 걸쳐 일련의 새로운 기능을 공개했다. 이번 업데이트의 중심축은 인공지능 기반 ‘Apple Intelligence’ 기능과 ‘실질적 이용 편의성 강화’다.

통화 앱에서는 ‘콜 스크리닝’이 추가되어, 수신자를 자동으로 식별· 응답함으로써 스팸이나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미리 걸러낼 수 있다. ‘홀드 어시스트’는 대기음이 끝나고 실담당자가 연결될 때까지 대신 기다려주는 기능이다. 메시지 앱 그룹 채팅에 ‘투표 만들기’ 기능을, 현장 번역(Live Translation) 및 메시지 자동 번역 기능도 도입해 다국적 소통을 확대했다. 메시지와 전화, FaceTime을 일관되게 AI 기반 실시간 번역 체계로 연결했다.

이 밖에도 애플 뮤직에서는 가사 번역, 음성 안내형 가라오케, DJ 스타일의 곡 전환 같은 음악 경험도 강화된다. 월렛 앱에선 디지털 신분증을 저장해 실물 신분증 없이도 일부 여행이나 신원 확인 상황에 쓸 수 있게 되었고, 지도 역시 온디바이스 AI로 경로 추천· 기록 등 일상 이동의 효율성을 높인다. 촬영· 사진 관리 기능도 세분화했고, 팟캐스트· 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앱에 ‘개인맞춤’과 ‘자동화’ 색깔이 강해졌다.

이런 변화에서 중요한 점은, 애플이 ‘신기술 도입’만이 아니라 사용자가 체감하는 실효성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시간 통역, 그룹 대화와 투표, AR 기반의 평범한 경험까지 모두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구체화된다.

각기 다른 시장 공략법, 그리고 데이터와 경험의 새 흐름

세 기업의 최근 행보를 비교하면, 공통토대와 뚜렷한 차이가 동시에 드러난다.

  • 메타는 AI 경쟁의 본질이 ‘데이터’와 인재에 있다고 판단하고 파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직접적인 AI 성능 및 데이터 접근 권한이 기업 성장의 핵심이라는 관점에서 움직인다.
  • 스냅챗은 독자적인 AR/AI 경험을 구독 모델로 묶어서 수익화하고, 여기에 창작자 생태계 활성화까지 염두에 둔다. 사용자의 체험과 창작, 수익이 하나의 순환 구조를 이루려는 시도다.
  • 애플은 일상에 실제로 변화를 가져오는 편의성, 프라이버시, 접근성 개선 등 고객 경험을 중심에 두고 혁신을 쌓는다. 기술 자체보다 ‘어떻게 쓰느냐’에 집중한다.

이 흐름에서 공통적으로 부각되는 키워드는 ‘데이터’, ‘AI 기술력’, 그리고 ‘경험 차별화’다. 세계적 IT 기업의 변화에는, 사용자가 접하는 눈에 띄는 신기능 이면에 더 본질적인 경쟁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 확보와 활용의 패권 경쟁, 기술력에 기반한 서비스 구조의 재편, 그리고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경험 중심의 가치 제안. 이 세 축이 맞물리면서, 개인과 기업, 더 나아가 전체 플랫폼 시장의 판도까지 바꿔나간다.

밤늦게 불이 켜진 사무실, 컴퓨터 앞의 여러 사람들이 각자 데이터와 코드를 확인하는 장면

기술 변화가 던지는 질문: 데이터, 창작, 그리고 사용자 권한

기업들의 행보는 한편으론 거대한 자본과 투자가 빚는 장기 전략의 실험대다. 메타의 대형 투자, 스냅챗의 구독 실험, 애플의 디지털 일상 최적화가 각각 오류와 도전을 동반한다.
예를 들어 메타의 경우, Scale AI 인수로 데이터 중립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다른 AI 연구기업들의 파트너십 이탈 가능성도 키운다. AR·AI 경험을 기반으로 한 스냅챗의 구독 시스템은 새로운 수익 원천을 만든다 해도, 사용자의 피로감과 콘텐츠 다양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애플은 기술 혁신과 동시에 사용자 개인 정보 보호와 실질적 경험 개선 간 균형을 지속적으로 고민한다. 디지털 신분증, 개인화 서비스, 자동화 기능 등은 이용의 편리함을 극대화하면서도 보안 및 프라이버시 강화 방향을 함께 지향한다.

기술 발전의 방향성과 한계, 그리고 플랫폼이 제공하는 경험 위에서 사용자는 점점 더 능동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단순 ‘속도 경쟁’ 이상의 것, 즉 데이터 주권, 창작 생태계의 성장, 사용자 중심의 혁신을 어떻게 균형 있게 끌어갈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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