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방 경쟁, 보안 혁신, 신뢰의 경계를 다시 묻다
거대한 전환점에 선 AI, 공개와 비공개의 전략 변화
메타(Meta)가 추진하는 ‘개인용 슈퍼 인텔리전스’는 첨단 AI 경쟁에서 뚜렷한 방향 전환의 신호탄이다. 그간 메타는 AI 모델을 공개(Open Source)하는 전략을 강조해왔다. 특히 라마(Llama) 시리즈는 ‘개방형 AI’의 대표주자로 시장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메타 내부 기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과거 메타는 공개 모델이 회사 경쟁력의 핵심이며, 인공지능의 혜택을 사회 전체로 확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물론 기술 오용이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따른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입장은 소비자와 연구자에게 일정 부분 자유를 제공하면서도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구도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AI 기술 수준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메타 역시 일방적인 개방 모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만일 모델의 능력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면, 책임감 없는 오픈소스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 변화가 그 예다. 최근에는 AI 경쟁사들이 대부분 폐쇄형(Closed) 모델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점, 그리고 메타가 일련의 AI 인재·인프라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사실이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특히 라마3 신모델이 내·외부 검증 단계에서 잠정 보류되면서, 메타는 최고 성능 AI일수록 폐쇄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GPT-4 등 경쟁사 모델의 벤치마킹, 그리고 장기적으로 확장 가능한 수익 모델 설정과도 맞닿아 있다. 결과적으로 메타는 미래의 가장 강력한 AI를 오픈소스화하지 않을 수 있음을 스스로 명확히 밝혔다. 한편, 메타가 광고 기반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있어 공개 전략에 다소 여유가 있었다는 점 역시 참고할 만하다.
열린 생태계의 진화: 실용적 암호화와 분산 플랫폼 시도
AI와 데이터, 그리고 네트워크의 공개·비공개 논의는 보안과 연결된다. 최근 신생기업 Germ이 블루스카이(Bluesky) 소셜 네트워크에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메시징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기존 SMS나 전화번호 중심 접근을 넘어서, 신기술(MLS, AT프로토콜 등)을 적극 활용한다.
Germ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안전한 채팅 기능 때문만은 아니다. 독립 분산형 플랫폼 기반으로, 사용자가 개인정보를 다양한 수준으로 직접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누구와 대화를 나눌지, 상대방을 부분 혹은 전체 플랫폼에서 어떻게 차단할지 등 세밀하게 설정 가능하다. 이런 시도는 사용자 프라이버시와 통제권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거대 플랫폼들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자동화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여기서 중요한 맥락은 개방(오픈) 생태계 속에서도 실질적인 ‘안전’과 ‘신뢰’ 구현이 별개의 과제임을 보여주는 점이다. 어떤 구조적 보완이 없다면, 오픈소스나 분산형 시스템 역시 개인정보 유출이나 악용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개인정보 공격 현실화, 보안의 본질적 재검토 요구
AI 공개와 암호화 플랫폼 확장, 이런 흐름의 이면에서는 여전히 취약한 현실이 드러난다. 미국 보험사 알리안츠 라이프(Allianz Life)의 최근 해킹 사고는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 기법으로 인해 140만에 달하는 고객 데이터가 유출된 사건이다.
단순한 기술적 침투보다 오히려 사람을 속여 접근 권한을 탈취하는 공격이 상당수다. 이번 사건에서도 고객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사회보장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대량으로 노출됐다. 이런 사고는 최근 미국 보험업계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복잡한 보안 체계, 최신 인공지능, 분산 인프라까지 어우러진 생태계에서도 결국 가장 약한 고리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씁쓸한 교훈이다.
데이터 공개 논의와 맞물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공개할지, 시스템적으로 어떠한 안전 지침과 검증을 마련해야 할지가 점점 더 복잡해졌다. 기술이 아무리 진보하더라도, 해킹이나 정보유출 사례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도입부터 분산 보안까지, 사회적 신뢰의 경계선
최신 AI의 능력, 오픈소스 생태계의 혁신, 종단간 암호화 기술의 발전, 그리고 반복되는 개인정보 침해 사건들은 각기 별개의 분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핵심 열쇠는 ‘신뢰’에 귀결된다.
AI 공개에 있어 위험평가와 책임 분산, 기술 오용 방지 라는 문제는 곧 사용자의 신뢰로 이어진다. 분산·오픈 기반 플랫폼 역시 실제 프라이버시와 통제권 강화가 명확해야 신뢰를 얻는다. 또한, 보안 강화 노력이 사회공학적 공격 한계 등 실제적 현실과 만날 때,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기술·보안 이슈의 변화는 ‘개방과 통제, 혁신과 안전’의 균형점을 새롭게 찾아야 함을 시사한다. AI 모델 공개 전략에서 실시간 메시지 보안, 개인정보 보호에 이르기까지 경계선은 점점 모호해진다. 결국, 기술적 진화에 앞서 각 분야별 책임과 투명성, 그리고 현실적인 보안 대책이 어떻게 사회적 신뢰로 이어질지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