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기로에 선 한국 경제, 기회와 갈등의 현장
프랜차이즈 제국의 이면: 더본코리아의 성장과 위기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표하는 더본코리아와 그 수장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습니다. 25개 브랜드, 약 3,000개에 달하는 가맹점, 그리고 4,000억 원이 넘는 매출 규모로 단숨에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거물이 된 더본코리아는 어쩌면 지금까지 ‘잘 되는 프랜차이즈의 표본’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홍콩반점, 빽다방 등 주력 브랜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작년에는 13개 브랜드에서 점포 수가 감소하는 등 위기 신호가 켜졌습니다.
특히 주력 브랜드였던 ‘빽다방’은 커피 어플리케이션 사용자 수 및 점포당 매출 면에서 경쟁사인 메가커피에 밀리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점포당 매출 1위를 차지했던 빽다방은 이제 그 자리마저 내주었죠. 가맹점의 수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내실 없는 출점이 초래한 결과라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더본코리아의 핵심 수익원은 가맹점들이 구입하는 식자재 등 상품 매출에 있었고, 직영점 수는 전체의 0.5%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내부적으로 쌓아둔 현금성 자산이 2,200억 원에 달하지만, 최근 백종원 대표가 제시한 ‘상생안’ 역시 점포당 166만 원 수준에 그쳐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습니다.
주가 둔화와 신뢰의 위기, 그리고 선택
더본코리아의 위기는 매장 실적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기업공개(IPO) 당시 6만4,5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상장 반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백종원 효과’라는 기대감이 일으킨 거품이 꺼진 셈입니다. 여기에 제품 원산지 표기 오류, 식품 표시광고법 위반 등 각종 논란까지 불거지자, 백종원 대표는 공식 사과와 함께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상장 6개월이 지나면서 최대주주와 임직원,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한 보호예수 물량이 해제되어 ‘오버행’(대량 매도 물량 출회 가능성) 우려도 커졌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주식 매도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시장 신뢰는 이미 흔들리고 있습니다. 투자자와 가맹점주를 위한 근본적 신뢰 회복책이 더 시급해 보입니다.
더본코리아의 사례는 과거 ‘성공 신화’로 여겨졌던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이 왜, 그리고 어떻게 위기에 봉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규모 가맹망의 외형 성장만큼이나 지속가능한 브랜드 신뢰, 진정성 있는 상생 원칙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변화하는 환율, 기회와 경계의 이중주
환율 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과 아시아 주요 국가 통화의 동반 강세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 밑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380원대로 내려앉으면서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이점은 이번 환율 변동이 미국-중국, 미국-대만 등 주요국 간 관세 협상, 대만 내 ‘환율 절상 용인’ 정책 등 지리정치적 이슈와 긴밀히 엮여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역시 경상수지 흑자 기조와 약달러 흐름이 겹치면서, 추가적인 환율 하락(원화 강세)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외국인 투자 유입과 함께 국내 자산시장, 특히 주식시장의 단기적 긍정 재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 하락이 반드시 장기적 호재만은 아닙니다.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저하,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부진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뚜렷하다는 점에서, 섣불리 낙관하거나 혹은 환율 정책에 의존하기는 어렵습니다.
확산되는 주 7일 배송: 유통 시장의 명암
한편, 유통·물류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에 이어 한진택배까지 ‘주 7일 배송’을 전면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선 서비스 품질 향상이지만, 택배 기사들에게는 노동 강도가 더욱 가중되는 정책입니다. 특히 주말 근무 거부 시 ‘수수료 삭감’이나 계약 해지 통보와 같은 불이익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택배 기사들과 회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유통채널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만큼, 기업은 경쟁 우위를 위해 서비스 강화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택배 기사들의 건강권과 삶의 균형은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과거 과로사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됐던 만큼, 일방적 구조 변경은 결국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주 7일 배송이 다른 택배사로도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도화된 배송 경쟁이 사회적 갈등과 비용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소비자 편익과 노동권 보호 간 균형을 찾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변동의 시기,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
프랜차이즈, 물류, 금융/환율 등 다양한 경제 현장에서 드러나는 공통된 신호는 단 하나입니다. 더 이상 ‘단기 성장’, ‘외형 확대’가 만능의 해답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프랜차이즈 제국의 위기와 택배업계의 갈등, 그리고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가 맞물린 이 시점에, 한국 경제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키워드는 상생, 신뢰, 그리고 지속가능성입니다. 근본적 혁신과 합의 없는 ‘변화’는 결국 새로운 문제만을 양산할 뿐입니다.
경제 주체들 모두가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성장의 이면과 공동체의 이익을 함께 들여다봄으로써, 이 변동의 시대에 진정한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