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퀴즈왕 노릇을 하는 시대, 그 이면에 남는 것은
AI, 수학 영재 무대에서 인간을 넘다
2025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OpenAI와 Google DeepMind의 최신 인공지능 모델들이 금메달 점수를 기록했다. 고등학생 수준의 난이도를 넘어서는 이 대회에서, AI가 인간 학생들과 나란히 혹은 그 이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에 이목이 쏠린다. 특히 올해는 AI가 사람의 도움 없이 자연어로 주어진 수학 서술 문제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증명과정을 내놓는 방식으로 시험에 임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간이 문제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바꿔주는 ‘포멀 시스템’이 필요했지만, 이제 인간의 개입 없이 자연스러운 언어만으로 답을 도출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세계 최상위권 수학 영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실제로 대회 참가 고교생 가운데서도 AI 모델처럼 5문제를 모두 맞춘 경우는 소수다.
무대 밖에서는 시작된 논쟁
누가 먼저, 더 잘했는가보다 더 눈길을 끄는 지점은 이번 성과 발표 방식과 그에 따른 파장이었다. OpenAI는 대회 공식 시상식 직후 미리 성과를 알렸고, Google DeepMind 측은 이 발표가 섣부르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공식 평점이 나오기 전, 그리고 학생들이 충분한 박수를 받을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는 점이 논쟁의 초점이 됐다. 구글팀은 IMO 공식 절차와 채점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OpenAI는 ‘타사’ 전문가를 동원해 자체적으로 점수를 매겼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개 신경전은 AI 연구자 유치, 기업 평판 관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AI 대형 연구소들은 업계 평판, ‘기술 리더’의 이미지를 경쟁적으로 구축해야 최상위 인재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올림피아드는 AI 연구계 인재풀이 가장 넓은 분야 중 하나라, IMO 금메달 성적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남다르다.
성적보다 중요한 근본적 변화
이번 사례에 담긴 핵심은, 단순히 AI가 실력을 보였다는 점만이 아니다. 공식한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자연언어 문제 해결, 정형적 답이 없는 복잡한 추론, 그리고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던 창의적 사고에서마저 AI가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는 사실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현재 AI는 수학이나 암기과목 위주의 닫힌 문제는 매우 잘 푼다. 하지만 ‘연구를 기획한다’, ‘의자를 산다’ 같은 모호함이 큰, 인간적 맥락이 중요한 문제에서는 아직 약점을 노출한다. 올해 IMO에서의 발전은 이런 추론 영역에서 AI가 한 발 더 내딛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순위 경쟁의 무의미함을 넘어, AI가 어떤 평정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토론도 불붙고 있다.
AI 경연, 결과 발표 그 너머의 쟁점
기업 간의 긴장, 성과 발표 시점에 대한 논쟁은 곧 ‘기술신뢰’의 문제로 번진다. 누구의 체계가 더 공정하고, 투명하며,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Google DeepMind는 IMO 본부, 공식 채점, 학생 존중 등 절차적 책임에 방점을 찍는다. 반면 OpenAI는 개방성, 독립적 검증, 빠른 소통을 주목한다. 두 거인의 접근법은 ‘기술 그 자체의 우열’보다 ‘기술이 사회 속에서 얼마나 신뢰받는가’를 결정짓는 증거다.
또 한 가지 간과하기 어려운 점은, 이번 성과가 i) AI 거버넌스와 투명성 논의, ii) AI가 실질적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 평가, iii) 인재 유입을 위한 경쟁구도에서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AI의 평가 기준, 공식적 절차의 위상, 그리고 AI-인간 간 협력 혹은 경쟁의 미래를 둘러싼 중요한 논의로 이어진다.
첨예한 데이터·감시 논란이 남긴 교훈
한편, 기술이 어디까지 확장될지에 대한 고민은 감시 소프트웨어 업계 사법 감독 사례에서 재확인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021년 데이터 유출로 제재한 스파이웨어 기업 Support King의 창업자는 현재 업계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방대한 개인정보 유출에도 불구하고, 제재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는지, 반복적 위반 행위에 무력해지는 건 아닌지 주목된다.
감시 소프트웨어 대표적 사업자인 Scott Zuckerman은 법적 불이익이 과도하다며 제재 완화를 청원했다. 하지만 각종 개인정보 유출과 불법 관행이 반복되는 현실, 그리고 여전히 인터넷을 통한 사업 확장 가능성을 보이는 점에서 업계·사회 모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FTC의 결정은 단순한 한 기업의 운명 그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 관리·감독 체계가 기술 진보와 소비자 보호 사이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감시·사이버보안 논쟁의 선례가 된다.
기업과 투자자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Figma IPO의 독특한 실험
디자인 협업툴 기업 Figma의 기업공개(IPO)도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IPO에서는 통상 회사가 신규 발행하는 신주보다 기존 대주주·주주들이 파는 구주 물량이 훨씬 많은 구조다. 구주 매각의 비중이 커서, 투자자들은 단기 환금 기회를 얻고,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희소한 초대형 ‘상장 잔치’에 많은 물량이 시중에 풀린다.
특이점은 창업주 Dylan Field가 상당수 주식을 매각하지만, 여전히 74%의 의결권을 쥔다는 점이다. 의결권 강화 주식(슈퍼 보팅 주식) 구조를 바탕으로, 창업가가 경영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 대형 벤처캐피털(VC)들도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선다.
투자 환경이 여전히 보수적이고, 집중 유동성(물량)이 필요한 시장임을 보여준다. Figma처럼 기존 투자자 지분 매각이 대규모 IPO의 ‘공급’에 기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주주 중심, 창업자 보호, 시장 유동성의 세 요소가 절묘하게 맞물렸다.
맺음말
이번 사례들은 모두 기술의 진전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이 사회 전반의 신뢰 체계, 데이터 보호 규범, 투자·경영 지형에 어떤 파장을 주는지 묻고 있다. AI의 진화는 이미 사람의 두뇌와 경쟁할 정도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 운영의 투명성, 책임의식 없이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편, 데이터 보호와 공정한 규제의 중요성, IPO와 투자 관행의 변화 등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토론 또한 앞으로의 기술 사회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러한 논쟁과 선택의 과정이 바로, 우리가 기술을 어디까지 맡기고, 어느 선에서 제어할 것인지 꾸준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