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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AI, 다시 쓰는 스마트글라스와 일상 기술의 경계

구글의 AI, 다시 쓰는 스마트글라스와 일상 기술의 경계

스마트글라스, 다시 무대에 오르다

구글이 또 한 번 안경을 껴 들었다. 구글 글라스의 실패가 채 잊히기도 전에, 안드로이드 XR 기반의 스마트글라스 개발이 공식화되었다. 이번에는 Warby Parker, 삼성, Xreal 등 각 분야의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택했다. 특히 Warby Parker와의 1억 5천만 달러 규모 투자 및 전략적 지분 확보는 단순 공급망 개선을 넘은 소비자 시장 공략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구글 공동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 글라스 시절을 돌아보며 전자제품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무지했다고 인정했다. 10년 전 구글 글라스가 내놓은 기술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생성형 AI와 실시간 번역, AR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그때 그 야심이 기술적으로 구체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는 단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물음에 한 세대의 해답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구글과 메타: 스마트글라스 시장에서의 전략 비교

이번 구글의 행보는 미묘하게 메타(Meta)의 전략을 닮아 있다. 메타는 전통 명품 아이웨어 기업 EssilorLuxottica(레이밴 제조사)와 협력해 스마트글라스를 시장에 녹여냈다. 본연의 디자인·유통력, 스마트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며 “안경은 일상 액세서리”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실제로 Ray-Ban Meta가 안착한 비결 중 하나는 새로운 기술을 친숙한 외형에 담았다는 데 있다. 구글 역시 Warby Parker의 인기 모델, 그리고 그들의 직영 매장 활용이 기대된다. 향후 출시될 구글X워비 스마트글라스에는 맞춤 렌즈와 비처방 렌즈 모두 적용될 예정이다.

이 두 기업이 택한 방식은 “부품 공급-OS-플랫폼-유통”을 하나의 체인으로 묶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기술만 앞세울 때 겪는 좌절을, 생활상품에 녹이는 방식이 10년간의 교훈이라 할 수 있다.

AI 기술과 일상 경험의 경계 힌트

이번 구글 I/O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AI 얘기가 더 이상 개발자, 테크 업계의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합 개발되는 스마트글라스는 실시간 번역, 길 찾기, 정보 검색을 안경이라는 인터페이스로 끌어들인다. 지난 실패기와 달리, 이제는 제미니 등 멀티모달(음성·이미지·텍스트) AI가 뒷받침한다.

실제 데모에서는 DeepMind의 Project Astra가 구동된 스마트글라스를 통해 사용자가 실시간 질문을 하고, 번역이나 길 안내, AI 질문 답변 등 다양한 용례를 보여줬다. 이는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했던 시선을, 얼굴을 중심으로 한 ‘움직이는 정보’의 세계로 확장하는 신호다.

안경을 낀 사람이 보행 중 스마트 도시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

한편, AI의 능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단순 기능 목록만으론 설명이 충분치 않다. 실시간 피드백, 카메라와 연동한 영상 인식, 맥락에 맞는 제안 등은 기술이 더 섬세하게 일상에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존의 기기 인터페이스-즉 사람과 화면-위주로 흘러온 패턴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구글 I/O 2025: Gemini와 멀티모달 AI의 보편화

올해 I/O의 키워드는 단연 Gemini, 그리고 ‘멀티모달 AI’ 였다. Gemini Ultra 구독서비스가 미국에서 첫 발을 뗐고, 여기엔 Veo 3 영상 생성 AI, Imagen 4 이미지 생성 모델, AI 에이전트(Project Mariner, Astra) 등 구글의 최신 기술이 총망라되었다.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는 즉시성, 다중입력(영상, 오디오, 텍스트) 대응을 강화한 결과물이다. 구글은 스마트글라스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크롬·서드파티 기기 전반에 이 멀티모달 AI 활용을 확대할 계획을 드러냈다.

Gemini 2.5 Pro의 Deep Think 모드는 여러 답변 후보를 동시에 검토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더욱 정교한 문맥 이해와 추론 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OpenAI 등 경쟁사도 채택 중인 접근법이지만, 구글은 API 개방 및 사전 안전성 점검에 방점을 찍었다.

Veo 3은 동영상의 음향, 배경, 나아가 대화까지 생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Imagen 4는 생생함과 제작 속도에서 진일보 했고, Flow 등 연관 도구로 파생 확장성을 엿볼 수 있다. 구글은 Google Workspace(Gmail, Docs 등)에 AI 기반 답장, 스마트분류, 자동정리 등 생산성 기능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구글의 파트너 전략과 AI 서비스의 대중화

스마트글라스 개발에서 구글은 단독이 아닌 네트워크 전략을 가져간다. Warby Parker, 삼성, Xreal, 젠틀몬스터 등 여러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각자의 전문성을 끌어올린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Warby Parker와의 관계는 단발 투자가 아니라, 조건부로 추가 지분 확보와 향후 제품 라인업까지 범위를 넓힌다. 첫 번째 제품군은 2025년 이후에 실제 출시된다.

이는 메타의 전략적 협업 모델에 기시감이 든다. 구글이 지향하는 것은 스마트글라스를 소비자 패션 시장, 안경 매장, 맞춤형 렌즈 등의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하는 데 있다. 파트너십 확장으로 기술적 허들을 낮추고, 유통과 디자인,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구글, AI 기술 경쟁구도 그리고 내부 문화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 제미니 프로젝트와 관련해 사실상 은퇴에서 복귀했다. 그는 “요즘 컴퓨터 과학자라면 은퇴해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글 본사에 거의 매일 나와, 멀티모달 AI와 영상 생성 모델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브린은 최근 구글 직원들에게 ‘주 60시간 근무’와 ‘매일 출근’을 독려하며 제미니 경쟁력 확보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런 변화는 OpenAI 등 경쟁사와의 치열한 AI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메시지와 연결된다. 구글은 스마트글라스라는 플랫폼 뿐 아니라, 다양한 AI 인프라와 서비스(예: Beam 3D 화상회의, AI Mode 검색, 신규 개발자 툴)을 통해 살아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비친다.

AI 기술, 사생활·윤리의 쟁점

기술 발전이 이뤄지는 만큼, 개인정보와 보안, 윤리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구글은 Advanced Protection, 실시간 AI 감시 도구, SynthID 디텍터 등 보안 기능과 검증 기술도 발표했다. 특히 스마트글라스와 AI 도구는 착용자 및 주변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안고 있다. 구글은 공개 시점 이후 실제 현장에서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안전성 평가와 기능 범위, 데이터 보호 대책 마련에 신경쓰고 있다.

또한, Gemini Live의 실시간 화면·카메라 연동 기능, Project Mariner의 웹 자동화 에이전트 등은 사용자 경험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지만, AI의 판단이 어떤 기준으로 실행되는지와 그 기록,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API와 개발자 플랫폼 확대에 따라 보안 가이드라인, 투명성·공정성 검증 등이 필수적으로 논의된다.

스마트글라스 그 너머: 일상 기술로의 AI 확장

구글이 취하고 있는 맥락은 “특정 기기, 특정 업체의 기술”로 경계를 짓기보다, 다양한 형태·플랫폼에서 AI와 멀티모달 경험이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세상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안경이라는 특수한 기기를 시작점으로, 음성-텍스트-이미지 통합, 실시간 응답성, 맥락 기반 제안 등 시스템적 발전을 시도한다.

이미 AI 기반 검색, 업무 도구(Gmail, Docs), 영상/이미지 생성, 화상회의, 스마트폰·웨어러블에 이르기까지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기술적 흐름은 기존의 인터페이스 구조와 사용자 습관을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을 뜻한다. 아직 과도기적 단계이지만, 다양한 실험과 파트너십을 통해 AI의 일상 속 자리매김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결론

이번 구글 I/O와 스마트글라스 프로젝트는 단순히 기술 진보만이 아니라, 소비자 경험, 사회적 합의, 보안·윤리 문제 등 다면적 요소가 얽혀 있다. 구글, 메타 등 IT기업들은 기술을 단순히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유통·디자인·보안·에이전트 경험 등 모든 층위를 통합하려 한다. 스마트글라스와 AI 기술의 보편화는 침투 속도가 과거와는 다르다. 앞으로 AI의 경계는 더 넓어지고, 사회적 합의와 책임 또한 그만큼 요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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