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변화 속에서: 테크 기업의 생존 전략과 AI의 역할
기업 재편성의 실상: 생존을 위한 선택과 미래 구상
기술 산업에서는 성장의 곡선이 종종 날카롭게 꺾인다. 2020년대를 관통한 자율주행, 핀테크, 인공지능 분야의 기업들은 고속의 혁신이 곧바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증명해왔다. 최근의 흐름을 살펴보면, 과거의 절정기와는 달리 효율성, 자금 운용,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기업의 존립 여부를 가른다.
라이다(LiDAR) 센서 기업 루미나(Luminar)는 자율주행 시장 초기 흥분 속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호황 뒤 위기가 찾아오면서, 회사는 잇따른 리더십 교체와 대규모 구조조정, 경영 구조 변화에 직면했다. 2021년 34억 달러의 시장 가치를 기록했던 시기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다. 현재 시가총액은 1억 7,900만 달러 수준에 머문다.
루미나는 재정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한 최대 2억 달러의 신규 자본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 계약에는 요크빌 어드바이저스(Yorkville Advisors) 등 각종 구조조정 상황에 개입해온 투자사와 복수의 비공개 투자자가 참여한다. 이런 방식은 궁극적으로 추가 자본을 유치해 부채 상환과 일반적 기업 운영에 투입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어려움이 해소될 수 없음은 회사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루미나는 2024년 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친 감원으로 전체 인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212명을 내보냈다. 감원 비용 역시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구조조정이 반복될수록, 스타트업의 이상과 실제 비즈니스의 간극, 성장 구호가 마주하는 냉정한 현실이 명확해진다. 외부 투자의 힘으로 숨통을 트되, 이 과정이 더 이상 확장 중심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AI가 바꾸는 경영의 풍경: 효율, 책임, 그리고 인간성
한편, AI가 기업 경영의 구체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들어오면서 실질적으로 회사의 성격까지 재정의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핀테크 기업 클라나(Klarna)는 최근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1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런 성장의 한 축에는 인공지능이 자리 잡았다는 점을 직접 강조한다.
실질적으로, 클라나는 AI 도입을 경영 전반에 적용하고 이를 통해 2022년부터 약 40%의 인력을 줄였다. 직원 수는 약 5,000명에서 3,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매출 대비 인력 생산성도 1인당 약 100만 달러에 육박한다. 경영진은 공식 자료와 언론 인터뷰에서 “AI 덕분에 조직이 날씬해지고, 신속한 결정과 실행이 가능했다”고 밝힌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회사 실적 발표에서 CEO의 음성과 모습을 빌린 AI 아바타가 직접 하이라이트를 전했다는 사실이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AI가 CEO 자체를 대체할 수 있지 않느냐”는 논의도 등장한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연구는, GPT-4o 기반 AI가 일반적인 의사결정 상황에서는 인간 CEO를 능가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수준의 불확실성과 ‘블랙스완’ 이벤트에는 AI가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렇게,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기존 임직원의 가치, 책임 주체로서 인간과 AI의 경계에 대한 논의가 실제 기업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행보: 디자인과 AI의 결합, 소비자를 향한 움직임
더 근본적인 변화는, AI의 활용이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넘어 소비자 하드웨어 영역까지 확장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오픈AI(OpenAI)는 최근 아이오(io)라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이 기업은 전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Jony Ive)가 설립해 주목받았다. 인수 규모는 평가액 기준 65억 달러, 현금 거래가 아닌 지분 교환 방식이다.
아이브와 그의 디자인 그룹 러브프롬(LoveFrom)은 오픈AI에서 향후 소비자 장치의 디자인과 창의적 구상을 이끈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오의 핵심 인력 중 상당수가 예전 애플의 디자인・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혁신자와 하드웨어 명장이 손을 잡은 셈이다. 이들이 개발 중인 장치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는 많지 않다. ‘스크린을 넘어서는 기기’, ‘일상을 아우르는 AI 경험’이라는 단서가 조금씩 공개될 뿐이다.
오픈AI가 이런 움직임에 나선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소비자와 AI 간의 ‘접점’ 확장이라는 전략이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현재의 플랫폼 이상으로, AI가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접촉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조적으로, 과거 ‘AI 핀’이라는 신제품을 내놨던 휴메인(Humane)은 흥행에 실패하며 기업 매각으로 이어졌다.
AI 하드웨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구글과 메타, 삼성 등이 각각 안경과 웨어러블 같은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오픈AI-아이브 협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적 완성도와 디자인의 결합, 그리고 애플 이후 플랫폼 혁신의 가능성이 구체적 실체를 띠고 있다는 점에 있다.
테크놀로지 기업의 길: 성장 신화 이후의 선택
앞서 살펴본 여러 기업의 행보에는 공통 분모가 있다. 초기에는 특정 기술이나 비전, 디자인으로 각광을 받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의 현실과 재원, 실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재설계’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루미나처럼 구조조정과 투자 재조정에 집중하는 사례는 혁신 그 자체보다 생존 전략이 우선순위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클라나는 AI를 적극 도입해 조직 구조를 날카롭게 슬림화하고, 새로운 경영 효율을 현실화했다. 오픈AI와 아이브의 하드웨어 비전은 앞으로 테크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와 기술을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천문학적 투자와 화려한 인재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시장 환경에서도 ‘잘 하는 것’과 ‘생존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대외적 환상과 내부의 실제 변화 사이 간극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AI와 혁신, 디자인이라는 키워드가 전체 산업을 견인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항상 조직의 생존과 존속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 함께한다.
미래를 묻다: 누가 살아남는가, 무엇이 남는가
최근의 뉴스 흐름들은 결국 한 가지 본질적인 질문으로 모인다. 변화는 피할 수 없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단기 실적과 난관 돌파 능력이 아무리 강조되어도, 산업 패러다임 전체를 다시 짜는 플레이어의 자리는 소수에게만 주어진다.
초기의 혁신과 성장, 과감한 구조조정과 신사업 진출, AI와 인간 경영자 사이의 경계 실험 등, 기업들은 저마다의 해법을 찾는 중이다. 그러나, 조직에 남는 것은 언제나 ‘효율’만이 아니다. 기술이 사람과 시장, 일상과 어떻게 어우러질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떤 제품과 경험이 남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히려 시간이 말해준다.
이후 어떤 기업이 다음 성공 사례가 될 것인지, 혹은 또 다른 재편의 대상이 될 것인지는, 당분간 이 시간의 흐름이 보여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