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AI 도전, 우주 산업의 새로운 주체, 그리고 숨겨진 프롬프트 경쟁
거대 IT 기업의 AI 전략, 실행의 한계가 드러나다
애플은 2024년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혁신적인 AI 비전과 새로운 시리, 그리고 개발자를 위한 강력한 AI 도구들을 약속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애플의 AI 전략은 예상보다 더딘 진척을 보이고 있다. 시리의 개인화 기능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고, 개발자들이 기대하던 새 기능의 상당수는 실제로 출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애플의 AI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자사의 고도화된 AI 서비스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특히 앱 개발을 AI로 돕는 플랫폼들이 웹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비개발자들도 빠르게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예를 들어 ChatGPT, Replit, Canva, Figma처럼 자연어 입력만으로도 앱이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애플은 개발자와 비개발자 모두를 위한 새로운 AI 도구, 예컨대 Swift Assist와 자체 AI 모델 API 등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실제 개발 환경에 깊이 녹아들기엔 아직 미진함이 남아 있다.
더불어 법적 환경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법원은 최근 앱 내 결제 방식의 외부 링크를 허용하고, 이에 대한 애플의 수수료 부과도 금지했다. 이는 개발자들이 앱스토어를 우회해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하고, 애플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에 균열을 낸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웹이 앱 유통 채널로 자리잡으면서, 예전만큼 네이티브 앱에 대한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애플의 난제다.
애플이 진정한 생태계 혁신과 개발생산성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려면, AI의 실질적인 적용력과 적극적인 개방이 관건으로 떠오른다.
상업 우주 산업의 성장, 국가와 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새로운 역할
한편, 우주산업 분야에서는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기업이 새로운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Axiom Space의 네 번째 유인 우주 비행은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서, 인도, 폴란드, 헝가리 등 여러 국가의 두 번째 우주인을 동시에 ISS로 보내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Axiom Space가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로켓 발사 또는 우주인 수송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일시적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우주인을 수송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자사 상용 모듈을 ISS에 붙여 독립된 ‘Axiom Station’을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완전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SpaceX와의 협업처럼, 여러 민간기업과 국가기관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우주시장 플랫폼’ 역할을 자임한다.
정치적 변수, 예를 들어 미국 내 우주정책이나 NASA 예산 삭감 우려 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 이상 우주산업이 정부 독점이 아닌 시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뚜렷하다. 국가들은 역량을 보유한 민간기업에 아웃소싱하고, 기업은 각국 우주비전 실현의 파트너가 된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Axiom Space의 이번 임무처럼 여러 중견국이 두 번째 우주인을 배출하기 위해 민간 서비스를 활용하고, 각국 국민들에게 새로운 ‘아폴로 모먼트’를 제공한다. 결국, 미래의 우주 개발 경쟁은 기술을 중심으로 한 민간 주도와 다국적 협력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숨겨진 AI 경쟁의 핵, 시스템 프롬프트와 ‘비공개 레시피’ 전쟁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대형 AI 모델의 위에 얹히는 ‘시스템 프롬프트’가 눈에 띄는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시스템 프롬프트란 수천 단어에 달하는 자연어 지침으로, AI 모델에게 특정 역할, 맥락, 도구 사용법 등을 세밀하게 부여한다. 같은 오픈AI나 Anthropic의 기본 모델을 사용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서비스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Superblocks의 사례처럼 여러 AI코딩툴의 실전 프롬프트 수집을 공개하면서,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AI 비법 레시피’에 대한 공유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프롬프트는 일종의 운영지침으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역할, 맥락, 툴 활용법을 지정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실제 서비스에서는 사용자 프롬프트에 추가 지침을 덧붙이거나, 출력을 검증해 자동 조정하는 ‘프롬프트 강화’ 인프라가 성능 절대다수를 좌우한다.
특히 이번 프롬프트 공개에서 권장한 방식은, 엔지니어가 아닌 비즈니스 사용자가 직접 판매지원/고객응대 등 다양한 내부 자동화 툴을 만들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각 기업은 자사 업무에 맞춘 비공개 지침(process, 행동규범, 도구 활용 프로토콜 등)을 응용해, 기존 개발툴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생산성과 효율성을 달성한다.
이러한 흐름은 대기업, 스타트업뿐 아니라 중소규모 조직에서도 빠르게 전파 중이다. 이제 기술경쟁력의 밑바탕은 공개된 대형 AI 모델이 아니라, 각 회사가 얼마나 자신만의 맞춤 프롬프트와 응용도구를 쌓아왔는지에 달려 있다.
기술 주도권, 실질 혁신은 어떻게 채택되는가
IT와 우주, 그리고 AI 스타트업 분야를 관통하는 중요한 변화는 한 가지로 모인다. 표면적인 기술력 과시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실행과 개방성, 그리고 다자간 협력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약속한 혁신을 실무에 녹이는 역량이 요구되고, 우주산업은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업체의 시장 형성 역량이 핵심으로 부상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자사의 비공개 프로세스와 지식자산을 신속하게 내·외부에 적용하고 공유하는 능력이 결정적 가치로 작동한다.
각 산업군이 안고 있는 진입장벽과 고유의 규제 환경, 그리고 시장 변화의 속도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이 점차 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기술은 혼자 혁신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가, 실질적으로 조직의 전략과 운영 방식, 그리고 사회적 파급력에까지 깊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