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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인간, 책임의 경계에서: 기술 발전이 드러낸 업무의 허점들

AI와 인간, 책임의 경계에서: 기술 발전이 드러낸 업무의 허점들

법률, 코드, 그리고 데이터: 책임을 요구하는 오늘의 현장

최근 다양한 IT 업계 이슈를 보면, 기술의 발전이 현실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을 드러내는 장면이 늘고 있다. AI, 데이터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의 각 현장은 겉으로는 효율과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이면에서는 책임 의식과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문제로 나타난다.

이번 글에서는 영국과 인도, 미국이라는 각기 다른 문맥에서 발생한 세 가지 사례를 통해, 기술 활용의 실질과 그에 따른 책임이 어떤 지점에서 충돌하고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법률 분야의 AI 활용: 정확성과 윤리의 균형

영국 상급법원이 최근 내린 판결은 법률가들의 AI 활용이 더 엄격한 기준과 감시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낸다. 판단의 중심에는 생성형 AI, 특히 ChatGPT처럼 최근 각광받는 툴들의 한계가 있었다.

판사는 “이런 도구는 신뢰할 만한 법률조사를 할 수 없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답변을 하지만, 사실과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두 건의 사례에서 변호인이 제출한 참고 판례 중 다수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거나 전혀 무관한 내용을 인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 가운데 한 변호인은 인공지능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AI 자동 요약 또는 검색엔진이 내놓은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이 남았다. 법원은 오류 인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변호사에게 “확실한 출처를 반드시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직업적 의무가 있음을 재확인했다. 판사는 법률가들이 이런 기준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공개적인 징계, 비용 부담, 법적 처벌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례는 법률 분야에서 AI와 데이터 자동화가 제공하는 효율성이 법의 신뢰성과 직접적으로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가 참조한 정보가 맞는가?’, ‘이 자동화 도구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무고한 피해가 발생하면 누구의 책임인가?’ 등, 단순히 도구를 쓴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과정의 신중함과 전문가 검증 절차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AI 스타트업의 핵심 자산, 시스템 프롬프트와 운용 전략

또 다른 분야, 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내부 전략이 치열한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 코드 생성자 등 다양한 AI 플랫폼에서 ‘시스템 프롬프트’라는 요소가 기술적 경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스템 프롬프트란, 거대한 언어 모델(LLM)이 실제 도메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일종의 ‘지침’ 역할을 하는 텍스트다. 한 번에 수천 자(5,000~6,000단어) 이상의 매우 상세한 프롬프트가 플랫폼 내부에 숨겨져 있다. 스타트업 ‘Superblocks’의 사례에 따르면, 각 AI 소프트웨어는 동일한 모델을 활용하면서도 시스템 프롬프트를 차별화해 자신만의 고유한 업무 경험을 만들어 낸다.

기업들이 공개한 여러 시스템 프롬프트를 비교해 보면, 기본 역할 지정, 문맥적 안내, 외부 도구 연동 방식까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AI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와 정책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외부 도구를 어떤 조건에서 쓸 수 있는지’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 단순히 코드를 생성하라는 것이 아니라, “코드 편집 전 관련 파일 전체 내용을 반드시 먼저 읽고, 3회 이상 반복 수정하지 않는다”와 같은 엄격한 지침이 포함된다.

하지만 Superblocks의 개발진은 이 시스템 프롬프트 자체가 경쟁력의 20%에 불과하다고 본다. 나머지 80% 진짜 ‘비법’은 프롬프트를 둘러싼 인프라, 즉 입력 전/후의 데이터 관리 및 결과 검증 프로세스 등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시스템 프롬프트만 열람한다고 해서 각 스타트업의 노하우가 그대로 재현되는 게 아니라, 전체 업무 데이터 흐름을 조직적·기술적으로 어떻게 설계했느냐에 실질적 차이점이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AI 자동화가 실제 비즈니스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단순 기능 구현을 넘어 시스템적 설계, 데이터 안전성, 그리고 사용자 검증 구조까지 총체적인 전략이 문제의 핵심으로 바뀌고 있다.

사무실에서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는 여러 사람이 기술적 장벽 속에서 고민하는 모습

데이터·보안 허점에서 드러난 조직의 실제 책임 구조

데이터 보안과 내부통제에 대한 취약점은 인도 스타트업 ‘KiranaPro’ 사건에서도 생생하게 드러났다. 최근 이 회사는 주요 백엔드 서버 접근이 불가능해지면서 GitHub에서 소스코드와 앱 데이터가 전부 삭제됐다. 사측은 처음엔 내부 직원의 고의적 삭제라 주장했으나, 포렌식 분석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뒤섞이며 진실이 불투명해졌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퇴사자에 대한 계정 접근이 직원 퇴사 뒤에도 그대로 방치됐다는 점이었다. 공식적인 인수인계나 접근권한 철회, 멀티팩터 인증 절차가 거의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CTO조차도 “전담 인사 담당자가 없어 퇴사자의 계정 관리가 지연됐다”고 담담히 인정했다. 그 결과, 내부자가 아니었다 해도 제3자가 계정을 악용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다.

또 중요한 사실은, 사고 당일 다행히 데이터 백업 파일이 남아 있었고 AWS(아마존 클라우드) 접근도 상당부분 회복됐지만, 그 원인과 실제 침해 범위는 아직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피상적인 조치로 사건이 일단락된 셈이지만, 이 내부 통제 부재는 긴급 대응력, 내부 정책의 실행, 그리고 고객에게 미치는 잠재적 영향 등 조직 전반의 대응 수준을 드러낸다.

관점 차이와 보도 절차의 함의

이번 세 사례를 나란히 놓고 보면, 각 매체와 전문영역이 주목하는 지점에도 차이가 있다. 영국 법원 관련 보도는 AI의 ‘부정확함’과 전문가 검증의 중요성, 법적 제재라는 책임 관점에 초점을 맞춘다. 코딩 스타트업 사례는 시스템 프롬프트와 운영 인프라 설계가 사업적 차별성의 근거임을 드러낸다. 보안사고 사건에서는 내부 절차와 기술적 허점이 실질적 위기의 원인으로 진단된다.

보도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법조계 사례는 정확성, 윤리, 공식절차에 대한 강조가 강하다. AI 프롬프트에 관한 글은 기술적 노하우의 디테일, 그리고 이것이 혁신과 사업적인 가치로 연결되는 과정에 집중한다. 반면 데이터 유출 사건은 책임 소재, 조직문화, 실무적인 구멍을 꼼꼼히 지적한다.

또한 한편으론, ‘검증되지 않은 정보 인용’ ‘업무 분장의 명확성 미비’ ‘안전망 없는 절차’ 등 다양한 맥락에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자체 감시가 없을 때, 기술 발전의 이점이 오히려 리스크를 증폭시키거나 사회 신뢰를 훼손할 수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기술 도입이 요구하는 근본적 변화: 감시와 신뢰의 재정의

세 사례는 모두 빠른 혁신 그 자체보다, 기술의 현명한 운용과 조직 스스로의 시스템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다. AI가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혼동할 수 있을 때, 전문가 검증이라는 인적 절차를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내부 직원의 데이터를 방치하면, 아무리 보안 인프라와 클라우드 도구가 발전해도 실제 사고를 막지 못한다. AI 비즈니스는 로직이나 개발 효율성만으로는 차별화할 수 없고, 전체 업무 플로우의 설계와 운영 신뢰도에서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의 배경에는 결국, 책임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실무적·조직적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는 교훈이 묻어난다. 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어떻게’ ‘누가’ ‘책임을 지며’ 운영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시스템 설계가 계속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다.

확장되는 질문과 사회적 합의의 방향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IT 업계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전문직, 모든 디지털 조직, 그리고 사용자 개개인이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과제가 되고 있다. AI가 편리한 만큼 그 부정확성에 극단적으로 취약한 업무, 모두가 액세스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책임문제, 자동화 시대의 전문성 검증 등은 점차 모든 산업의 일상적 고민이 되고 있다.

조직, 개인, 사회가 각자 실질적인 책임과 절차를 어디까지 정교하게 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함과 오류 발생 때 이를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하고 개선해 나갈 것인지. 세 사례는 이 거대한 숙제 앞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해답을 찾는 과정의 일부를 보여준다.

결국 오늘날 첨단 기술이 드러내는 각종 허점들은, 단순한 도구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적 설계, 내부 정책, 인간의 책임 의식이 부족할 때 언제든 현실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계속 쌓여가고 있다.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진짜 효율과 혁신의 시작점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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