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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확장, 그 이면의 자원 경쟁과 인간적 인터페이스

AI의 확장, 그 이면의 자원 경쟁과 인간적 인터페이스

AI, 그리고 ‘전기’라는 보이지 않는 한계

수십 년간 거의 변동 없던 미국의 전력 수요가 최근 들어 급등하고 있다. 이 변곡점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있다. 첨단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기가 필요한 곳이 많아졌고, 빅테크 기업들은 안정적이고 대규모 전력이 필요해 이것을 충당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 퇴조하던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을 받는다. 기존 원전의 대형화‧집중화에서 벗어나, 여러 기업들이 소형 모듈원전(SMR) 기반의 신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각 기업의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 아직 상업 운전 중인 SMR은 없지만,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들은 SMR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이유는 일정하고 신뢰성 높은 전원이 빅데이터와 생성형 AI 운용의 필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24시간 안정적으로 동작 가능한 원자력의 특성이 데이터센터 운영과 잘 맞는다.

대표적인 SMR 기업 중 하나인 Kairos Power는 구글의 전력 구매 약속이라는 확고한 신뢰를 얻었고,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까지 확보했다. 이 회사는 고온의 플루오르화 용융염을 냉각재로 사용해 안전성 향상을 꾀한다. TerraPower는 소듐 냉각 방식과 더불어, 원전이 낮은 수요 시에도 배열을 멈추지 않고, 남는 에너지를 용융염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했다.

나아가, Saltfoss는 원전 자체를 바지선에 싣는 구상까지 내놨다. 바다 위에서 가동되는 소형 원전은 입지 규제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요가 있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빅테크의 비즈니스 규모와도 잘 어울린다.

투자를 주도하는 인물에도 빅테크의 중심 인물들이 여럿 보인다. 빌 게이츠는 TerraPower의 창업자이고, 오픈AI의 샘 알트만도 오클로(Oklo)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기술 기업과 원자력‧에너지 신생기업 간 자본 및 지식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실증이나 사업화가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오클로의 경우, 최초 원자로 인허가가 거부되는 등 사업화까지 난관이 따른다. 현재 미국에 아직 상업용 SMR이 운용되는 사례가 없다는 것도 현실적 제약이다. 그럼에도, 이들 새 원전 설계와 구상은 각각 안전, 경제성, 이동성 등 기존 원자력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담고 있다는 점이 공통된다.

이처럼 AI의 ‘두뇌’에 해당하는 데이터센터가, 그 이면에서 ‘에너지’라는 심장에 의존한다는 구조적 실상은 쉽게 주목받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 AI 인프라 경쟁은 기술 진보만이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 확충·안정성 확보다. 단순한 테크놀로지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자원 재배분 문제를 동반한다.

‘인간적인’ 로봇, 그 뒷면의 데이터와 AI 훈련

병원 로비의 안내 로봇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장면

한편, AI의 연산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주제가 있다. 바로 AI와 사용자의 ‘인터페이스’, 즉 상호작용 방식이다. 최근 주목받는 영역 중 하나는 감정과 동작을 이해하고 구현하는 로봇 인터페이스다.

현재 로봇은 환경을 인식하고 명령을 수행하는 데는 능숙해졌지만, 인간 고유의 비언어적 소통이나 감정 읽기에서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스타일이 심플하고 대화가 매끄럽더라도 ‘기계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가 있다.

테디 워너가 창업한 Intempus처럼, 기존 로봇에 인간의 감정 표현 및 동작 패턴을 덧입히는 기술이 등장한다. 이 기술의 특징은 로봇이 움직임과 ‘심리적 상태’를 가진 것처럼 행동하게 해,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훨씬 자연스럽고 예측 가능한 흐름을 갖도록 만드는 데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진짜 감정을 흉내 내는 데 있어 ‘얼굴 표정’이 아닌, 몸통과 팔의 작은 움직임이 훨씬 중요한 신호라는 점이다.

Intempus의 방법은 특정 생체 신호(땀, 체온, 심박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도 ‘긴장’이나 ‘즐거움’처럼 보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이 로봇의 의도를 보다 직관적으로 읽고, 반면 로봇 역시 사람의 반응을 더 효과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된다. 기존 AI 훈련 방식이 주로 이미지, 언어 등 이진적이고 명확한 데이터에 한정돼 있던 데 비해, 실제 인간과 닮은 데이터셋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기존의 원인-결과 중심 학습이 아닌 공간 감각과 미묘한 맥락 이해까지 가능하도록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기여한다. AI 모델의 훈련 대상 범위가 확장되는 셈이다.

현재 Intempus는 여러 로봇 기업과 협력 중이며, 기업이 아닌 개인이 기술의 핵심 설계 및 데이터 탐색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사업 초기 단계이지만, 기술·데이터·AI 훈련 간의 관계성이 기존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세분화된 예시라 할 수 있다.

기술, 용어, 구조에 대한 해설: AI ‘속살’ 들여다보기

기술 현장의 변화와 달리, 일반 독자는 AI 뉴스나 새로운 용어에 접근하는 데 장벽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 중심의 기술 설명이 많고, 용어 자체가 경계가 모호하거나 혼용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예를 들어, ‘AGI(인공지능 일반지능)’의 정의만 해도 기관마다 다르다. 오픈AI는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대부분의 일을 인간보다 뛰어나게 수행할 수 있는 고도로 자율적인 시스템”을 말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인간 수준의 인지 작업을 수행하는 AI”라 하고,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AI 에이전트’란 용어도 혼란스럽다. 단순 챗봇이 아닌, 여러 작업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포괄하지만, 어떤 수준을 ‘에이전트’라고 부를지에 따라 해석이 갈린다. 인력이나 하드웨어 인프라, 소프트웨어의 조합에 따라 구현 방식도 다양하다.

‘체인 오브 쏘트(Chain of thought)’는 인간이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사고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용어다. AI에서는 복잡한 문제를 작은 단계로 쪼개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알고리즘을 의미한다. 자연스러운 언어 처리, 추론, 코딩 분야에서 주로 쓰인다.

‘딥러닝’은 뇌의 뉴런 연결망 구조에서 착안한 여러 층의 인공 신경망 구조다. 기본적인 특징 추출부터 오류 수정까지 순차적으로 개선된다. 대량의 데이터와 긴 학습 시간이 필수다.

‘디퓨전’은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복원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조금씩 파괴하며 노이즈를 추가한 뒤, 다시 복구하는 ‘역방향 확산’을 학습해 노이즈에서 원래의 데이터를 복원한다. 물리학적 확산 법칙에서 착안했다.

대형 AI 모델을 경량화할 때 쓰는 ‘디스틸레이션’이나, 특정 영역에 맞게 모델을 재교육하는 ‘파인튜닝’, 이미 학습된 모델을 복수 목적에 맞게 재활용하는 ‘트랜스퍼러닝’ 등, 개발자 중심의 용어도 있다. AI가 실제 활용되기 위해선 이러한 기법이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AI와 관련해 가장 자주 거론되는 문제 중 하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다. AI가 훈련 데이터에 없는 내용이나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문제다. 일부에서는 이를 줄이기 위해 더욱 특화된 도메인 데이터로 모델을 훈련하거나, 검수 알고리즘을 함께 적용한다. 그러나 완벽한 해법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맺음말: ‘보이지 않는’ AI 환경을 돌아보다

AI와 로봇의 겉모습에는 발전의 속도감과 혁신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력 인프라, 데이터 확보, 세부 알고리즘 구조, 사회적 안전장치 등 새로운 과제들이 놓여 있다.

SMR 투자는 기술, 자본, 안전, 사회적 수용까지 다양한 쟁점이 얽혀 있다. 로봇의 인간화 시도 역시 단순한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와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고 얼마나 신뢰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반영한다. AI·로봇 분야의 혁신은 결국 기술 그 자체를 넘어, 자원, 용어, 인간 인식의 한계까지 짚어야 완성된다.

AI 발전의 정도를 가늠하려면, 첨단 모델의 정교함만이 아니라, 그 기반이 되는 자원과 환경, 그리고 인간과의 접점에서의 변화까지 함께 살펴야 균형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다. AI를 둘러싼 산업계와 사회의 파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그 파동의 근원에는 기술과 자원의 상호작용, 인간적 경험을 확장하려는 시도들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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