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자립, 은퇴자의 안전, 시장의 혼란 - 요즘 '자산'을 둘러싼 세 가지 풍경
청년의 자산 형성, 사회적 안전망의 실험
“내일을 준비하는 청년”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근로 청년들의 미래 준비는 여전히 쉽지 않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사회적 실험의 성격이 강하다. 형태는 간단하다. 근로 중인 19~34세(혹은 소득 50% 이하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 청년은 15~39세)에게 월 10만~50만원의 정기적 저축을 유도하고, 여기에 정부가 저축액의 최대 3배까지 매칭 자금을 준다. 조건을 충족해 3년간 360만원을 모으면 정부 지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최대 144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우대금리로 돌려준다.
실질적으로는 사회진입기에 있는 청년들의 자산 축적 장벽을 낮추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히 금전적 지원만이 아니라, 3년간의 근로 지속, 자립 교육 이수 등 일정 요건을 함께 요구한다는 점에서 재정지원과 사회적 역량 강화가 결합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지원 대상에 따라 금액, 요건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중위소득 50~100% 구간 청년은 지원액이 작지만,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더 넓은 연령대와 금액이 적용된다. 이는 단순한 균등 분배가 아니라, 필요한 자원에 따라 선택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에 가깝다.
청년 자립 지원 정책은 여러 번 시행돼 왔지만, 실제 참여자 수가 단기간에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고(2023년 990명, 2024년 1,688명), 올해엔 그 수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자산지원사업이 단순한 ‘저축 장려금’에 머물렀다면, 이 모델은 소득 계층별 제도 설계, 일관된 근로 활동 요구, 실질적 적립금 혜택 등을 조합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 한다.
압류로부터 연금을 지키는 방법: ‘안심통장’의 등장
은퇴 이후 인생의 안전판처럼 여겨지는 국민연금. 하지만 연금 수급 계좌까지 압류되는 상황이 현실이 되자, 정부와 금융권은 ‘안심통장’ 도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2010년 시작된 이 제도는 2024년 현재 40만 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가졌다. 월 최대 185만원이라는 민사집행법상 생계비 범위 내 연금 수급액을 보장한다.
이 계좌는 국민연금급여 이외의 입금이 불가능하고, 출금·이체는 자유롭지만 연금수령용이라는 점에서 목적이 명확하다. 만약 일반 통장으로 연금을 받는 경우 계좌 압류시 일일이 이의신청을 하거나 소송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데, 이 통장은 절차 없는 자동 보호를 제공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가입자의 97%가 60세 이상의 고령자이고, 그중에서도 남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수급 구조상 남성이 평균적으로 가입 기간이 길고, 수령액도 많다. 이에 반해 주택연금 등은 여성 비율이 더 높고, 둘 다 인생 후반 생계 방어를 위해 설계됐음에도 구조적으로 다른 참여 양상을 보인다.
사회보장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이 제도는, ‘최소한의 노후 생계는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된 사례다. 동시에 연금을 통한 자산 보호가 점차 핵심 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족기업의 사익 편취, 투명 경영의 시험대
자산 형성 정책과 대조적으로, 오히려 기존 자산과 이익을 편법적으로 증대시키려는 행태도 목격된다. 화인베스틸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가족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거액의 이익을 몰아준 사실이 확인됐다. 화인베스틸은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도 오히려 가족 소유 회사에 높은 유통마진을 주고, 원재료는 현금 결제, 매출은 외상거래 후 충당금 처리를 하는 등 ‘현금 쏠림’ 구조가 고착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회사 경영진이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 출신으로,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업운영의 상징적 인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계열사 간 거래에 경계가 없으며, 내부 자금흐름의 비공정성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달리, ‘전통적’ 기업 구조의 비효율과 투명성 부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규제와 신뢰의 경계, 브라질 국채의 인기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최근 브라질 국채가 고수익 투자처로 재조명받고 있다. 연 10%를 넘는 이자수익과 이자 및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제외 등 정책적 유인이 주요 배경이다. 국제조세협약 효과를 통한 세금 혜택, 기준금리가 정점 이후 하락세에 있다는 분석에 따라 연초 이후 투자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8% 이상 증가했다.
작년에는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경험했지만, 올해 들어 헤알화 환율이 반등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에 따라 고액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계층에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다만, 이자율과 환율의 동시 변동, 국가 신용과 시장위험 등 변수가 상존한다. 고금리와 세제혜택에만 치우친 판단보다는 투자국가의 정책, 경제구조, 환율변동 리스크를 포괄적으로 살펴야 한다.
기업 리스크: 신뢰의 회복과 시장의 반응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는 최근 연이은 소비자·경영 논란, 경찰 조사, 그리고 대표의 대국민 사과로 주가가 역대 최저치를 찍고 있다. 기업 가치를 견인하던 ‘인물 브랜드’ 효과가 사라지자, 투자자 신뢰가 급속히 위축됐다. 이에 본사는 대규모 가맹점 지원책과 최대 50% 할인행사라는 적극적인 구제 방안을 내놨다.
이 과정은 단순 광고모델의 일시 퇴장이 기업의 근본 경쟁력에 직격타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짧게는 식품 원산지 표시 위반부터, 경영상 의사결정 및 책임소재 논란, 소비자 신뢰 상실 등 기업 내부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할인전, 가맹점 상생 지원 등은 위기 대응책이지만, 동시에 장기적으로 본업 경쟁력과 내부관리 체계 확립이 더 중요함을 일깨운다. 시민들과 투자자, 그리고 시장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결국 신뢰에 기반한 투명한 경영이다.
자산, 신뢰, 그리고 제도의 지속 가능성
개인의 자산 형성부터 노년의 생계, 시장의 투자흐름, 기업의 신뢰 위기까지 한 달여 사이에 벌어진 주요 경제 이슈들을 들여다보면 ‘자산’은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책의 설계, 사회적 안전망 구축, 투명한 경영, 시장 리스크의 분산 등 다양한 제도와 문화의 집합체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사회는 한편으론 청년의 미래 준비를 돕고, 한편으론 노년의 최소한 생활을 지키며, 또 다른 면에선 기존 경제구조의 불투명함, 신뢰 위기, 투자시장의 유혹과 리스크가 맞물린다.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는 돈, 자산,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제도와 신뢰가 있다. 자산을 키우는 데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그 자산이 어떻게 형성되고, 누가 안전하게 관리하며, 어떤 방식으로 신뢰받는가가 앞으로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