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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하게 뒤바뀐 실리콘밸리의 룰: 투자, 테크, 그리고 책임의 경계

미묘하게 뒤바뀐 실리콘밸리의 룰: 투자, 테크, 그리고 책임의 경계

거대한 자본이 이동하는 순간: IPO와 빅딜의 현주소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본과 영향력이 새롭게 흘러가고 있다. Figma, Ambiq Micro의 증시 상장과 Windsurf-구글·OpenAI·Cognition 간의 기술 및 인재 확보전, 그리고 테슬라 관련 소송까지 최근의 주요 사건들은 단순한 투자 성공담이나 기술 획득 사례로만 볼 수 없다. 개별 사건을 보면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벤처캐피털(VC), 스타트업 경영진, 직원, 거대 테크 기업, 이용자, 사회적 규범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먼저, Figma와 Ambiq Micro는 각기 다른 규모의 IPO(기업공개)였지만, 공통적으로 벤처캐피털 ‘Kleiner Perkins’의 성공적인 투자 사례로 주목받았다. 2025년 7월 기준 Figma의 IPO 이후 Kleiner Perkins는 대략 91억 달러 상당의 잔존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고, Ambiq Micro 역시 IPO 성공으로 Kleiner가 보유 중인 약 9100만 달러의 지분 가치가 확인됐다. Windsurf와 관련된 베팅에서도 Kleiner Perkins는 Google의 ‘인재 및 IP 라이선스’ 빅딜에서 세 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실리콘밸리 투자 생태계의 ‘승자’가 누구인지 확연하다. 하지만 이른바 ‘유니콘’ 성공 공식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직원, 투자자, 창업자의 온도차: Windsurf 사례의 뒷면

2025년 초 Google은 Windsurf(구 Codeium)에 24억 달러를 지급하고, 창업자를 포함한 주요 인재 약 40명을 이적시키는 방식으로 기술과 인적 자원을 확보했다. 이 중 12억 달러는 기존 VC 등 투자자에게 돌아갔고 나머지 12억 달러는 인수된 인재의 보상 패키지로 분배됐다. 언뜻 보면 VC와 창업자, 인수된 일부 인재에겐 성공적인 ‘엑시트’였지만, 전체 직원 약 250명 가운데 Google로 이적하지 못한 다수의 팀원에게는 ‘통상적인 매각’과 달리 금전적 수혜가 제한됐다.

더불어 한때는 OpenAI 인수가 무산된 뒤, 뒤이어 진행된 Google 딜(주식 인수 없이 IP-인력만 획득)이 투자자와 핵심 인사의 몫을 우선 보장한 사례로 여겨졌다. 익명의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Windsurf 운영진과 투자자는 회사에 1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남겨두긴 했으나, 직원 주주 전체가 매각가 기준으로 즉시 금전적 이득을 얻는 구조는 아니었다. “충분한 자금이 남았으니, 운영은 가능하다”는 쪽과 “지금 나눠줘야 한다”는 시각이 맞서기도 했다.

이후 Windsurf 잔여법인은 Cognition에 IP·제품·고용 인력을 매각함으로써 Google에 이직하지 못한 직원들 대부분도 일정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내부적으로 봤을 때 ‘모든 이가 승자’인 공식은 이제 더 이상 자명하지 않다. 이 과정을 두고 실리콘밸리 일부 투자자들은 창업자 리더십의 책임과,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내부 신뢰 관계의 균열을 지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중심의 도로에 기업 로고들이 어우러진 상징적인 풍경 일러스트

투자 수익, 경영 구조, 근로권: 실리콘밸리 판도가 던지는 질문

세부 사례를 통해 드러나는 패턴 중 하나는 스타트업이 어느 순간부터 전통적인 ‘공동체적 성공’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거대 IT기업이나 VC는 투자자-창업자-소수 핵심 인재 중심으로 성과가 재분배되고, 그 밖의 다수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새롭게 드러났다. 특히 Windsurf의 사례는, ‘인수’가 아니라 ‘기술 라이선스-인재 확보’ 계약으로도 상당한 금전적 이득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예상치 못한)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내에서 스타트업 관련 근로자 보호 정책, 스톡옵션 제도, 투자자-근로자 간 이익 배분 투명성에 대한 논의를 촉진한다. 시장이 커질수록, 그리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내부 갈등이 표면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문화와 계약 관행이 어떤 방향으로 재설정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테슬라 Autopilot 재판: 기술의 책임, 사회의 책임

기술 영역에서의 책임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2019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테슬라 Autopilot 차량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테슬라 측에 3분의 1의 과실(벌금 포함 약 2억 4,250만 달러 책임)을 물었다. 운전자가 기능을 오인했고, Autopilot 시스템도 정확히 제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 판결의 사회적 파장은 단순 한 회사의 문제를 넘어, ‘기술적 보조 시스템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반복적으로 운전자와 제작사의 책임을 모두 지적해왔다. 하지만, 테슬라는 소송 이후에도 ‘기술 자체로 사고를 완전히 예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항소를 예고했다. 차량 자동화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사용자 과신과 제조사 책임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벤처 캐피털: 기대, 한계, 그리고 변화

다수의 기사에서는 Kleiner Perkins와 같은 대형 VC의 성공 사례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금 대비 수익률, IPO 또는 빅딜로 인한 엄청난 환수액, 그리고 신규 스타트업의 상장 대기 등은 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Windsurf 사건에서처럼 창업자와 VC, 그리고 직원의 몫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현실, IPO 또는 매각 방식의 다양화, 투자자-근로자 간 기대치 불일치 등이 장기적 신뢰 기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근본적 문제는 남는다. 실리콘밸리의 모든 성공이 모두에게 성공이 되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결론: 기술 생태계와 사회적 책임의 새로운 균형

이번에 드러난 실리콘밸리 주요 사건들은 단순한 성공 신화로만 해석될 수 없다. 대형 VC의 수익, 테크 기업의 인력 확보 전략, 기술 발전에 따른 책임 소재, 그리고 고용·이익 배분에 대한 긴장까지. 일련의 사건들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욱 복잡해짐과 동시에 사회적 책임의 조건이 급격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 주체들이 어떤 원칙과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지, 그리고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지키며 성장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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