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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AI, 혁신의 ‘비정상성’이 바꾸는 풍경

우주와 AI, 혁신의 ‘비정상성’이 바꾸는 풍경

개인의 도전, 산업의 경계선을 넘다

기술 혁신의 흐름을 한 번에 조망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때때로, 전혀 다른 분야의 대담한 시도와 실패, 예기치 않은 성공이 나란히 이어지면, 새삼스럽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를 다시 묻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공통점은 누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전통적인 방식이 어디서 한계를 드러내며, ‘비정상적’인 것들이 어떻게 산업을 흔드는가에 있다.

패러다임을 흔들면서 현실이 된 선택, 그리고 처음의 한 발은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우주, 인공지능, 에너지, 스타트업에 걸친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이들의 연결점과 사회적 의미를 짚어본다.


실패와 도전의 반복: SpaceX의 Starship 실험이 남기는 것

SpaceX의 Starship은 지난 1년간 반복적으로 폭발과 실패를 경험했다. 2025년 6월의 가장 최근 실험 역시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텍사스 시험장에서 ‘정지 연소(static fire)’ 직전 엄청난 폭발이 발생했고, 이는 무려 171피트(약 52미터) 길이의 로켓이 마치 벼락을 막은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주변 지역에 피해는 있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고, 원인은 탱크 내 압력 용기(COPV)의 결함이었다고 SpaceX는 밝혔다.

이전에도 1월, 3월, 5월 등 여러 차례 폭발이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의 Starship 개발 과정 전반에서 비슷한 실패가 되풀이되고 있다. 그 와중에도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발사 횟수 제한을 5회에서 25회로 크게 늘렸고, 올해를 “Starship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SpaceX의 의지는 여전하다.

다만, 시험이 이어질수록 ‘실패의 빈도나 규모’에 대한 보도와 해석도 다르다. 일부 매체는 “폭발 자체가 혁신의 증거”로 본다. 신속한 피드백 루프와 반복 실험은 실리콘밸리식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익숙하다. 하지만 이 방식이 대형 하드웨어 산업, 그것도 우주처럼 반복 실험이 매우 고비용인 분야까지 널리 적용될 수 있을까? 여기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변수들이 많다.

그럼에도 SpaceX의 접근은 분명 산업계에 ‘시도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우주 개발사가 장기간 설계와 예산을 투자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프로젝트를 중단하곤 했던 것과 달리, SpaceX는 비교적 빠른 실험 사이클과 오류 수용의 태도를 내세운다. 실제로 최근의 대형 실패에도 불구하고, 엘론 머스크는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촉진하고 있다.

이 점은 뒤에서 언급할 새로운 우주 벤처들의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무시된 기술의 재부상: Aetherflux와 우주 태양광

SpaceX가 당장의 성공보다 빠른 실험 속도를 중시한다면, Aetherflux는 ‘과거엔 외면받았던 기술’을 새롭게 적용해 판을 바꾸려 한다. Aetherflux는 로빈후드를 공동창업한 바이쥬 바트가 창업했다. 이 업체는 우주 태양광 발전, 그 중에서도 ‘지구 궤도에서 모은 태양광을 강한 레이저 빔으로 지상에 보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항공우주 기업들에서조차 그리 주목하지 않았던 접근법이다.

기존 우주 태양광은 거대한 마이크로파 송신기와 대형 위성 등 ‘매번 이론적으로만 20~30년 후쯤 실현 가능’하다고 평가되곤 했다. 규모와 복잡성이 현실적인 추진을 막았기 때문이다. Aetherflux는 이 부분을 혁신 대상으로 삼았다. 대안은 훨씬 작고 기민한 시스템. 초점 조정이 가능한 파이버 레이저를 사용해 에너지를 전송하고, 지상 수신기의 크기도 ‘이동식’으로 줄일 방침이다.

군사용 응용이 우선 고려되고 있다. 미 국방부 역시 전장에 연료를 날라야 하는 부담이 줄어드는 점을 높게 평가해 초기 자금을 투입했다. 실제로 “레이저 스폿 크기를 10m 이하, 목표로는 5m까지 줄일 수 있다”는 설명에서 볼 수 있듯, 집중도가 매우 높고, 수신기도 적의 손에 들어가더라도 군사적 가치가 제한되는 크기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해당 기술이 2007년 미국 우주정책 조사 보고서에서도 ‘잠재력 있음’으로 언급됐으나, 실제로 나선 기업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기존 항공우주 기업이 왜 애초에 해보지 않았는가에 대해 Bhatt는 “외부인의 시각이 기회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태도는 이종 산업 경계에 있는 창업자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Aetherflux는 테스트 위성을 1년 안에 발사 목표로 개발 중이다. 긴 공공 부문 프로젝트 없이 민간과 군, 그리고 세계적 에너지 네트워크로의 확대까지 바라본다. 만약 실험이 성공하면 국방뿐 아니라, 상시 전기 공급이 어려운 지역이나 재난 대응 등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엔 ‘실패를 수용하되 집요하게 시도’하는 SpaceX의 철학, 그리고 예상 밖의 파괴적 혁신이 맞물린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위성 빔과, 멀리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실루엣


한 명의 힘, AI와 ‘젊은 유니콘’의 탄생 가능성을 열다

AI 분야에서 또 다른 움직임이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Base44는 설립 6개월 만에 Wix에 8000만 달러에 인수됐다. 창업자 마오르 슐로모와 불과 8명의 팀이 이룬 성과다.

노코드·제로코드, 특히 LLM(대형언어모델)을 활용해 기존 코딩 없이 텍스트 입력만으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자동 제작하는 ‘바이브-코딩’ 분야에서 촉발된 파괴적 성장이었다. 이 서비스는 등록 두 달 만에 10,000명, 반 년 만에 25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성장 자체도 주목받았으나, 더욱 두드러진 점은 창업자가 개발-운영-마케팅 등에서 거의 ‘개인에 준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AI 기반 서비스는 전통적 IT 기업과 비교해 훨씬 적은 인력으로도 상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Base44 역시 실제 수익을 이미 내고 있었다. 팀이 작고 기간이 짧다 보니 인수가는 대형 M&A보다는 낮은 편이었으나,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Base44의 ‘바이브 코딩’이 특정 코드나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업무 자동화, 보안, 데이터 연동까지 포괄한다는 점이다. 기업 수준의 복잡한 시스템도 적은 인력과 빠른 반복으로 구현하고, 수익모델을 일찍부터 증명한 사례로 기록된다.

Wix가 인수를 결정한 이면에는, 앞으로 ‘한 명 혹은 작은 팀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실험되고 있다. 솔로 유니콘이 현실화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LLM, 클라우드 등 혁신 기술의 결합이 산업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만은 점점 명확해진다.


혁신의 의미와 전통과의 대화

SpaceX, Aetherflux, Base44 모두 기존 규범에서 벗어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우주 탐사에서 ‘성공’보다 ‘빠른 실패와 반복’, 오랫동안 논의만 되던 우주 에너지를 빠르고 소형화된 방식으로 현실화하려는 시도, 그리고 극소수만의 힘으로 AI 조기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결은 다양하다.

이들 모두를 지탱하는 공통 토대는 ‘실패를 용인하는 실험정신’과 ‘외부자의 시각’, 그리고 ‘예상 밖의 효율성 추구’이다. 산업 구조 내부의 관성, 대형 투자 없이도 ‘먼저 해보는 힘’이 혁신의 요체임을 다시 보여준다.

동시에, 각 영역에 내재된 위험이나 제약도 무시하지 않는다. 우주 하드웨어는 한번의 실패가 프로젝트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고, AI 기반 플랫폼이 갖는 데이터 윤리 및 보안, 에너지 비즈니스의 다양한 규제 역시 고민해야 할 영역이다. 모든 새로운 도전에 엔지니어링과 사회적 검증, 제도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명확하다.


향후에 주목할 변화

주요 산업들은 지금도 경계 바깥의 혁신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주와 에너지는 스타트업의 기민함과 국방·공공 연구의 협력이 만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AI와 플랫폼은 개인 창업자가 대기업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는 도구의 시대를 맞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통 산업과 신생 벤처, 직접 실험과 기존 논의를 넘나드는 이 반복-실패-다시도전의 문화가, 다음 세대 기술 생태계의 바탕이 되고 있다.

경쟁력의 기준은 점점 더 단기간 내 실질적 성과, 비정상적 집착, 실패의 기록에서 얻은 교훈으로 이동한다. 이 흐름에서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시도한 방식과 남긴 족적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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