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비용 대폭 인상, 캘리포니아 AI 규제의 새 기준, 엔비디아의 영국 베팅
H-1B 비용을 100,000달러로 올린 결정의 실무적 의미
미국 행정부가 새로 발표한 대통령 선언문은 신규 H-1B 비자 신청에 대해 100,00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기존 등록 수수료가 215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액 자체의 변화는 극적이다. H-1B 비자는 정보기술, 공학, 수학, 의학 등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직종에서 외국 인력을 고용할 때 기업이 사용하는 주요 채널이다. 연간 발급 한도는 일반 쿼타 65,000건과 미국 대학원 학위 취득자에게 배정된 20,000건으로 구성된다. 발급은 통상 복수년 단위로 이루어지며 연장이나 영주권 전환이 가능하다.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프로그램 남용을 줄이고 미국인 노동자의 임금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발표문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대규모로 H-1B 승인 수를 늘리는 동안 미국 내 해고를 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선언문은 국가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개별적 예외를 둘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노동부 장관에게 임금 기준을 재검토해 외국인 채용으로 미국인 임금이 잠식되는 일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실무적 파급효과는 복합적이다. 고액 수수료는 단기적으로 기업의 신규 H-1B 채용 비용을 급증시킨다. 비용 부담은 인력 수요가 높은 대형 IT 기업에 즉각적인 영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벤처와 스타트업 생태계는 H-1B 특성상 창업 초기 창업자나 핵심 엔지니어를 직접 채용해 성장 동력을 얻어 온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인력 확보 전략의 변화를 고려하게 된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는 해외 고급 인재 유입 경로에 제약이 가해지면 연구개발과 창업 생태계의 인재 풀에 장기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벤처 업계 단체는 H-1B가 직접 창업을 바로 가능하게 하진 않지만 미국 내 창업자 역량과 경험을 키우는 통로라고 주장해 왔다.
한편 기업들은 비용 상승에 따른 대응책으로 기존 직원의 비자 전환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하거나, 원격 채용과 해외 법인을 통한 인력 확보를 확대할 수 있다. 이 경우 고급 일자리가 국경을 넘나들며 유지되는 방식은 바뀔 수 있다. 이번 정책은 비자 제도의 구조적 한계, 고숙련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 그리고 국가별 인재 유치 경쟁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다시금 부각시킨다.
이번 조치의 법적·행정적 세부 집행 방식은 앞으로 노동부와 이민 당국의 규정 정비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는 범위와 예외 요건, 임금 산정 기준 변경의 방향을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규정이 실제 채용 관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집행 방식과 사후 행정 해석에 크게 좌우된다.
회색지대를 좁히려는 캘리포니아의 AI 안전 규제, SB 53의 핵심
캘리포니아 주 상원이 최종 승인한 SB 53은 AI 모델을 개발하고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에 대해 안전성과 투명성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전년도에 상정됐다가 거부된 보다 포괄적 규정과 달리 적용 대상을 대형 AI 기업으로 좁혀 연간 AI 모델 관련 매출이 5억 달러를 넘는 기업을 중심으로 규율한다. 적용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스타트업과 소규모 혁신 주체에 대한 규제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SB 53의 주요 내용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업은 자사가 개발한 모델의 안전성 평가 결과를 공개하도록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중요한 사고나 시스템 고장 등 안전 관련 사건 발생 시 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다. 셋째, 기업 내부에서 안전 문제를 인지한 직원들이 외부 당국에 문제를 신고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 진정한 내부 감시 기능을 보완한다는 점이다. 특히 직원 신고와 관련해 NDA나 내부 압력으로 인해 문제가 묵인되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장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캘리포니아가 이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단순한 지역 입법을 넘어 산업적 무게를 지닌 결과를 초래한다. 주에는 주요 AI 연구소와 기업의 본사가 있거나 큰 연구·개발 거점을 두고 있어 주 정부의 규제는 실질적으로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영향을 준다. 법안의 통과 여부는 주지사의 서명으로 최종 확정된다. 이전에 유사한 법안이 거부됐던 점을 고려하면 최종 결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연방 차원의 규제 방향과의 관계도 주목할 부분이다. 연방 정부는 규제의 전국적 통일성을 주장하며 주별 규제가 기술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반대로 주 단위에서의 규제가 혁신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SB 53은 이러한 균형 지점을 실무적으로 시험하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적 의미는 두 겹이다. 안전성·투명성 강화 요구는 기업의 기술 개발 프로세스와 내부 거버넌스 구조를 재정비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동시에 대형 AI 회사에 대한 규제는 시장 내 경쟁 구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된다. 규제의 대상과 범위, 집행 방식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캘리포니아는 AI의 상업적 발전과 공공 안전 사이의 균형을 재설정하는 참조점이 될 수 있다.
엔비디아의 20억 파운드 약속과 웨이브의 기술적 방향
엔비디아가 영국 AI 스타트업 생태계에 20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 약속을 내놓으면서 현지 산업에 대한 관심이 구체적 자금 유입으로 연결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 약속에는 벤처캐피탈과 전략적 파트너들이 포함되며, 영국 내 자율주행과 AI 응용 분야에 대한 자본 공급을 확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주목받는 사례가 웨이브라는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이다. 웨이브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차기 펀딩 라운드에서 최대 5억 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웨이브의 기술적 차별점은 규칙 기반 주행 대신 데이터 기반의 엔드투엔드 학습 방법을 채택한다는 점이다. 지도 데이터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카메라와 레이더 같은 기존 센서를 활용해 차량이 스스로 주행 패턴을 학습한다. 이 방식은 별도의 고해상도 지도 없이도 다양한 주행 환경에 적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아키텍처다. 기술적으로는 많은 데이터와 고성능 연산 능력이 요구된다. 엔비디아의 차량용 컴퓨팅 플랫폼 드라이브 AGX 토르는 이러한 연산 수요를 처리하기 위한 하드웨어 축으로 자리잡는다. 웨이브는 이미 엔비디아의 이전 세대 GPU를 활용해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고, 이번에는 토르 기반의 차세대 플랫폼을 통합해 레벨 4 수준의 ‘눈을 떼도 되는’ 주행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산업적 함의는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자율주행 상용화의 핵심 축으로 재확인된다. 하드웨어 공급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긴밀히 협력할수록 차량 제조사들이 통합 솔루션을 채택하기 유리해진다. 둘째, 대규모 전략적 투자가 집중될 경우 특정 플랫폼 생태계의 우위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드웨어 의존적 개발 환경에서는 표준과 호환성의 문제가 생기며, 이 과정에서 특정 벤더의 기술이 표준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영국은 이번 투자 유치로 AI와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연구개발 허브로서의 입지를 다질 기회를 얻는다. 이는 인재 유치, 테스트 베드 확대, 규제 프레임워크와의 연계라는 측면에서 장기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술 안전과 규제의 측면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데이터 기반 학습 시스템은 학습 데이터의 범위와 품질에 따라 성능과 안전성이 좌우된다. 상용 운영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도로 상황에 대한 검증과 투명한 안전성 평가가 필수적이다. 엔비디아의 투자와 웨이브의 기술 발전이 결합될 경우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동시에 검증과 규제 체계의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세 건의 사안은 각각 다른 영역을 건드리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기술의 상업화 과정에서 규제, 자본, 노동시장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결을 이루는지를 보여준다. H-1B 변경과 같이 인력 유입 형태가 바뀌면 기술 생태계의 인재 구조가 달라진다. 캘리포니아의 AI 규제 움직임은 기술 개발의 안전성과 사회적 책임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를 보여 준다. 엔비디아의 영국 투자는 기술적 자원을 한 지역으로 집적시켜 산업적 파생 효과를 만드는 전형적 사례다. 이들 요소가 결합하면서 기술의 발전 방식과 사회적 영향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