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시장을 움직이는 다섯 개의 풍경
디저트 한 조각, 문화가 되다: 크럼블 쿠키의 미국적 성공
미국의 쿠키 프랜차이즈 크럼블(Crumbl)이 단순한 베이커리 체인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과 6년 만에, 창업 초기의 실험적 레시피 하나가 미국 전역을 장악했다. 2023년 기준 15억 달러가 넘는 매출, 1,100개가 넘는 매장, 스타벅스를 앞지른 틱톡 팔로워 1,000만 명. 쿠키라는 평범한 제품을 어떻게 이렇게 강렬한 문화적 상품으로 만들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크럼블의 성장 동력은 세 가지다. 첫째, 한 주 단위로만 판매하는 테마 쿠키 메뉴. 희소성은 소셜미디어 바이럴을 유발한다. 이용자들은 새로운 맛을 인증하고, 언박싱 영상을 올리며, 한정된 경험을 공유한다. 둘째, 핑크색 박스, 감각적 패키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쉬운 포장 디자인이 이미 브랜드의 상징이 됐다. 셋째, 매장은 단순하다. 키오스크 주문, 단일화된 메뉴, 미니멀한 동선. 젊은 세대의 ‘효율 중시’ 소비방식과 딱 맞아떨어진다.
이 모든 감각적 마케팅 뒤에는 요리 비전공자의 실험, 기술·디지털 마케팅 업계 경험, 치밀한 소비자 분석이 숨어 있다. 크럼블은 유명인과의 콜라보도 적극적이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카일리 제너와 협업한 신제품 출시 등이 소비자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단순히 쿠키를 파는 가게에서, ‘경험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장한 셈이다.
해외 진출과 기업 공개(IPO)를 앞두고, 빠른 확장 속의 품질관리, 높은 칼로리 이슈, 건강 논란 등과 같은 도전도 뒤따른다. 그러나 소비와 놀이, 사회적 인증까지 연결하는 오늘날의 식문화, 소셜 미디어 활용법, 경험 중심적 소비 트렌드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현장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쿠팡의 성장 공식: 데이터, 인프라, 그리고 습관
한국의 유통·플랫폼 시장을 논할 때 쿠팡을 빼놓기는 어렵다. 한때 적자와 고정비 부담으로 ‘위험한 기업’ 취급을 받았던 쿠팡이 2025년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확실한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11% 성장한 79억 달러, 영업이익은 1억 5,400만 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물류 시스템이 있다. 전국을 아우르는 ‘로켓배송’ 인프라와 직매입에 기반한 공급망이 결정적이다. 빠른 배송, 새벽배송, 신선식품 전용 물류까지, 소비자인 ‘와우멤버십’ 가입자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촘촘하게 확장했다. 회원제에 기반한 락인 효과는 배송, 반품, OTT 콘텐츠까지 소비 생활 전반을 연결시켰다. 쿠팡플레이의 EPL 중계권, K리그, 국가대표 경기 등 스포츠 콘텐츠 확장, 오프라인 이벤트, 복수 플랫폼 운영 등 타 OTT와 차별화된 행보도 이어진다.
한편, 성장의 그림자도 분명하다. 전체 매출의 대부분이 한국 시장에 집중돼 있다. 대만 로켓배송은 본격적인 확장 초기 단계에 그친다. 아파트 중심 주거 문화와 인구 밀도, 낮은 택배 단가 등 특정 시장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모델이다. 물류센터 투자, 인건비, 운송 차량 유지 등 고정비 부담도 크다. 규제 강화, 공정거래 이슈 등 예측 불가한 리스크 역시 상존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쿠팡의 실적 개선과 성장성에 힘을 실으며 목표가를 상향하지만, ‘한국을 넘어서는 성장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제2의 아마존·알리바바로 올라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유산, 세대, 투자: 자녀를 위한 ETF 증여 활용법
자산 이전, 세대 간 부의 이동에 대한 고민은 점점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세법상 미성년 자녀에게 10년마다 2,000만원, 성년이 되면 5,000만원까지 증여세 없이 자산을 이전할 수 있다. 0세부터 31세까지 단계별 증여를 활용하면 최대 1억 4,000만원을 비과세로 물려줄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단순 현금 증여의 잠재적 가치 하락(물가 상승)이 심각한 시대다. 최근 20년간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56%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금액도 증여 직후부터 ETF, 특히 미국 S&P500 등 대표지수 추종 ETF에 장기·적립식으로 투자하면 복리 효과로 기대수익이 크게 늘어난다. 연 5% 기준 20년 뒤 2.6배, 연 10% 내외라면 6배 넘게 불어난 사례가 실제로 보고되고 있다.
주식, 부동산 등 개별 자산 대비 ETF의 장점은 낮은 수수료와 분산 투자에 있다. 투자 습관의 조기 교육과 금융 문해력까지 함께 길러줄 수 있다. 단, 증여는 비과세 한도 내라도 꼭 정식 신고 과정을 거쳐야 세법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에너지 지형의 변화와 자원 자립: 미국 원전·우라늄 산업 재조명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원전 발전 용량 4배 확대’를 공론화하며, 우라늄 관련주가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2050년까지 400GW 달성 선언은 전력수요의 폭증(인공지능,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과, 재생에너지의 공급 불안정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우라늄 소비국이지만 자급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연 5,000만 파운드 사용 중 자체 생산량은 불과 100만 파운드, 사실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 연방 정부는 우라늄 채굴·정제·가공의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명시하며, 국가 안보와 에너지 자립의 전략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의 시세는 이미 크게 올랐다. 산업·정치적 신호에 따른 시장의 빠른 반응이다. 실제 투자와 정책, 자본의 흐름이 장기적으로 촉진될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으나, 글로벌 에너지, 자원 안보, 빅테크의 물리적 인프라 수요가 맞물리며 관련 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부각되고 있다.
금융 노동시장의 단면: 은행과 플랫폼 혁신의 명암
5대 시중은행과 주요 인터넷은행의 지난해 평균 근로소득은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임원 소득은 은행별로 2~5억원대, 평균 퇴직금도 3억원 수준이다.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모두 연간 임금인상, 경영성과급 등 다양한 요인이 소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KB국민은행은 직원 평균 근로소득 1억1,754만원으로 1위, 임원은 5억5,568만원을 기록했다. 퇴직금 역시 각종 특별퇴직금을 포함해 고소득 구조가 유지됐다.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등 신규 은행도 직원 평균 1억원 내외, 임원은 1억5,000만원에서 3억원을 넘나든다.
높은 연봉, 안정적 소득은 금융권 구직 매력으로 이어진다. 다만, 희망퇴직·특별퇴직제도 확대와 더불어, 신사업 성장 둔화, 인력 구조조정 등 구조적 변화도 검토돼야 한다. 은행 고연봉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가, 디지털화와 IT기반 혁신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지키고 있는가 등의 질문도 계속 남는다.
각 섹션은 서로 다른 시장, 산업, 세대를 다루지만 결은 닮아 있다. 평범한 일상상품에 문화와 기술이 개입하면 완전히 새로운 소비가 태어난다. 법률, 제도, 재무적 습관을 현명하게 살피면 자산 이전의 시스템도 진화한다. 시장과 자원의 흐름, 전통 산업과 혁신 플랫폼의 공존·경쟁은 사회 전체의 풍경을 바꿔놓는다.
이 다섯 가지 풍경은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와 산업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힘의 방향성을 읽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