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회 경계에서: 감시, 접근성, 그리고 AI 웨어러블의 확장
감시의 신호: 아이폰 스파이웨어와 이란 사례
최근 아이폰 사용자 일부가 정부 기관의 스파이웨어 공격 대상이 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란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본인의 디바이스에서 애플의 ‘위협 알림’을 받은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란 디지털 권익 단체인 Miaan Group과 보안 전문가들은, 내부고발자 출신 가족 및 정치적 망명을 이유로 단속 대상이 된 사용자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공격은 단순한 해킹을 넘어 체계적 감시로 이어진다. 애플은 2021년 이후 150여 개국 사용자에게 유사한 알림을 보낸 바 있지만, 정확한 수치나 국가별 목록은 공개하지 않는다. 위협 알림 시스템 자체는 상업 스파이웨어—예를 들면 NSO 그룹의 페가수스 같은—와의 싸움에서 일정 역할을 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범위나 효과를 추산하기는 어렵다. 스파이웨어 제작자 신원이나 상세 경위는 좀처럼 밝혀지지 않으며, 피해자 대부분은 사건의 민감성 때문에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위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연락을 끊는 경향을 보인다.
애플은 추가적인 지원책으로 AccessNow와 같은 디지털 권익 단체를 안내한다. AccessNow는 기술 지원 및 사고 조사, 피해자 보호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점, 위치·사회적 맥락이 복잡하게 얽혀 보안 대응도 단일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우주 산업의 이면: 인프라 제약과 신기술 이동의 현실
Rocket Lab은 버지니아 월롭스 섬에 위치한 중형 로켓 발사장(MARS)에서 Neutron 로켓 시험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초대형 로켓 구조물을 옮기려면 섬 주변 수로 ‘Sloop Gut’의 수심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기존에는 Electron처럼 작은 로켓만 도로로 운반이 가능했지만, 대형 Neutron 부품은 해상으로 운송해야 한다.
회사 측은 장기적으로 준설 허가를 받아 영구 수로를 만들 계획이지만, 연방 육군공병단의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안으로 ‘케딩(kedging)’이라 불리는 전통 항해법을 임시 도입하려 한다. 케딩은 앵커와 줄을 반복 사용해 얕은 물길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 방법마저 허가가 늦어진다면, 바지선을 해변과 램프, 거대 크레인을 동원해 이송하는 방안을 고안했으나 계절적 제약이 심하다.
다른 운송 경로(육로, 공공 선착장 등)도 검토됐지만, 비용이나 인프라 부족으로 대안이 되지 못한다. 결국 초대형 기술 개발조차 산업 인프라, 행정 절차, 계절 변화 등 현실적 물리 환경에 좌우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는 우주 발사를 둘러싼 혁신적 서사 뒤에 놓인, 무게감 있는 현실의 한 단면이다.
웨어러블 AI, 기존 플랫폼의 경계 너머로
Amazon이 인수한 AI 웨어러블 스타트업 Bee는 고도화된 비서 기능을 토대로 소형 디바이스와 애플워치 앱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휴대하는 액세서리가 주변 대화,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일정·리마인더 등 개인화된 알림을 생성한다.
Bee가 제시하는 생활기술의 핵심은 ‘기록-분석-추천’이 한 번에 이뤄지는 일상 비서로서의 존재다. 기존 가정 내 음성 비서(예: Echo)와 달리, 개인 공간 밖 실제 세계로 확장하는 점이 특징이다. ‘AI 동반자’라는 슬로건 자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경계, 프라이버시와 편의성 사이의 긴장을 가시화한다.
기능 자체는 비교적 낮은 가격대(하드웨어 $49.99, 월 $19 구독료)와 높은 접근성, 매일 휴대할 수 있는 가벼움을 내세운다. 상위 가격대 경쟁 제품이 실패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 가격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소리, 대화, 상황 인식이라는 본질 때문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이슈가 따른다. Bee는 ‘원할 때만 녹음’, ‘동의한 등장인만 기록’, ‘위치·주제별 일시정지’, ‘클라우드가 아닌 온디바이스 분석’ 등 일련의 보호책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Amazon이 이끌게 될 미래에는, 개인정보 취급 정책이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Amazon은 과거 Ring 보안카메라 데이터 제공 논란 등에서 사용자 동의 없는 정보 공유로 신뢰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AI 웨어러블 산업은, 기술 진보 속도의 이면에 ‘데이터가 누구의 것인가’, ‘어디까지 일상을 자동화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긴장에 마주한다.
테크놀로지와 통제, 접근과 안전 사이
이번 세 가지 사례는 기술 진보의 혜택과 그림자를 함께 드러낸다.
한쪽에서는 시민의 정보권과 프라이버시가, 다른 한쪽에서는 국가 차원의 감시·규제 시스템이 점점 정밀해지고 있다. 첨단 로켓 개발 역시 단순히 과학자·공학자의 집념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와 행정, 육체적 환경과의 교섭 속에서 실현 가능성을 찾아간다. 웨어러블 AI 도입은 개인화의 극한에 다가가고 있으나, 편의성과 불안감이 공존한다.
기술 기업과 사용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남는 질문이 있다. 우리가 새로운 기술/서비스를 받아들이는 방식, 그것이 우리의 삶과 권리, 사회적 규범에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 확실한 점이라면, 안전도, 접근성도, 혁신도 ‘하나로 통일된 해답’이 없다는 데 있다.
기술이 세계를 움직일수록, 어느 쪽의 균형이든 합리적 고민과 다각적 접근이 필요해졌다. 혁신의 이면에 놓인 ‘조건’과 ‘전제’를 놓치지 않는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부록: 추가로 궁금할 만한 내용 정리
1. 애플의 위협 알림은 정확도가 얼마나 되나?
애플 자체는 정확도, 감지 방식 세부 공개를 일절 하지 않는다. 대체로 알려진 것은, 비정상적 활동을 탐지할 경우(예를 들면 드문 프로그래밍 방법이나 알려진 스파이웨어 흔적) 알림을 발송한다는 점, 탐지되지 않는 경우도 남아 있다는 점이다.
2. Rocket Lab의 Neutron, 왜 MARS 발사장에 집착하나?
플로리다 등 주요 우주발사장은 대기시간, 사용료, 연간 발사 횟수 제한으로 경쟁이 심하다. 버지니아 MARS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많은 수의 발사를 감당할 수 있다. 다만 좁은 수로와 작은 인프라가 약점으로 남는다.
3. Bee와 Amazon, 프라이버시 정책 변경 가능성은?
공식적으로 인수 후 즉각적인 정책 변경 예고는 없다. 하지만 Amazon의 과거 사례를 볼 때, 자사의 데이터 생태계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사용 동의 범위를 넓히거나, 제3자 접근권을 부여할 여지는 있다. 꾸준한 정책 검토와 공개가 필요한 대목이다.
4. 상업 스파이웨어, 어느 나라에서 가장 많이 악용되나?
페가수스, 그래파이트 등 상업 스파이웨어는 인도, 태국, 엘살바도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된다. 민주주의와 인권 압력이 낮은 국가에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5. 웨어러블 AI 열풍, 사용자들은 실제로 원하나?
시장 조사를 보면 프라이버시 우려가 상존하지만, 저가, 고기능, 휴대 편의성, 실용적 알림(건강∙안전 등) 면에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초기 실패 제품이 많았으나 가격 정책, 데이터 보호 신뢰성, 어플리케이션 연동성 등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결정된다.
이 글의 내용은 공신력 있는 자료와 공식 발표 기준으로만 정리했다. 각 권역/회사별로 실시간 정책 변화나 추가 정보가 더해질 수 있으니, 참고 시 최신 공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