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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달리하는 기술 투자: 방위 기술과 AI의 현장 변화

방향을 달리하는 기술 투자: 방위 기술과 AI의 현장 변화

방위 기술: 민간 기술과 군사용 투자의 경계에서

방위 산업은 한동안 벤처 캐피탈(VC) 업계에서 외면받았다. ‘윤리적 고려’와 더불어, 투자 유치 조건으로 민간에도 활용 가능한 이중용도(dual use) 기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유럽의 일부 투자사, 특히 발트해 지역 출신 VC들은 이같은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다크스타(Darkstar) 벤처는 순수 군사 및 방위 목적 기술에 적극 투자하는 소수 사례다. 다크스타의 설립자 라그나르 사스(Ragnar Sass)는 우크라이나에서 실전으로 입증된 군용 기술에 집중하며, 이 방식을 통해 유럽의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방향을 내세운다. 특히, 이 벤처는 우크라이나 내팀들에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서, 에스토니아 등 NATO 회원국에서 군 조달 및 정부 보조금 획득의 실무 과정을 직접 지원한다. 현실적이고 복잡한 유럽 조달체계의 문턱을 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 투자 흐름의 배경에는 러시아와 가까운 지정학적 환경, 옛 소련 점령의 역사,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산된 ‘긴박함’이 있다. 발트 3국은 공통적으로 순수 방위 기술 투자를 제한하지 않는 국가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가 두드러진다. 결국, 방위 기술에 대한 민간 자본의 직접 투자가 ‘안보 첨단화’라는 사회적 필요에 부응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벤처 캐피탈, 무기의 의미를 다시 묻다

방위 산업에 돈이 몰리고는 있지만, 유럽 벤처 캐피탈 전반이 ‘무기’ 분야에 선뜻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조달에 정통하지 않은 VC는 쉽게 길을 잃을 수 있다. 실제 현장과 연결되는 네트워크, 혹은 우크라이나엘 20회 이상 방문하며 최전선 부대 지휘관과 소통한 사스 같은 전략이 투자의 성패를 나눈다. 그가 강조하는 점은, 우크라이나 전장 경험이 곧 실전 검증이고, 이는 단순히 복제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특히 드론, 자동화, 사이버 방위, 통신, 감시 및 정찰 등 기술 범주에서 양산성과 신속함이 중시되고, 현지 부대가 자체 연구개발까지 수행할 정도로 요구 수준이 높다. ‘기술 스타트업 문화가 특수부대 내부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크스타는 실전 부대에 적합한 기술을 빠르게 검증하고 상용화하는 워크숍, 부트캠프 형태의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투자사 입장에서 더 중요한 요소는, 법적·실무적으로 우크라이나에만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군수 스타트업들은 에스토니아, 독일, 영국 등 유럽 전역으로 분산돼 확장된 포트폴리오 구성을 지향한다. 이 역시 다크스타만의 전략이다.

AI 스타트업 투자: 랭체인의 성장과 경쟁 구도

한편, 인공지능 인프라 분야의 랭체인(LangChain)은 2022년 말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시작해 2023년 벤치마크와 세콰이어 등으로부터 수천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초기 랭체인은 대형언어모델(LLM)에 웹검색, API 연결, 데이터베이스 연동 기능을 제공해, ‘실제 업무에 쓰이는 AI’로 빠르게 흡수됐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단기간 내 11만 GitHub 별을 확보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경쟁의 흐름은 빠르다. LLM API 제공사들(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이 직접 유사 기능을 제공하며, 새로운 오픈소스 프로젝트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랭체인은 ‘LangSmith’라는 SaaS형 유료관제·모니터링 상품 출시로 수익화에 속도를 냈다. 이 제품은 LLM 기반 앱을 기업 환경에 안전하게 도입하고 품질 관리하는 데 쓰인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어우러진 데스크에서 AI와 군사기술을 상징하는 추상적 장면

랭체인은 연 순환 매출(ARR) 1,200~1,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경쟁사인 랭퓨즈, 헬리콘 등의 후발주자와 차별화를 유도하고 있다. 관리자 없이도 개발팀이 무료로 시작하고, 기능에 따라 팀 협업이나 기업 단위 구독이 가능해, 실리콘밸리의 빠른 상품화 전략이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클라르나, 리플링, 레플릿 등 글로벌 IT기업이 활용 중이다.

AI의 쇼핑 경험 변화: 프라임데이와 소비자 행동

이제 AI가 실생활 속 소비 활동에 깊숙이 파고드는 양상도 뚜렷하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2024년 행사 기간 동안 미국 내 온라인 매출이 1,000억 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AI 기반 추천과 챗봇이 지난해 동기 대비 3,200%나 트래픽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직 전체 유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소비자가 더 나은 상품 탐색과 구매 결정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현상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AI 활용 목적은 제품 리서치, 추천, 할인 정보 탐색, 쇼핑 리스트 작성 등 다양하다.

소비자 설문에 따르면, AI 쇼핑 경험에 긍정적 반응(92%)이 덜어지며, 더 크거나 복잡한 구매에도 AI를 더 활용할 의사가 많다는 결과가 나온다. 구글의 제미니, 오픈AI의 챗GPT 역시 쇼핑 전용 검색 기능 추가 등 시장에 맞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관점의 차이와 사회적 함의

방위 기술, AI 인프라, AI 소비자 경험 이 세 가지 사례는 기술 투자와 활용의 방향이 단순 민간, 단순 군사, 또는 특정 산업으로 나뉘지 않음을 시사한다. 유럽 방위벤처의 ‘실전 조달’ 집중이나, 랭체인의 빠른 오픈소스→상용 S/W 전환, 프라임데이의 AI 쇼핑 트래픽 급증 등은, 현실의 요구에 맞춘 민첩한 전략 변화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방위 분야와 AI 투자 보도는 뉘앙스 차이가 있다. 방위 기술 분야는 지정학적 위기, 급박함, 현장 논리에 집중하며 실제 효과와 절차의 디테일에 무게를 둔다. 반면, AI 및 전자상거래 분야 기사는 성장성, 시장 규모, 그리고 소비자 사용 경험의 변화에 더 많은 초점을 둔다. 투자자와 소비자, 그리고 각기 다른 업계의 핵심 이해관계자가 어떤 부분에 민감한 지점을 갖는지 이 차이에서 읽을 수 있다.

기술의 실전적 가치, 시장 확장성, 그리고 소비자 행동 변화가 함께 얽히는 미래의 현장에서는, 각 분야가 서로의 경계를 허물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사업가와 투자자 모두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가’에 질문을 던지는 시점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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