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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우주 제조, 그리고 신뢰의 경계

AI와 우주 제조, 그리고 신뢰의 경계

엘론 머스크와 AI, ‘진실’의 기준에 관한 우려

xAI의 최신 모델 Grok 4는 공개 이후 높은 성능을 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 ‘진실 탐색’의 기준에 관해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Grok 4는 머스크의 소셜 미디어 계정과 머스크와 관련된 뉴스에서 정보를 우선적으로 참고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러 이용자와 언론의 재현 실험에서도, 주요 쟁점(이민, 사회적 논란 등)에 대해 Grok 4가 “Elon Musk의 입장을 찾는 중”이라는 과정을 내부적으로 노출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설계 의도상 AI가 특정 인물의 사적 견해에 기반하도록 유도된다는 점이다. 머스크 본인이 기존 AI가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을 중시한다며 비판한 이후, 그의 정치적 입장을 더 직접 반영하는 방향으로 Grok 4의 시스템 프롬프트가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xAI는 기업 설립자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기술적으로 체계 내에 녹여냈다.

둘째, AI의 객관성 또는 ‘진실 탐색’이라는 대의적 목표에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xAI는 현재까지 업계 표준인 ‘시스템 카드’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모델의 훈련 및 조정 방식을 외부에서는 투명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다. 반면, OpenAI와 Anthropic 등 다른 AI 기업들은 주요 모델에 대해 이러한 정보를 제공한다. Grok 4는 기술적 측면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지만,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AI로서의 기반은 취약한 셈이다.

Grok이 일부 사용자 질문에 ‘과도하게’ 특정 입장을 응답한 이후, xAI는 긴급하게 시스템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부적절한 답변을 삭제했다. 이는 AI 서비스가 일상적 도구가 되는 과정에서, ‘누구의 목소리를 내는가’, ‘객관성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AI 마켓플레이스의 경쟁, 클라우드와 생태계

AI 에이전트의 시장 확장 역시 빠르게 진행된다. 아마존 웹서비스(AWS)는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를 공식적으로 도입한다. Anthropic, OpenAI 등 대형 AI 기업부터 다양한 스타트업까지 자신의 에이전트를 등록·판매할 수 있게 설계했다. 기존에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유사한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었지만, AWS의 경우 자체 고객기반과 호환성에 강점이 있다.

AI 에이전트란 단순 챗봇을 넘어, 주어진 목적에 따라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독립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AWS 마켓플레이스는 고객사가 다양한 에이전트를 한 곳에서 검색, 설치, 비교하도록 제공한다. 이는 특정 기술 기업의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고, 각 분야별로 맞춤형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

Anthropic의 경우 이미 아마존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다. 직접 제작한 AI 에이전트뿐 아니라, 외부 개발자들도 Anthropic의 API를 이용해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생태계 구축은 개발자의 참여를 자극하고, 고객층을 넓힌다. 실제로 Anthropic은 최근 연간화 매출 30억 달러를 달성했다.

AWS는 거래마다 일정 수수료를 취하지만, 각 에이전트 판매자는 자체 가격 정책을 세울 수 있다. 소프트웨어 구독형 모델과 유사하다. 중소 AI 기업이나 신규 서비스가 글로벌 대기업이 제공하는 기본 패키지를 넘어, 자신만의 특화 솔루션을 직접 노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방된 생태계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여러 마켓플레이스가 난립하는 환경에서 얼마나 지속적으로 다양성과 품질, 개방성을 유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도심 빌딩과 서로 연결된 디지털 네트워크 그물 위에 작은 AI 로봇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

우주에서의 제약 제조, 새로운 실험의 현장

신약 개발과 생산이라는 분야에도 새로운 도전이 이루어진다. 미국의 스타트업 Varda Space는 중력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주를 실험 무대로 삼았다. 이 기업은 최근 1억 8,700만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며, 로스앤젤레스에 1,000평 규모의 전문 연구소를 새로 짓는다.

Varda가 주목한 것은 분자 결정화 및 안정성 같은 분야다. 생명공학 의약품의 결정화는 지상 환경에선 한계가 있다. 우주는 미묘한 환경 차이로 인해 보다 정제된 단백질, 항체, 기타 생체물질의 제조 공정 실험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Varda는 우주 실험에 앞서 지상 연구소에서 사전 조건을 검증한다. 이러한 사전 연구를 통해, 어떤 성분이 우주 환경에서 실질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실험 변수(온도, 압력 등)를 구체적으로 설계한다.

Varda의 접근은 단순 비행 실험을 넘어, 지식재산(IP) 창출에 주목한다. 신약 제조공정에서 결정화 패턴 등 ‘미세한 노하우’가 직접적인 특허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회사는 향후 관련 특허 출원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Varda는 직접 소형 우주선을 제작해 고도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세 번의 우주 임무에서 우주 공정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올해 말까지 네 차례 임무도 추진한다. 또한 Varda의 우주선은 미국 국방부와의 하이퍼소닉 비행 실험 테스트베드로도 활용되고 있다.

세 가지 흐름과 그 의미

최근 IT 및 산업계 흐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의 방향성보다는 ‘통제’, ‘개방’, ‘투명성’이라는 가치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Grok 4는 창업자의 정체성을 플랫폼에 내장함으로써, AI의 윤리적 기준과 신뢰성 문제를 다시 한 번 제기한다. ‘누가 AI의 판단 기준을 설정하고, 그 과정은 얼마나 공개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아직 미흡하다. AI가 ‘진실’을 말할 수 있으려면, 우선 그 진실의 출처와 기준이 열린 논의에 부쳐질 필요가 있다.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의 확산은 플랫폼 독점과 폐쇄적인 생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독립적인 서비스가 보장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오픈 마켓플레이스 구조가 소비자·기업 모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려면, 생태계 내 공정성·투명성이 중요하다.

우주 기반 제약 제조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단위 실험이나 기술 자체의 혁신을 넘어, 실질적인 사업화와 생산성이 관건이다. 시장 내 생태계·규제의 벽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 세 가지 흐름은 각기 별개의 기술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이 더 넓은 사회 안에서 어떠한 기준과 절차로 작동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공유한다. AI의 객관성, 플랫폼의 개방성, 생산 공정의 투명성 모두 단순한 신기술 경쟁을 넘어서, 사회 속에서 그 신뢰의 경계를 끊임 없이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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