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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에 흔들리는 금융시장, 각기 다른 대응법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금융시장, 각기 다른 대응법

국내 금융과 증시, 불안정한 환경에서의 대응 전략

국내 금융시장이 복합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주요 기업 이슈, 정책 기대, 연기금 운용 전략 변화 등 여러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대장주 하이브의 급락, 증권 업계의 정책 영향, 그리고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방침 변화가 혼재해 불확실성의 민낯을 보인다. 여기에 저축은행 업권 내부의 변화까지 더해진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신뢰와 시장 충격

최근 하이브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했다. 방시혁 의장의 IPO 정보 은폐 의혹과 관련된 금융 당국 조사 소식이 나오면서다. 하이브는 올해 들어 BTS 완전체 복귀, 한한령 해제 기대 등 호재로 42% 넘는 상승률을 기록해왔다. 전날에는 에스엠 지분을 텐센트에 매각했다는 소식이 퍼지며 52주 최고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방 의장 논란은 투자 심리에 심각한 타격을 주며 하루 만에 주가를 8% 넘게 끌어내렸다.

특히 기업의 거버넌스 문제가 시장 변동성에 얼마나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수사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투자자 신뢰 훼손만으로도 주가 변동은 즉각 나타났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비즈니스 자체의 성장 전망보다도 경영 투명성, 신뢰에 결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권가 분석은 여전히 중장기 실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잠재적 리스크가 명확히 드러나면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시장의 미래 기대와 지금의 신뢰 리스크가 상충하고 있다.

정책 기대,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권시장

대선 후보들의 증시 부양 공약, 투자세제 혜택 약속이 일제히 증권주 급등으로 이어졌다. ‘코스피 5000’ 공약, 배당소득 분리과세, 장기투자 세제 혜택 같은 메시지에 증권주 21종목 모두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정책 기대감은 현실적인 여건과 구체적 달성 방안 제시에 비해서도 강한 심리적 파급 효과를 지닌다.

실무 현장에서는 ‘저평가 심화’, ‘시장 유동성’, ‘지배구조 투명성’ 같은 구체적 문제에 집중하지만, 실제 투자자들은 국가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이는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투자환경의 새로운 특징이기도 하다. 정부, 국회, 기금운용 등 주요 경제 주체의 메시지가 투자행동과 시장가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변화와 그 의미

국민연금공단이 내년도 국내 주식 비중 목표를 14.9%에서 14.4%로 낮추고, 고수익·고위험 자산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해외주식, 대체투자로 자산구성을 점진적으로 옮긴다. 이는 기금운용 수익률 목표를 상향(연 4.5%→5.5%) 조정한 것과 맞물린 결정이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단순히 자산 비중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 재정 안정, 글로벌 분산투자 확대 등 기금 운영 환경에 구조적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이다. 특히 국내 외국인 투자자 비율과 기관투자자의 역할 변화에도 영향을 끼친다.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등락뿐 아니라, 시장 내 자금 이동에도 직접적인 신호로 작용한다.

저축은행의 전략 변화: 건전성 우선, 존립 목적 흔들리나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감소세를 보인 반면 보증부 대출이 크게 늘었다. 햇살론, 사잇돌2 등 보증기관이 중간에 끼는 구조로, 부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대출로 전환한 것이다. 경기 둔화와 연체율 증가에 대응하는 건전성 중심 전략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가 과연 저축은행의 원래 역할, 즉 서민과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 확대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보증대출은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차주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저신용자 중에서도 상환 능력이 있는 차주를 찾아내는 대안 신용평가 모델 개발, 포용적 금융 확대 같은 제2금융권의 과제는 여전하다. 최소한의 건전성 유지를 우선하지만, 업권 지속 가능성 유지 방안 마련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가상자산 패권을 향한 행보

한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5’ 행사에서는 미국이 가상자산 및 디지털 금융 산업의 중심지를 자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부통령, 크립토 차르, 상원의원, 트럼프 일가 등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

미국 정부는 맞춤형 규제, 법 정비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고, 산업 발전 기반을 자국 내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한다. 스테이블코인에서의 달러 패권을 넘어, 자본·증권의 토큰화 등 새로운 금융 패권도 시야에 넣었다. 트럼프 미디어그룹의 비트코인 대규모 매입 발표, 전 세계 채굴 기업의 미국 내 유치 노력, 증권·ETF의 토큰화 방안 등은 모두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이러한 행보는 전통금융의 리더십 경쟁이 이제 블록체인·가상자산 등 신금융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금융’이 전략 산업의 일환으로 인식되면서, 달러와 같은 기존 헤게모니 뒤에 숨지 않고 새로운 패권 다툼의 무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뉴욕 월스트리트와 네온사인이 교차하는 밤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

다른 경제 주체들의 전략: 차별화 혹은 수렴

각각의 경제 주체는 뚜렷이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이브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은 신뢰 회복과 경영 투명성 강화가 급선무다. 증권가는 정책 불확실성을 활용한 기대 심리 유도, 국민연금은 수익성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 맞추기, 저축은행 업권은 건전성과 업권 정체성 사이의 줄타기에 있다.

한편, 미국의 경우 규제를 통한 산업 보호와 패권 경쟁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며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질서 세우기에 나섰다. 국내외 금융시장 모두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법이 과거보다 훨씬 계산적이면서도 점차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결론: 신뢰, 혁신, 분산이 요구되는 시대

국내외 금융시장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는 신뢰, 혁신, 그리고 분산 투자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신뢰가 흔들릴 때 투자자 심리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정책과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와 불신, 기업의 투명한 태도, 그리고 미래 산업 경쟁력의 확보까지 모두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투자, 자산운용, 금융업 경영의 모든 선택지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균형과 혁신, 그리고 신뢰라는 가늠자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금융시장은 경영투명성, 정책 능력, 국제 경쟁력, 포용성이라는 오래된 숙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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