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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산업의 경계: 기술, 규제, 이해관계

AI와 산업의 경계: 기술, 규제, 이해관계

국가, 산업, 그리고 AI: 기술이 갖는 정치적 스펙트럼

최근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정책과 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기술적 진보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규제 방향, 이해 관계, 그리고 사회적 해석이 더 큰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개발 방식은 그 자체로 국가의 이념과 거버넌스 방식을 반영한다. 중국의 AI는 정권 비판 질문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에서는 이러한 중국발 AI의 검열과 편향성을 강조하며, 자국 AI의 빠른 개발과 적은 규제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2025년 7월, 미국에서는 연방 정부가 ‘이념 중립’이 아닌 AI에 대한 공적 조달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이 내려졌다. 여기에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인종·성별 정보 반영, 교차성 이론 등의 개념이 특정 이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시되어 있다. 과연 ‘객관성’이란 무엇인가, 어떤 AI가 중립적인지에 대한 합의는 없지만, 정책 집행력은 실제 사업 환경과 AI 개발 방향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객관성에 대한 논쟁: 중립적 AI는 가능한가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사실성’, ‘객관성’, ‘이념적 중립’이라는 추상적 개념이다. 하지만 언어학, 윤리학, 데이터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립적 언어와 데이터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본다. 예컨대 AI가 각종 역사·정치 이슈, 과학적 사실, 사회문제에 대해 답할 때 어느 한 쪽의 ‘사실’을 취사선택하기 어렵다. 어떤 AI 기업은 ‘포괄성과 다양성’ 가치가 현재 사회에서 중요한 만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새 정부는 이를 ‘특정 이념의 주입’으로 본다.

이번 미국 행정명령은 대형 AI 기업이 정부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정부 입맛에 맞는 AI를 설계하는 압력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개발자의 마지막 ‘판단’이 중요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xAI(Elon Musk 소유)가 개발한 챗봇 Grok이 과거 논란이 된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반-이념적’이라는 이유로 정부와 대형 계약을 맺은 사실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규제와 기업의 역학: 정책, 자본, AI 개발의 삼각 관계

AI 개발과 상용화에서 정책 리스크는 단순히 기준 준수 이상으로, 기술 방향과 사업 전략 그 자체에 영향을 준다. 최근 OpenAI, Anthropic, Google, xAI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국방부와 수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미국은 국가 안보와 기술 패권을 내세워 AI 개발을 촉진하는 한편,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부각된다.

AI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도구가 되면서, 정부 정책에 따라 기업의 전략도 빠르게 전환된다. 규제나 행정명령의 모호한 기준(예: ‘객관성’)이 실제 현장에서는 정치적 압력, 콘텐츠 조정, 데이터 선별, 자기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장기적으로 AI가 사회에 제공할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거대 기술 기업, 경쟁과 협력의 모순 구조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구글과 오픈AI의 협력은 AI 경쟁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구글은 자체 챗봇(예: Gemini)을 개발하고 있으나, 경쟁사인 오픈AI와 클라우드 인프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칩셋(특히 Nvidia GPU) 공급, 방대한 연산 능력 확보 등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하지만 이는 애플과 삼성, 인텔과 애플의 관계처럼, 거대 IT 기업이 한편으로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인프라와 공급망에서는 상호 의존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오픈AI는 주요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긴장, 칩 수급 제한 등 다양한 이유로 구글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 입장에서는 본업인 ‘검색’ 비즈니스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를 고객으로 맞는 셈이다. 이는 과거의 구글-야후 사례처럼, 기술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 경쟁-협력 구도가 한 번에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 구조의 전환: 테슬라의 사례

AI와 로봇, 자율주행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기대는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사업이 여전히 수익의 핵심이다. 테슬라의 2025년 2분기 실적을 보면, 전기차(EV) 판매 감소와 신사업 매출 부진, 규제 크레딧(친환경차 판매 실적에 따라 타사에 판매하는 포인트) 축소가 직접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 테슬라는 규제 크레딧 덕분에 분기당 수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거뒀지만, 2025년 통과된 예산조정법(Budget Reconciliation Act)으로 규제 크레딧 시장 자체가 무력화됐다. 앞으로 자동차 업계는 자체 상품성과 기술력으로만 경쟁해야 한다. 또한, 테슬라가 AI, 로봇, 로보택시 등 신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대대적으로 내세우지만, 이 분야는 아직 실질적인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규제, 성장, 신뢰: 앞으로의 쟁점은 무엇인가

정부 주도의 규제 변화, 인프라 자원의 확보경쟁, 산업 성장의 한계 등은 AI와 IT업계 전반에 복합적인 압박을 준다. 미국 행정명령의 실질적 영향은 아직 제한적일 수 있지만, 사회 전반에 AI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각기 다른 관점에서 쏟아지고 있다. 객관성과 중립성, 편향의 기준 자체가 정치적·사회적 해석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 사회적 신뢰의 기반에 대한 사유가 함께 따라온다.

한편, 업계 내부에서는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곳이 주도권을 유지, 또는 확대할 가능성도 커졌다. 대규모 파트너십과 자원 조달력이 결정적인 경쟁력이 되고 있다. AI 기술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 외에도 보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해석의 기준,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형 데이터 센터가 자리한 밤의 도시 전경

더 깊은 질문: AI 규제가 산업과 사회에 던지는 함의

각국의 AI 정책이 지향하는 목표는 서로 다르지만, 그 궁극적인 쟁점은 사회 구성원 전체가 AI가 만들어내는 정보와 결정을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AI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내부적으로 투명한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사실’과 ‘중립’을 정의하는지, 그리고 기술 기업과 국가가 이 권한을 어떤 방식으로 행사하는지 등은 계속 주목해야 하는 요소다.

기업들은 정부 정책 변화에 즉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국가 안보, 공공 신뢰, 시장 경쟁,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이 엮이면서, 기술·자본·정책을 아우르는 총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AI와 산업, 그리고 국가의 역할을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현장은 기술 진보에 대한 기대로만 볼 수 없으며, 각종 이해관계와 선택의 결과가 산업과 사회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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