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 경쟁과 플랫폼 비즈니스의 전환점
거대 IT, 디자인, 출판의 균열: 수익, 경계, 그리고 파트너십
최근 기술 산업의 주요 흐름은 기업의 내부적 역량을 넘어 시장과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다. 디자인, 우주, 인터넷, 세 가지 서로 다른 산업에서 진행되는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데이터, 플랫폼, 정책의 충돌과 선택지에 직면한다. 이를 통해 AI와 기존 기술, 그리고 다양한 당사자 간의 관계 재정립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본다.
Figma의 IPO: 성장률, 통제력, 그리고 AI 시대의 도전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Figma는 최근 상장 준비를 공식화하며, 매출과 수익 구조, 경영진 권한에 대한 실체적 정보를 공개했다. 2024년 Figma의 매출은 7억 4,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8% 가량 성장했다. 2025년 1분기에도 연속적인 46% 증가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2023년에 대규모 직원 주식보상 프로그램의 일시적 지출로 인해 7억 3,200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후 다시 수익 구조를 정상화하면서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익 중심의 재무구조와 함께 Figma는 경영권 구조상에서도 독특함을 드러낸다. CEO 딜런 필드는 상장 전 기준으로 전체 투표권의 약 75%를 보유한 상태다. 공동창업자 에반 월리스는 회사를 떠난 이후에도 가족 신탁을 통해 엄청난 수의 슈퍼보팅 주식을 보유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전적으로 필드에 위임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IPO 이후에도 조직의 일관성과 장기 전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Figma가 마주한 위험 요인 역시 명확하다. 디자인과 코드가 AI 기술을 바탕으로 재편성되는 과정에서 신생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Lovable’과 같은 후발 주자들이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Figma도 생성형 AI 등 최신 솔루션을 자사 플랫폼에 도입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경쟁 우위 유지는 좀처럼 단언하기 어렵다. S-1 문서는 AI 기술 통합의 지속적 투자 및 관련 리스크를 공식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우주 시장 투자 결정: 기성 산업과 혁신 스타트업의 긴장
한편, 미국 연방 정부의 우주사업 예산 승인 절차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 상원은 NASA의 대표적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Artemis)에 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예산을 승인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1억 달러가 1회용 초대형 로켓 SLS(Space Launch System) 추가 생산에 사용될 예정이다.
여기서 주요 논점은 두 가지다. 첫째, 대규모의 예산이 보잉, 노스럽그러먼, 에어로제트로켓다인 등 전통 항공우주 기업 컨소시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이 주로 맡고 있는 SLS는 반복 사용이 불가능한 모델로, 발사당 10억~25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된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를 필두로 한 신흥 우주기업들은, 비용 효율성과 재사용성 측면에서 더 뛰어난 로켓 시스템을 제안하며, 잇따라 정책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둘째, 기술적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하는 사이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예산 집행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 예산안은 SLS와 오리온 우주선의 사용을 아르테미스3 미션 이후 단계적으로 중단할 계획도 포함했다. 그러나 의회는 이와 반대로 SLS를 추가 구매하며,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여기에는 행정권력 자체의 변화나, 기업·정치인 간의 개인적·정책적 갈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우주 사업 예산과 무관해 보이는 SpaceX조차 3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우주정거장 귀환선 개발 예산을 추가로 배정받았다. 이처럼 정부-기성산업-신흥기업이 서로 실리와 전략을 놓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AI 데이터와 인터넷 생태계: Cloudflare의 Pay per Crawl 실험
온라인 콘텐츠 유통에서 또 하나 주목할 흐름은, 데이터 사용권과 AI 훈련 데이터 수집 방식을 둘러싼 새로운 실험이다.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Cloudflare가 최근 도입한 ‘Pay per Crawl’ 마켓플레이스는, 웹사이트 운영자와 AI 회사 간의 관계 재정립을 시도한다. 기본적으로 운영자는 AI 크롤러의 접근을 개별적으로 허용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 사전 합의를 거쳐, 실제 데이터를 읽은 만큼 미세 과금을 부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마켓플레이스가 도입된 배경에는, AI 챗봇·검색 서비스가 기존 검색엔진 이상의 규모로 콘텐츠를 수집하면서도, 트래픽 환원은 급감함에 따라 출판사의 수익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한다. Cloudflare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구글은 각 1회 방문당 14회, 오픈AI는 1회 방문당 1,700회, 앤트로픽은 7만 3,000회 콘텐츠를 수집했다. 즉, AI 시대에는 크롤링 빈도는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운영자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거의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일부 대형 언론사는 AI 기업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대다수 영세 운영자는 직접적 협상이 거의 불가능하다. Cloudflare는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각 웹사이트가 자체적으로 AI 접근료를 설정할 수 있게 지원하며, 동시에 기본값으로 AI 크롤러의 접근을 아예 차단하도록 했다. 실제로 TIME, AP, Conde Nast 등 대형 매체들은 Pay per Crawl 접근 정책에 공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Cloudflare의 실험적 마켓플레이스는 일종의 플랫폼형 거래 시스템이지만, 당장 모든 언론사와 AI 기업이 활발히 참여할지, 궁극적으로 실질적인 수익모델로 발전할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조건에서 AI 기업들은 이미 대부분의 콘텐츠를 무료로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AI 에이전트가 직접 정보를 수집·중개하는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운영자의 권한과 수익구조는 재편될 여지가 있다.
여러 산업을 관통하는 권력 구조의 진화
각 기사에서 공통적으로 읽히는 메시지는 시장 내 힘의 균형 변화다. Figma의 상장 과정에서는 경영진의 권한 집중과 AI 신기술 도입 경쟁이, 우주산업에서는 재정 및 정책적 결정을 둘러싼 기성 기업과 혁신 스타트업 간, 그리고 정치 세력 간의 이해 충돌이, 온라인 정보 유통에서는 데이터 접근 권한과 수익배분 방식의 재설정이 중심에 있다.
특히, 기술·미디어·정책이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는 어느 한쪽의 논리만으로는 해석이 어렵다. Figma 사례에서는 실적과 통제의 균형, 우주산업은 정책과 실효성, 출판 시장에서는 데이터 가치와 공정 보상이라는 화두가 맞물린다.
세 분야 모두 신생기업과 전통기업, 사용자, 정책입안자, 기술플랫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질서 모색이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결과는 기술의 우위나 자본의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투명하고 균형 잡힌 권력 구조가 지속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데이터와 재정, 통제권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히 한 기업이나 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디지털 생태계가 맞닥뜨린 공통 현상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