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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미용의료, 그리고 금융상품

대출, 미용의료, 그리고 금융상품

가계 대출 증가, 그 이면의 흐름

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낮아진 금리와 더불어, 곧 시행될 새 대출 규제 도입 예고가 크게 작용한다. 올해 5월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 원을 넘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신용대출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5월 들어 보름 만에 신용대출이 1조 원 넘게 확대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금리가 3%대 중후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7월부터 적용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가 시행되면 차주별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수요, 이른바 ‘막차’ 심리가 분명하다.

주택구입 목적뿐 아니라 신용대출을 한도 내 미리 받아 비상자금 혹은 각종 투자재원으로 쌓아두려는 움직임도 분명하게 포착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빚을 내어 주식, 코인, 금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함께 늘어나기 마련이다.

은행들도 자체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적극적으로 대출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비대면 대출 상품은 물론, 대면 대출 상품마저도 가산금리를 내리는 등 치열한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정책금융을 제외한 자체 영업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영업 확대에 고삐를 쥔 결과이기도 하다.

대출의 증가가 단순히 소비의 확대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여유 자금이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유입되면 향후 시장 불안정성이나 금융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가계부채 규모가 이미 상당한 한국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황 전개가 자칫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용의료 한류, 수치로 확인된 성장의 힘

한국 미용의료 시장을 찾는 외국인 소비가 예년에 비해 대폭 늘고 있다. 2024년 4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서 외국인이 사용한 의료 서비스 금액은 1,87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전월 대비 22% 증가했다. 피부과 시술 이용액이 1,000억 원을 넘었고, 이 중 중국계가 26%, 미국인이 20%, 일본인이 12%를 차지했다.

국내 병·의원에서는 피부미용, 성형 관련 의료기기 거래가 급격히 증가했다. 클래시스, 제이시스메디칼, 원텍 등 대표적인 국내 미용의료기기 제조사들의 월간 결제금액은 286억 원에 달했다. 이 수치는 1년 전과 비교해 101% 성장한 것으로, 본격적인 ‘K뷰티’ 의료관광 시장의 확장을 뜻한다.

미용의료 서비스 이용객의 증가는 곧 의료기기 판매 확대와, 관련 기업의 수출 및 주가 상승으로 직결됐다. 파마리서치, 휴젤, 클래시스 등 상장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몇 배로 성장하고, 해외 투자자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현상도 포착된다.

가격경쟁력도 주요 성장 동력이다. 대표적으로 필러 시술 1회 평균 가격이 한국에서는 20-30만 원 수준이지만, 일본 등 주요 경쟁국에서는 2-3배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K컬처와 투명한 시술비 공개 등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다.

한국의 성형외과 대기실에서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이 상담을 기다리는 장면

미용의료와 관련된 내수의 성장만큼 수출 증가도 확연하다. 미용 의료기기와 보톡스 등의 지난해 4월 대비 수출금액은 각 15%, 54% 성장했다. 기업가치 상승,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 한류를 등에 업은 외국인 환자 유치—all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금융상품 고금리 경쟁, 실제 수익은?

한편 은행권에서는 가정의 달이나 출산 장려 정책 등을 내세운 특화 고금리 상품을 연이어 출시한다. 언뜻 보면 6%를 넘는 금리까지 강조하지만, 실제 고객이 얻는 실익은 미미하다.

대표적으로 NH농협은행의 ‘아동수당 적금’ 상품은 연 6.2%의 금리를 내걸었지만, 월 납입 한도가 10만 원에 불과하다. 이자소득세를 제하면 1년간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약 3만 4천 원 수준이다.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조건이 까다로운 것에 비해 실질 이득은 크지 않다.

다른 은행의 미성년자 대상 적금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국민은행의 ‘KB아이사랑적금’은 자녀가 4명 이상이고, 특정 조건 모두를 충족해야만 연 10% 금리가 적용된다. 대부분의 서민 가정에겐 접근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상품 상당수는 실질 금리 적용 대상자가 극히 소수라는 점에서, 신규 고객 확보와 락인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우대 조건(급여이체, 카드 이용, 앱 서비스 가입 등)을 요구하며 끼워팔기 식 마케팅도 반복된다. 고금리 강조가 실질 소득증대보다는 은행권 영업 전략에 가깝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극심해지는 경기불안 속에 소액이라도 이자를 더 챙기고 싶은 소비자, 통장 쪼개기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개인이 존재하는 한, 이 같은 미끼성 상품 출시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약점

최근 미국 증시에서도 흥미로운 구조의 차이가 드러났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5%, 나스닥지수가 9% 넘게 올랐음에도, 다우지수는 1% 상승에 그쳤다. 결정적 원인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의 주가 급락에 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다우지수 내 비중이 가장 높았던 종목이다. 2024년 들어 40% 넘게 하락해, 전체 다우지수 수익률에 큰 부담을 안겼다. S&P500이나 나스닥은 시가총액 가중 방식이지만, 다우지수는 구성주 30개를 동일 선상에서 계산한다. 일부 구성 종목 주가 변화 시 지수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적 한계가 다시 부각됐다.

한 달 새 유나이티드헬스의 시총이 600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로 쪼그라들면서, 일각에서는 다우지수 제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엔비디아, 애플같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다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적어, 특정 종목의 위험이 전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사례는 단순히 한 종목의 주가하락에 그치지 않고, 전통지수 산정 방식의 한계, 그리고 투자자 입장에서 지수 추종 전략의 리스크까지 시사한다.

시장 전망―객관적 통찰의 필요

마지막으로, 금융시장이나 정치권에서는 ‘코스피 5000시대’와 같이 상징적인 숫자가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실제 실현 가능성에는 다수 전문가와 정책 당사자들 간 이견이 크다. 목표 설정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일 순 있겠지만, 달성을 위한 현실적 조건과 객관적 검토가 필수적이다.

비정상적으로 오른 대출, 가시적 호황을 맞이한 미용의료 산업, 실속을 따지기 어려운 금융상품, 지수 산정 방식이 야기하는 주식시장 변동성—all이 각각 별개 이슈 같지만, 본질적으로 ‘경제 주체들의 합리적 선택’과 ‘정책•시장 구조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런 현상들을 바라 볼 때, 시장 전체의 수치 혹은 단일 정책만을 근거 삼아 미래를 예단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데이터와 제도의 맥락, 그리고 그 속에서 흘러가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움직임을 함께 주의 깊게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 현상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한 발 물러서 차분하게 원인과 결과, 구조와 흐름을 짚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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