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감정과 신뢰를 만나는 지점: 로봇, AI 용어, 그리고 데이터 보안
인간과 로봇의 새로운 소통 방식
로봇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행동을 예측하는 시대가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테디 워너가 이끄는 인템퍼스(Intempus)의 접근 방식은 기존의 공상과학적 상상력과는 다르다. 이미 산업계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로봇들에게 ‘감정’이 부여되는 현상이다. 인템퍼스는 기존 로봇에 인간과 유사한 감정 표현을 이식해,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자연스럽게 만들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생리적 상태’라는 개념이 있다. 워너는 인간과 동물이 상황에 따라 감정·의도를 행동에 반영하는 것처럼, 로봇도 단순 입력-출력 이상의 과정을 거치길 원한다. 단순히 관찰에서 행동으로 직행했던 기존 모델에서는 인간과의 직관적 소통이 어렵다.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행동 예측에서 불가해함을 주기 때문이다.
로봇에게 이러한 중간 과정을 이식하기 위해 인템퍼스는 다양한 신체적 데이터, 예를 들어 땀 분비, 체온, 심박수, 피부 미세 혈류량 등을 활용하고 있다. 초기에 fMRI와 같은 두뇌 스캔 데이터를 도입했으나, 실제 구현은 땀 데이터 수집이 효과적이었다. 워너의 연구는 점점 더 생체 신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감정 기반 동작 기술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로봇이 몸짓, 자세, 팔 움직임 같은 비언어적 신호로 감정을 표현하면 인간은 로봇의 의도를 더욱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단순히 대답하는 기계가 아니라, “이 로봇은 지금 긴장하고 있다”, “저 로봇은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긴다.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로봇 모두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호작용 환경이 마련된다.
인공지능 용어와 그 이면의 논쟁
이렇듯 로봇이 감정을 표현하고, 인간과 소통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 용어의 정의 역시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인공지능 분야는 복잡한 전문용어로 가득하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의 경우만 해도, 기관과 연구자에 따라 미묘하게 정의가 다르다. OpenAI, 구글 딥마인드 등 주요 AI 기업들도 ‘평균적인 인간 능력 이상의 다양한 과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라거나, ‘대부분의 인지 업무에서 인간과 동급 이상의 능력을 가진 AI’라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연구 최전선의 전문가들도 개념적으로 완전히 합의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AI 에이전트’, ‘딥러닝’, ‘디퓨전’, ‘디스틸레이션’, ‘파인튜닝’, ‘GAN’, ‘환각’, ‘추론’, ‘대형언어모델(LLM)’, ‘뉴럴네트워크’, ‘트레이닝’, ‘전이학습’, ‘가중치’ 등, AI의 진보와 활용에 필수적인 용어들이 있다. 예를 들어 디스틸레이션(지식증류)은 대형 모델의 지식을 효율적으로 압축해 경량화된 모델을 만드는 기술이고, 파인튜닝은 이미 학습된 모델을 특정 상황이나 데이터에 맞춰 재학습시키는 과정이다.
특히 ‘환각’(hallucination)이라는 용어는 AI가 틀린 정보를 생성하는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방대한 언어 모델들이 완벽한 답을 내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전문성이나 신뢰도가 요구되는 문제에선 도메인별 특화 모델이 더 각광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처럼 AI 분야의 용어들은 각 기업과 연구팀의 관점에 따라 정의와 강조점이 미묘하게 분화되어 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들어오며 계속 진화하는 생태계의 일면이다.
데이터 보호와 신뢰의 기초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은 데이터 보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도의 구직 플랫폼인 나라크리닷컴(Naukri.com)에서 나타난 버그 사례는 IT 서비스가 얼마나 데이터 보호에 신경 써야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한 보안 연구자가 나라크리의 모바일 앱에서 리크루터(인사 담당자) 이메일이 외부에 노출되는 취약점을 발견했다.
이러한 데이터 노출은 검색 결과에서 인사 담당자의 이메일을 자동 수집(스크레이핑)하거나, 피싱, 스팸 메일 발송, 각종 사기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실제로 오류가 수정된 후, 해당 기업은 내부 점검과 보안 조치를 마쳤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공개된 리크루터의 일부 정보는 필수적일 수 있지만, 이러한 정보가 비의도적으로 유출될 경우 신뢰와 안전을 해칠 수 있다. 많은 산업 분야가 자동화와 AI 기술을 흡수함에 따라, 데이터 보호는 단순 기술적 요구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다지는 기반임을 확인하게 된다.
기술 진보와 사회적 의미
로봇과 인공지능은 점차 인간 사회의 동반자로 자리잡고 있다. 단순한 도구를 넘어 감정을 이해하고, 행동을 예측하며, 인간 중심의 상호작용을 목표로 삼는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개념과 용어,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방식 등에서도 업무 방식과 상호 신뢰에 대한 질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기술적 혁신은 결국 인간의 경험과 신뢰, 그리고 투명성 위에 쌓인다. 로봇에 감정을 불어넣으려는 실험, AI의 용어와 개념을 둘러싼 담론, 데이터 보안 실수로 다시 확인되는 개인정보의 중요성 등은 모두 긴밀하게 얽혀 있다. 모든 과정이 더 나은 기술, 더 믿을 수 있는 사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적 진보와 인문적 고민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