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 지식의 경계와 권리를 시험하다
인공지능의 이례적 성장과 새로운 경쟁 환경
인공지능(AI) 기술의 단순한 발전이 아니라, 그 변화 속도가 이전의 어떤 기술 혁신과도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각종 데이터로 드러나고 있다. 메리 미커가 발표한 최신 트렌드 보고서에서는 ‘전례 없다’는 표현이 50여 차례 등장한다. 실제로 ChatGPT가 17개월 만에 전 세계 8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사례, AI 활용 비용의 급격한 하락, 경쟁 분야에서의 유연하고 빠른 추격 등은 이전의 모바일, 클라우드, 소셜 네트워크 혁신과 결이 다르다.
AI 산업에서 관찰되는 특징은 거대한 초기 투자와, 엄청난 속도의 기술 확산, 그리고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대규모 자본 투입이다. 특히, 인공지능 모델의 활용 비용은 불과 2년 사이 99% 가까이 하락했다.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같은 주요 기업이 자체 칩 개발에 사활을 거는 것도 단기 성과보다 장기 주도권 확보를 위한 행보다.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중국 등 신흥 경쟁자의 등장으로 시장 내 가격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한편, 이처럼 극단적으로 빠른 확산에도 불구하고 AI 기업의 수익 구조는 확정되지 않았다. 거대한 투자 대비 그만한 장기 이익을 올릴 수 있는지, 시장 주도 기업이 과연 누가 될지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된다. AI의 대중적 사용자는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기업 생존과 기술 리더십 경쟁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특허 분쟁: 기술 진보와 창작자 권리의 충돌
혁신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지식재산권 문제는 끝나지 않는 쟁점이다. 이번에는 차량 공유 대표 기업 우버와 비교적 덜 알려진 기술 기업 카르마가 특허를 놓고 맞서는 상황에 이목이 쏠린다. 카르마는 2007년부터 차량 내 빈 공간과 승객, 또는 화물을 매칭하는 시스템에 관한 30여 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이 중 5개의 핵심 특허를 두고 현재 우버를 상대로 법정 다툼이 이어진다.
카르마와 우버의 갈등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며 기존 특허와 겹치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스타트업과, 초기 발명자의 기술적, 법적 권리 보호 간 균형 문제를 드러낸다. 단순히 두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르마가 오랜 기간 소송을 준비한 배경에는 큰 자본이 드는 특허 소송의 현실, 그리고 ‘특허는 공격 무기가 아니라 방패’라는 스타트업의 입장도 고려됐다.
이번 소송은 우버라는 상징적 기업이 특허 보호 체계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받는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카르마의 주장대로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혁신이 고의적으로 무시됐다면, 아이디어와 지식 창작자의 권리가 새로운 기술기업에도 적용된다는 의미다. 반면, 특허의 범위와 정의가 현재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우버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혁신의 보호와 시장 발전 간 새로운 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된다.
공공영역의 관리: 책임과 신뢰의 경계
기술혁신과 직접 연결된 또 하나의 사례가 미국의 평화 연구기관(USIP) 본사 점거 사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 산하 조직 DOGE가 USIP를 예고 없이 접수한 뒤, 수주간 관리 소홀로 건물에는 심각한 수도 손상, 해충, 보안 문제까지 발생했다. 법원이 해당 접수를 불법으로 판정했지만 그 여파로 남겨진 건물 상황이 단면적으로 확인된다.
공공기관의 공간이나 자산이 변화하는 정치적, 행정적 과정에서 어떻게 관리되는지는 관습적으로 당연시되어 왔지만, 필요한 책무를 소홀히 할 경우 어떤 물리적, 구조적 손실이 이어지는지 이번 사례가 보여준다. 단기간 내 방치와 관리부재가 직접적인 문제를 낳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추가 비용과 노력, 그리고 새로운 보안 대책까지 요구하게 됐다.
이 사례에서 드러난 중요한 교훈은, 공공 또는 사회적 자산의 소유 및 관리 권한이 누구에게 있고 어떻게 교체되더라도, 지속적이고 성실한 관리 책임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기술과 행정 혁신이 병행되는 시대에도 자산의 신뢰와 가치는 결국 기본적인 관리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기술, 법, 사회: 미래를 향한 질서의 모색
세 가지 서로 다른 보도가 던지는 화두는 간명하다. 기술 진보가 기존 질서에 도전할 때, 인공지능처럼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꿔버리는 상황, 창의적 아이디어의 권리를 놓고 다툼이 일어나는 상황, 그리고 중요한 자산과 공간의 사회적 책임이 소홀해지는 상황까지. 각기 다른 영역이지만 결국 지식, 권리, 신뢰라는 3가지 키워드로 수렴된다.
AI의 확산은 누가 미래 산업의 승자가 될지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특허 분쟁은 어디까지가 보호받아야 할 창의적 권리인지, 또 시장의 혁신과 경쟁이 어떤 균형을 이뤄야 하는지 다시 묻게 한다. 그리고 공공 영역의 관리 소홀은 첨단 기술, 조직의 변화와 별개로 사람과 제도의 기초적 신뢰가 가장 오래, 가장 중요하게 작동함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들은 개별 기업이나 기관만의 숙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고민이 될 것이다. 혁신의 속도, 창작권 보호, 책임 있는 관리가 조화롭게 맞물릴 때만 지속 가능한 미래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법, 기술, 사회가 상호 작용하는 경계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