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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금이 몰리는 기업 소프트웨어 신흥 시장, 세 가지 관점

거대한 자금이 몰리는 기업 소프트웨어 신흥 시장, 세 가지 관점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 새로운 물결을 읽다

최근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연이어 이뤄지고 각각의 스타트업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장의 문제를 해석하며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다. 종교라는 독특한 분야를 온라인으로 확장한 인도의 ‘Sri Mandir’, 전통적 구매 시스템을 AI와 연결하는 미국 ‘Levelpath’, 그리고 전통 ERP 틀을 깨고 맞춤형 솔루션을 지향하는 ‘Tailor’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업들은 각각 다른 산업과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기술이 어떠한 방식으로 기존 질서를 해석하고 바꾸는지 보여준다. 아래에서는 각각의 사례를 통해 산업적, 사회적 맥락과 함께 비교해본다.

인도 종교 앱, 산업화를 넘어 글로벌 팬덤으로

‘Sri Mandir’는 인도 스타트업 AppsForBharat가 출시한 힌두교 신도 대상 앱이다. 앱의 빠른 성장 이면에는 인도 현지의 깊은 종교적 수요가 자리한다. 인도에는 1인당 53개의 사원이 존재할 정도로 신앙 활동이 활발하지만, 그동안 기도와 시주 등 대부분의 활동이 오프라인에 국한돼 있었다. 인도의 사원 관련 경제 규모는 3조 루피(약 400억 달러), 국가 GDP의 2.3%에 달한다.

Sri Mandir는 기도와 시주, 사원 굿즈 구매까지 온라인에서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2020년 창업 이후 4,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앱을 통한 온라인 기도와 시주는 최근 1년간 120만 건 이상 발생했다. 월간 활성 사용자는 350만 명이고, 해외 거주 인도인 사용자를 중심으로 평균 결제액도 높다.

흥미로운 점은 앱이 단순한 국내 채널이 아니라, 미국, 영국 등 해외 디아스포라와 연결되며 인도 종교 시장의 글로벌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매출의 20%가 이들 해외 사용자에서 발생하고 있다. 인도 내외 사용자 행태가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 내에서는 기도와 시주 활동을 동시에 하는 사용자가 20~25%에 불과하나, 해외에서는 50%까지 겹친다.

수익모델 면에서도 종교기관-플랫폼 간 수수료 방식과 굿즈, 식품 등 실물 유통 강화 등 여러 방식이 결합된다. 2025년 기준 연간 1,200만 달러 이상의 매출 추정치, 6개월 유지율 55% 등 사용 패턴도 견고하다. 투자유치에서 국내외 굵직한 투자사가 연이어 참여하고 있으며, 인도 전체 종교 테크 시장이 2024년 기준 5,050만 달러까지 팽창한 배경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Sri Mandir가 2위로 밀린 현상(미국의 LifeChurch.tv ‘Bible’앱에 밀려), 인도 시장 내에도 글로벌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도 내 온라인 종교 서비스 시장은 해외 앱 유입, 전통 방식의 디지털 전환,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융합된 유통구조 등의 이슈가 동시에 놓인 복합적인 양상이다.

기업 구매 시스템의 혁신, ‘본질에 가까운’ 소비 절약

미국의 ‘Levelpath’는 구매(조달) 소프트웨어 분야를 겨냥한다. Levelpath 창업자들은 이전에 ‘Scout RFP’를 창업, 대형 HR 소프트웨어 업체 Workday에 5억 4,000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한 경험이 있다. Workday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구매 프로세스의 불합리와 비효율을 직접 목격했다.

기존 시장은 Coupa, Ariba 등 오래된 벤더들이 주도했다. 그러나 이들 시스템은 복잡하고 경직된 경향이 강해, 현업 직원들이 시스템을 우회해 직접 법인카드로 구매(이른바 ‘rogue spending’)하는 일이 잦았다. 결과적으로 각종 할인 기회나 대량 구매의 효율성이 사라지고 기업 지출이 커졌다. 구매 영역은 기업에서 급여 다음으로 지출 비중이 크다.

Levelpath는 모바일 기반의 접근성과 AI 자동화 기능(계약 내 비정형 데이터 분석, 대체·비용 절감 제안 등)을 앞세워 진입했다. 출시와 동시에 챗GPT 등 AI기반 신기술을 빠르게 통합해 차별성을 만들었고, Ace Hardware, Coupang, Amgen, SiriusXM 등 대형 고객을 빠르게 확보했다.

아직은 성장 초기지만, 전통 벤더들과 비교해 민첩한 지원과 사용자 관점의 경험 설계가 강점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투자를 이끈 주요 투자자들은 Coupa 등 기존 구매 시장 대형사들의 성장 과정을 꿰뚫고 있다. 결국 Levelpath는 기존의 딱딱한 구매 시스템을 혁신하고, ‘사용자가 회피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사용하고 싶은’ 서비스를 표방하며, 조달-구매라는 실무 없는 예산 절약 효과로 기업 내 실질 가치 창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맞춤형 ERP, ‘헤드리스’로 공간을 넓힌다

ERP(전사적 자원 관리)는 기업 운영의 근간이자 복잡성이 큰 분야다. Tailor는 미국과 일본을 주 무대로 ‘헤드리스 ERP’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헤드리스’란 ERP의 백엔드와 프론트엔드를 분리해서, 백엔드는 핵심 엔진(재고관리, 회계 등)만 담당하고 프론트엔드는 별도 맞춤 개발이 가능한 구조다.

Tailor의 Omakase 시스템은 API를 기반으로 AI 에이전트가 ERP 데이터에 직접 접속·자동화할 수 있게 한다. 주요 고객은 유통과 이커머스 업체다. 이 분야는 공급망이 유동적이고 시장 변화, 국제 정세 변화 등 다양한 변수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Tailor의 맞춤형 모듈화가 각 기업의 운영에 유연성을 준다.

최근 Tailor는 B2B(기업간 거래)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B2B는 주문 방식, 재고/선주문/특수 요청 등 거래 구조가 더 복잡하다. Tailor 측은 “코드 작성이 점차 범용화되고, AI가 운영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환경에서 경직된 시스템이 아닌, 조립하는 플랫폼 형태의 ERP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오픈소스처럼 필요 부품만 조립하듯 시스템을 구성하거나, 전체 ERP 패키지를 통째로 도입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범용화, AI 자동화의 진전에 따라 기업들은 ‘정형화된’ 솔루션이 아니라 ‘내 비즈니스에 맞춘 자동화’로 점차 이행하고 있다.

Tailor는 미국 시장 확대, 제품 모듈 및 AI 기능 강화, 일본 내 영업조직 확대에 투자금을 집중할 계획이다. ERP ‘표준’의 개념이 기업별로 유연해지는 흐름이다.

세 시장의 교차점: 소프트웨어로 문화와 업무, 일상을 잇다

세 가지 사례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공통적으로 ‘경직과 비효율의 해소’, ‘사용자 중심의 맞춤화’라는 지향점을 드러낸다. 종교처럼 전통적인 영역까지 IT·AI 기반으로 온라인화 하거나, 거대 기업의 딱딱한 시스템을 일상적이고 유연하게 바꾸거나, 모든 운영 시스템을 ‘조립식’으로 구성하는 시도는 산업과 문화 너머로 기술이 침투하는 양상을 엿보게 한다.

특이한 점은 글로벌 자금이 이 같은 흐름에 대대적으로 힘을 싣는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진화가 단순 운영 효율성 제한을 넘어서, 문화적 실천이나 사업 모델 자체를 확장하는 도구로 작용하면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던 분야까지 자본이 유입된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라는 명제로 설명하기 어렵다. 종교 활동의 온라인화는 해외 거주 시민들의 신앙과 소속감 유지를 용이하게 만들고, 기업 구매·운영 시스템의 유연화는 정책 변경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지원한다. 각국 혹은 각 산업 내에서 ‘특유의 문화와 실무 관행’이 소프트웨어 변화를 통해 재해석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사별 강조점, 선택과 배제의 논리

각 기사들의 정보 구성과 관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Sri Mandir 관련 보도는 인도 사회의 종교 활동 규모, 온라인 경험의 보급, 해외 사용자와 수익구조의 변화 등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산업 규모와 서비스 혁신, 시장 점유율 등 데이터 기반 정보와 함께, 앱 성장이 가져오는 실제 사원 경제의 변화까지 꼼꼼히 포함한다.

반면 Levelpath는 창업자 이력, 시장의 불편 요소, 투자자 및 기존 대형사의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해당 소프트웨어의 잠재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ERP 분야의 Tailor는 기술 구조(헤드리스 구조와 API 지원), AI 기반 업무 자동화와 확장성, 그리고 시장별 전략적 접근법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세 기사 모두 소프트웨어 산업 내 ‘거대 자금의 이동’, ‘기술 트렌드의 변화와 파급’을 주목한다. 다만, 시장 배경(종교/구매/ERP), 문화적 요인(힌두교 신앙·해외 디아스포라/미국 대기업 실무/일본·미국 간 운영 문화) 등 각각 독특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단순 기술 혁신 담론을 넘어선다.

결론: 맞춤형 소프트웨어의 확장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맞춤화, 자동화, 사용자 지향성을 추구하는 세 스타트업의 행보는 거대한 기술적·문화적 전환의 한 단면이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이 단지 ‘업무 효율’을 넘어 실질적 생활, 문화 활동, 산업 구조 자체를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스마트 기기와 앱을 활용해 일상과 업무를 수행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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