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바꾸는 경계: 디자인, 자율주행, 그리고 비연결 메신저
iOS 26, ‘Liquid Glass’와 사용성의 균형 사이
올해 애플이 내놓은 iOS 26의 디자인 변화는 기대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왔다. ‘Liquid Glass’라 명명된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유리의 빛 굴절, 투명함을 소프트웨어 UI에 적용해 몰입감 있는 비주얼을 선보였다. 다만, 1차 베타가 배포되자 사용자들은 일부 인터페이스가 지나치게 투명해져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피드백을 쏟아냈다. 컨트롤 센터 등 주요 요소를 통해 홈 화면의 아이콘과 위젯이 비치면서 시각적 혼란이 유발된 것이다.
애플은 빠르게 조치했다. 2차 베타에서는 컨트롤 센터 투명도를 줄이고, 3차 베타에서는 알림과 자체 앱 네비게이션 바 등의 투명도까지 조정했다. 이제는 배경이 어둡거나 흰색으로 더 단단히 처리되어, 텍스트 가독성이나 인터페이스 명료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리 느낌이 많이 희석됐다”며 처음 제시한 새로운 감각이 퇴색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구버전인 ‘프로스티드 글래스’ 디자인과 다를 바 없다는 반응도 있다.
다수의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애플이 ‘혁신’을 과도하게 강조하다가, 결국은 대중성과 접근성을 이유로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주목할 부분은 베타 소프트웨어의 성격이다. 대규모 공개 전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을 거듭하는 과정이 베타의 본질이다. 최종 공개 버전에서는 이 둘의 균형점을 찾는 추가 조정이 이어질 개연성이 남아 있다.
애플의 디자인 변천사는 반복적인 실험과 수정을 거친다. 단순한 미적 실험이 아닌, 매번 실제 사용자 경험과 사용성을 검증하면서 새 언어를 구축한다. 이번 베타 논란도 그 과정 속 일환이다. 디자인의 실험성과 실용성, 그 경계는 사용자 집단의 반응과 기술적 제약에 의해 계속 조정되고 있다.
Waymo의 도심 점령, ‘로봇택시’의 실전 테스트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험이 이어지고 있다. 웨이모는 올해 미국 동부 대도시 — 필라델피아, 뉴욕, 뉴저지 등 — 에서 ‘로드 트립’이라 불리는 시범 주행을 확대하고 있다. 웨이모가 말하는 ‘로드 트립’은 단순한 데모가 아니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한 뒤 도심 곳곳을 주행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후 실제 자율 모드(안전요원 동승 하)로 제한된 테스트를 거치는 방식이다.
실제로 웨이모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산타모니카를 비롯해, 몇 개 지역에서 이런 시범을 거듭한 뒤 상용 서비스까지 이어갔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시가지 복잡한 구역과 다양한 고속도로에서 테스트를 실시하며, 뉴욕에서는 맨해튼과 브루클린, 뉴저지 일부까지 주행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뉴욕시는 규제가 까다로워, 안전요원 없이 완전 자율 운행은 아직 금지돼 있다. 현재 웨이모는 이 규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제 상용 서비스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웨이모가 미국 주요 도시별로 꾸준히 테스트를 벌이는 까닭은 기술 완성도와 법적, 사회적 환경이 도시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등 이미 상용 서비스가 자리한 도시와 달리, 동부나 중서부 대도시는 인구 밀도, 도로 환경, 규제 모두가 다른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각 지역의 교통 체계, 시민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수용도, 다양한 기후변수 등이 데이터 수집과 시스템 고도화에 결정적이다.
특이한 점은 웨이모가 겨울철 눈길 운전 적응을 위해 버펄로 등 한랭 지역에서도 로드 트립을 진행하는 등, 로봇택시의 범용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웨이모의 상용 서비스는 2025년 마이애미 론칭, 2026년 워싱턴 D.C. 진출까지 예고되어 있다. 각 도시는 웨이모 로봇택시 확장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인터넷 없는 메신저’, 비연결성의 기술 실험
최근 블록(Block) CEO이자 트위터 창립자였던 잭 도시가 새롭게 선보인 메시징 앱 ‘Bitchat’도 눈길을 끈다. 이 앱은 와이파이나 이동통신망 없이, 블루투스 메쉬 네트워크를 이용해 메시징을 지원한다. 원래 블루투스 한계로 거리는 100미터 내외지만, 메쉬 네트워크로 중계하는 구조를 도입해 최대 300미터 범위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비인터넷 메시징 앱은 이미 다수 존재한다. 특히 험지에서의 통신, 혹은 인터넷 검열 환경에서 ‘검열 회피’ 용도로 주목받았다.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다수 사용됐던 ‘Bridgefy’라는 앱이 대표적이다. Bitchat 역시 종단간 암호화를 표방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브릿지파이 역시 트위터 공동창업자 비즈 스톤의 투자를 받은 경력과, 잭 도시가 분산형 기술에 오랜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비연결 메시징 기술은 기술적으로는 네트워크 인프라의 틈을 메운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대규모 축제 등에서 통신망이 과부하될 때, 블루투스 기반 메신저는 한시적이나마 유효하다. 다만, 낮은 대역폭·거의 원거리 불가능·네트워크 참가자 밀도에 따라 효용이 극명히 달라진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보안 이슈 역시 최근까지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분야 선두 앱들도 보안 취약점 패치가 반복되고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무선 네트워크상 메타데이터 보호까지 담보하긴 어렵다.
Bitchat의 등장은 ‘네트워크의 자유’와 ‘검열 회피’, ‘분산된 소통’이라는 이름 아래, 중앙집중적 플랫폼 구조에 대한 꾸준한 문제 제기와 현실적 실험의 일면이다. 잭 도시는 분산형 프로토콜, 암호화폐, 온라인 통신 등 ‘중앙’ 없는 인터넷을 향한 시도를 이어간다. 현행의 법이나 인프라에서는 제한이 많지만, 다양한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비연결 메신저 기술이 유관 이슈로 계속 회자될 전망이다.
기술과 사용성, 규제와 자유의 경계에서
세 사례 모두, 기술이 단순히 신기술이 아닌 현실 문제 — 디자인과 사용성, 도시와 규제, 검열과 분산적 연결 등 — 의 맥락 안에서 실험되고 테스트된다. 애플의 UI 변화는 미적 실험과 실질 사용성 간 줄다리기다.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는 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수용도, 법적 환경 등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Bitchat과 같은 분산 메신저는 인터넷 및 데이터 통제라는 사회적 이슈와 기술적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이들은 하나의 공통 실험을 보여준다. 기술이 이상을 향해 전진하는 동시에, 일상적 현실과 사회적 규범, 전략적 수용선 위를 걸으며 의미를 찾아간다. 사용성과 안전성, 법적 승인, 사회적 합의와 같은 요소들이 어떤 방식으로 기술 실험의 결과를 결정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명 기업과 개발자들이 보여주는 이 다양한 실험은 결과물 자체만이 아니라, 변화해가는 현실의 장(field)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