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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증시와 금융 질서의 당면 과제: 보수적 흐름과 기술 변화의 접점

국민연금, 증시와 금융 질서의 당면 과제: 보수적 흐름과 기술 변화의 접점

국내·해외 투자 수익률의 온도차

2024년 1분기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은 0.87%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주식 부문은 4.97%의 성과로 평균을 크게 상회했지만, 해외 주식은 -1.56% 손실을 기록했다. 벤치마크인 MSCI ACWI(-1.02%)도 하회한다는 점은 눈에 띈다. 운용본부는 기술주 중심의 미국 시장 약세와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달러 대비 원화 가치의 소폭 강세가 손실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반면 국내 주식은 실적 기대와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선방했다.

채권은 국내외 모두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했다. 국내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해외는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익에 기여했다. 대체투자는 1.32%의 수익률을 보여 비중은 크지 않지만 포트폴리오 방어 역할을 했다. 전체적으로 국민연금의 적립금은 1227조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4조 원 증가했다. 위기 속 자산 다변화의 무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투자 주체별 상반된 전략

5월 국내 증시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개인과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극명하게 갈린 점이다. 개인들은 주가가 빠진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텔레콤 등 주요 대형주를 1조 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성장성이나 실적 우려로 단기 약세를 보인 종목을 조정 국면의 매수 기회로 삼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외국인과 기관은 주가 상승세를 타는 종목에 자금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등 업황 개선 및 인공지능(AI), 전력, 조선 등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에 직접 연결된 곳에 매수세가 몰렸다. SK하이닉스는 HBM과 AI 서버 메모리 등 성장산업 중심으로 실질적 이익 개선과 주가 상승이 확실히 포착된다.

기관 투자자는 외국인과 비슷하게 상승 종목을 추격하며, 전기요금 인상 효과를 누린 한국전력, 경영권 분쟁이 종료된 한미약품, 건설업 회복 기대감을 반영한 삼성물산 등 이슈가 분명한 곳을 선택했다.

개인들이 ‘저가 매수’에 집중하면서 단기적 수익률에서는 불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외국인·기관은 모멘텀이나 이익 가시성이 높은 곳에 투자해 실적과 주가 상승을 노리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경쟁 구도의 복합 움직임

미국 증시는 미중 무역갈등 재발 우려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그리고 트레이딩 데스크의 불안감으로 출렁이고 있다. 4월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가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와 금리 인하 기대도 불거졌지만,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가려 효과가 약했다.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무역 합의 위반을 언급하면서 시장은 다시금 관세와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에 직면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자본시장에서 윤곽이 드러난다. 기술이나 실물경기 민감도가 낮은 업종(필수소비재, 유틸리티)은 방어적으로 움직이고, 나스닥이나 S&P500 등 주요 지수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개별 종목별로는 실적 호조에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도 있고, 가이던스가 부진한 곳은 즉각적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국제 유가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주요 경제 지표와 정책 변수에 따라 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될 여지가 남아있다.

미국 국채와 달러: 관세, 감세, 인플레이션의 3중 변수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는 연일 요동친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관세 전쟁에 따른 중국발 미국 국채 매도 압력.
둘째,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
셋째, 미국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시장의 우려다.

미국 경제가 수년간 호황을 누렸지만, 재정 흑자를 축적하기보다는 오히려 적자가 확대되었다. 향후 감세 정책이 추진될 경우 재정 적자는 더 커질 수 있고, 이는 국채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관세와 감세 모두 채권시장에는 부정적인 재료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미국은 관세 정책에 일시적인 유예를 부여하거나, 연준에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등 완충책을 동원한다. 그러나 정치,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채와 달러 시장은 변동성이 불가피하다.

디지털 금융 인프라,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적 파장

이 시기의 또 하나의 중대한 변화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지정학적, 기술적 변화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해 가격을 고정한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이는 기존 가상화폐의 높은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더 빠르고 저렴한 결제 인프라를 제공한다.

미국에선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통과되면서, 테더(USDT), 써클(USDC) 등 주요 발행사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해 담보로 사용하고 있다. 테더는 약 1,110억 달러 어치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며, 이는 전 세계 국가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은 미국 국채 수요를 늘리고, 달러에 대한 수요 역시 강화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부채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생긴 셈이다.

다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일상 결제망까지 파고들 경우, 원화 등 각국 통화 주권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 대부분이 달러 단위(USDT, USDC)로 기준가를 삼고 있다. 각국 정부는 원화 등 자국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담보 준비금 관리, 신뢰성, 규제 등 다양한 과제가 뒤따른다.

현대적 금융 도시에 디지털 화폐와 데이터가 융합된 상징적인 대표 장면

기술 혁신과 규제의 충돌, 그리고 사회적 의미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기존 금융 인프라의 경계를 허문다. 빠르고 저렴한 초국경 결제, 자산의 디지털화, 새로운 금융 접근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모든 기술 혁신이 사회 전체에 이득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민간주도의 디지털 화폐 사업은 재무건전성과 투명성, 정책적 신뢰 확보에서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 이미 테더 등은 담보 자산 운영에서 불투명성을 지적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민관 합동형 스테이블코인 운영 모델이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병행 도입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논의된다. 기술 특화 기업과 기존 은행, 결제회사 간 협업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디지털 자산 관련 분야로 진출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탐색하고 있다.

결론: 전통과 혁신, 불확실성의 시대

지금 금융시장은 전통적 투자와 신기술의 균형, 정책 변수와 지정학 리스크, 개인·기관·외국인 투자 행태의 분화 속에서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연금, 글로벌 투자자, 그리고 기술업계 모두가 각자의 견해와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자본시장은 단기 흐름에 따라 급격히 방향을 튼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법과 규제, 통화 주권, 기술 인프라, 거시경제 조건, 그리고 투자자군의 심리까지 온갖 구도가 중첩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선 변화 속, 각각의 정책과 전략 선택이 금융 질서에 어떤 파장을 남기는지 계속해서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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