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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산, 자율주행, 그리고 거인의 이름: 미묘한 변화의 의미

디지털 자산, 자율주행, 그리고 거인의 이름: 미묘한 변화의 의미

확장하는 스테이블코인의 역할과 과제

2018년, 케이티 하운은 멕시코시티에서 노벨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과 논쟁했다.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에 대한 크루그먼의 우려에 맞서 하운은 달러 연동 디지털 토큰인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가치는 2,500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 국채 최대 보유자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거래량은 비자(Visa) 카드를 앞지르는 등 실사용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스테이블코인의 주된 강점은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의 급격한 등락을 겪지 않고, 암호화폐의 기술적 장점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내 일부 이용자들이 ‘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품더라도, 케이티 하운 같은 인사는 글로벌 관점에서 답을 찾는다. 실물통화 가치가 불안정하거나 은행 계좌 보급률이 낮은 지역에서는 모바일로 언제든 달러에 연동된 자산을 주고받는 수단이 절박하게 필요하다. 예컨대, 터키 시민들은 ‘테더’를 암호화폐로 여기지 않고 ‘돈’으로 인식한다는 객관적 사례가 나왔다.

공기업과 민간기업 모두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대형 리테일 플랫폼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은 결제처리 수수료 절감을 기대하며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전자지갑 화면을 응시하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원형으로 모여앉아 있는 모습

하지만, 이 같은 혁신에 따라 우려도 깊어진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국책은행의 예금보험과 같은 보호장치를 받지 않는다. 만약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전통적인 금융 감독체계와 통화정책에 어떤 변화가 따를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담보 자산 없이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소지가 있다. 2022년 테라USD의 붕괴 사례는 600억 달러의 가치 증발이라는 현실로 이어졌다.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GENIUS Act’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단위 규제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상원에서는 초당적 지지로 통과되었으며, 하원 표결이 남아 있다. 그러나 연방 의원 본인이 아닌, 그 가족에 의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막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리 지급형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전면 금지도 논란거리다. 금융사가 예치금 이자를 독점하는 현 체계에서 이용자에게 일부 수익을 분배할 여지를 법적으로 차단해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책임감 있는 육성과, 소비자 보호를 확실하게 보장할 구조 마련이 병행되어야 할 현실적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실물 자산의 ‘토큰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블랙록, 프랭클린 템플턴과 같은 글로벌 운용사가 이미 머니마켓펀드를 토큰화했다. 금, 부동산, 사모 대출 등도 24시간 글로벌 시장에서 손쉽게 단위별 거래가 가능해진다. 소액 투자자가 분할 소유권을 보유하는 것이 보편화되는 미래가 멀지 않다.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아직 전체 글로벌 결제 시장의 2%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과거 기술 혁신이 그러했듯, 보이지 않는 확산곡선을 그리고 있다. 결국 법과 기술 혁신이 서로를 따라잡는 속도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테슬라와 자율주행: 불확실한 현실 테스트의 시작

한편, 자율주행 차량 분야에선 테슬라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오스틴에서 드라이버 없는 모델Y를 활용한 유료 로보택시를 시험적으로 운행하기 시작했다. 한 번에 운행되는 차량은 10대 남짓에 불과하며, 지정된 남부 오스틴 구역에서 실시한다. 현재는 테슬라 직원이 조수석에 탑승해 안전 모니터 역할을 수행하지만, 기존의 자율주행 기업들과는 접근법이 다르다. 웨이모(구글 자회사) 같은 선두 업체가 안전기사와 연구원이 탑승하는 식의 실험과 고도의 안전 프로토콜을 유지한 반면, 테슬라는 카메라와 엔드투엔드 AI만으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이번 시범 서비스는 많은 부분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차량 센서 정보, 안전 통계, 그리고 실제로 운전자 개입이 필요했던 상황 등 핵심 데이터가 자주 누락된다. 테슬라가 연방·주정부 기록 공개를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점도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언론의 정보공개 요청에 테슬라가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반박한 사례가 공식화됐다.

운전 환경의 모든 예외상황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여전히 인공지능의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테슬라 로보택시의 경우, 테스트 중 교차로에서 급정거하거나 경찰차 근처에서 불안정하게 동작한 정황도 목격됐다. 서비스 이용자는 직접 촬영·공유할 수 있으나, 규정 위반 시 이용권한이 박탈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상업적으로 완전히 자율적인 서비스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경쟁사인 웨이모는 이미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LA 등지에서 상업 운행을 이어가면서도, 엄격한 안전장치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지속하고 있다. 테슬라의 일방적인 정보 비공개, 비교적 낮은 규모의 파일럿 테스트, 인간 모니터 동승 등을 고려할 때 업계의 시선은 조심스럽다. 향후 선보일 ‘사이버캡’과, 보다 진화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언제 대규모 보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테슬라 로보택시 도입은 자율주행 상업화의 상징적 이정표다.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의 신뢰성과 개방성, 그리고 사회적 수용 여부는 앞으로 남은 검증과 숙제임이 분명하다. 변수가 많은 도시 환경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 움직이는 차량이 책임 있게 운행될 수 있을지, 향후 행정감독과 새로운 규제체계 마련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기술 혁신의 상징, 이름의 힘과 법적 현실

최근 업계에서 발생한 또 다른 사례는 기술혁신이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픈AI가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 CEO 샘 알트먼과 친밀한 협업을 강조하는 홍보 영상을 전격적으로 삭제했다. 삭제 사유는 대규모 존속 위기가 아니라, 제3기업이 ‘io’라는 상표 사용에 문제를 제기해 법원이 임시 금지명령을 내린 결과다.

논란의 핵심은 ‘io’라는 이름 사용권을 두고 발생한 분쟁이다. 알파벳의 문샷 연구소에서 분사한 기업이 AI 기능을 접목한 신형 이어버드를 출시하면서, 오픈AI와 상표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법원은 “소비자 혼란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해당 영상 등 일체의 ‘io’ 표시물 사용 중지를 명령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나 디자인 리더십 등 사업 파트너십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고 관련 기업들은 확인했다.

브랜드 명칭 하나가 가지는 법적·상징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신뢰받는 이름과 디자인의 결합, 그리고 그에 기반한 신규 사업의 홍보는 투자, 시장 파트너십, 소비자 신뢰도를 모두 좌우한다. 반대로, 단어 하나의 소유권을 놓고 법적으로 다퉈야 하는 현실은 기술기업에게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규범에 가깝다. 이런 법적 환경 자체가 혁신의 속도를 조절하는 또 다른 ‘변수’가 되는 셈이다.

변화의 속도와 본질, 그리고 남은 과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논의와 자율주행 상용화, 그리고 혁신의 이름을 둘러싼 법적 분쟁까지, 각 이슈의 배경에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상호작용이 얽혀 있다. 기술은 멈추지 않지만, 사회적 수용성과 법적 테두리, 제도적 안정성에 따라 확산 속도와 모양은 끊임없이 달라진다.

스테이블코인은 신흥국 통화 불안정, 금융 인프라의 사각지대라는 현실 문제에 근거해 성장하고 있다. 동시에, 무규제 상태의 시장 확대가 새로운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기회와 위협이 공존한다. 테슬라 자율주행의 상업화 역시 공상과학 같던 장면을 실제 도로 위로 옮겨왔지만, 신뢰와 검증, 시민의 안전 감각이라는 벽을 여전히 실감케 한다. 오픈AI-조니 아이브 사례처럼, 단어 하나의 소유권이 혁신의 진로를 좌우하는 신중함 역시 오늘날 기술 산업의 현실이다.

미래는 단순한 낙관이나 경계심만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실익과 위험, 제도와 신뢰, 기술적 진보라는 요소가 끊임없이 얽혀 있다. 오늘의 디지털 자산, 자율주행 이동수단, 그리고 혁신 브랜드의 이름까지—모든 과제의 출발점에는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냉정한 검증과 합의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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