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과 새로운 기업가, 그리고 인프라 전쟁의 최전선
AI 시대, 기업가의 역할과 접근 방식의 변화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누구나 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구호가 더 이상 구호에 머물지 않는다. Henrik Werdelin이 새롭게 창업한 Audos는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례다. 이 회사는 기술적 배경이 없는 사람도 AI 기반 서비스를 손쉽게 만들고,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을 시작하도록 지원한다. 비즈니스 모델도 기존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와 다르다. Audos는 지분이 아닌 매출의 일부(15%)만을 장기적으로 가져간다. 그만큼 사업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있는 개인이 소규모로 수익형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Audos는 누구에게나 진입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최근 대규모 해고, 노동 시장의 불안정, 그리고 AI 도구의 진입장벽 하락 같은 배경에서, 비전문가들도 ‘작은 유니콘(이른바 donkeycorn)’을 직접 시작한다. 사업 아이디어의 핵심은 고도의 혁신이 아니라 실질적 수요에 밀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정비 견적 비교, 사후정리 서비스, 온라인 골프 교정, AI 영양상담 등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 서비스가 실제로 출시되고 있다.
이 사업 방식의 의의는 단순히 창업 접근성을 높인 데 그치지 않는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자본과 네트워크에 집중되던 기회가, AI 도구의 힘을 빌려 개인 단위까지 확장되고 있다. 비즈니스의 질적 변화라는 기존 관점과 달리, 수십만~수백만 개의 ‘작고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 IT 기업의 AI 인재 확보 경쟁과 전략 변화
일상 속 AI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대기업들도 한층 더 과감하게 움직인다. 최근 Meta(구 페이스북)는 AI 분야 최고 연구자들을 대규모로 영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OpenAI에서 AI ‘추론(reasoning)’ 모델 개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Trapit Bansal이 Meta의 AI 슈퍼인텔리전스 팀에 합류했다.
Meta는 최근 몇 달 사이 OpenAI 출신 인재를 연달아 스카웃했다. 이러한 행보가 가진 의미는 AI 분야 내 ‘추론’ 모델—즉,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더 깊이 파악하고 추론하는 모델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데 있다. OpenAI, Google, DeepSeek 등은 이미 이를 앞서 실서비스에 적용하고 있고, Meta 역시 이에 맞설 중추 그룹을 서둘러 구축한다.
Meta의 이 같은 전략은 단순한 연구 경쟁을 넘어, 실제 내부 서비스와 플랫폼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혁신의 ‘기초 체력’을 쌓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트레이닝 페이즈에서 얻은 향상된 추론력이 챗봇, 비즈니스 지원, 콘텐츠 추천 등 다양한 영역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OpenAI의 CEO Sam Altman은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는 점을 부인한다. 그러나 실제 이름이 공개된 주요 연구자가 Meta로 이직한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관점에서 보든 AI 인재 시장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AI 인프라 기업 CoreWeave의 성장과 구조적 리스크
AI 소프트웨어의 활용과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이면에서, 인프라 제공 업체의 역할도 빠르게 부각된다. 미국의 CoreWeave는 대표적인 예다. 2025년 초 기업공개(IPO) 이후 단기간 내 시가총액이 급등하며 창업자 Michael Intrator의 순자산이 100억 달러를 웃돈다. CoreWeave는 엔비디아(Nvidia)의 그래픽카드(GPU)를 기반으로 AI 트레이닝 및 추론용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한다. 주요 고객으로는 OpenAI, Microsoft 등 굵직한 빅테크가 포함된다.
이 회사의 성장 동력은 GPU라는 희소 자원 확보와 AI 수요 폭증이 맞물린 결과다. Nvidia가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로, CoreWeave는 선구매한 GPU를 담보로 대규모 차입을 하고 있다. 그 결과 2025년 3월 기준 88억 달러가 넘는 채무가 남아 있고, 일부 차입금리는 연 15%에 이른다. 1분기에만 10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9억 8,500만 달러)을 기록했지만, 비용 부담으로 약 3억 1,500만 달러의 순손실을 떠안았다.
투자자들은 단기 손실이나 부채 구조보다, AI 인프라 수요 증가에 베팅 중이다. 실제로 IPO 이후 주가가 3배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높은 부채, 경쟁사 인수 시도, 주주 현금화(상장 직전 창업자들이 1억 5,000만 달러 이상 매도) 등은 CoreWeave의 내구성과 사업 모델에 대한 의문도 남긴다.
이 회사가 상징하는 것은, AI 시대에는 데이터·연산 자원 자체가 상품이며, 소프트웨어 경쟁 못지않게 이에 대한 공급권과 재무 구조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AI 빅테크들이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경쟁을 동시에 벌이는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다른 영역, 하나의 흐름: AI 시대의 성장 공식
이번 세 가지 사례—개인화 창업 플랫폼, 대기업 AI 기술 내재화, 인프라 기업의 부상—은 AI 중심 사업 환경이 복합적 구조와 빠른 확장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세 기업의 움직임에는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보인다:
접근성의 극대화
Audos의 사례처럼, AI 기술은 복잡한 엔지니어링 지식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일반인에게 고급 서비스 구축의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가정신의 영역이 엘리트 개발자에서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계층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AI 기술의 차별화, 그리고 내부화 경쟁
Meta와 같은 빅테크는 차세대 AI 모델과 소수의 핵심인재에 대한 투자를 통해, 혁신의 기초 체력을 더욱 넓힌다. 단순한 채팅 서비스나 자동화 솔루션을 넘어,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 AI 요소를 내재화하는 움직임도 분명해졌다.인프라의 희소성과 재무적 내구력의 중요성
CoreWeave의 성장뿐 아니라, 클라우드 인프라—특히 AI 훈련/추론 자원에 대한 조달력과 자본 구조—가 사업 확장의 실제 동력이 되고 있다. AI 산업에서 데이터와 연산자원을 누가 더 빨리, 더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된 배경이다.
추가로 궁금할 만한 세부 이슈: 기업과 개인, AI의 한계와 가능성
1. Audos의 15% 매출 수수료, 창업자에게 불리한가
Audos는 지분이 아니라 매출의 일부를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모델을 도입했다. 창업자가 아이디어 개발 단계부터 자본과 도구, 초기 마케팅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기간 15% 매출이 빠져나가는 구조는, 일정 규모 이상에서는 부담이 된다. 이는 창업자들이 사업 성장에 따라 서비스 자체를 전환하거나, 자체 도구를 활용해 독립하는 동기가 될 수도 있다.
2. Meta 등 대기업의 인재 블랙홀, 스타트업에 미치는 영향
빅테크가 AI 연구자를 고액 연봉으로 사실상 ‘싹쓸이’하는 현상은, 산업 전반의 기술 발전에 일장일단이 있다. 연구 인프라와 대규모 실험 데이터 접근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중소 스타트업이나 신생 연구 조직이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심화시킬 수 있다.
3. 인프라 기업의 부채 리스크, 언제 표면화될까
CoreWeave 같은 사례에서 보듯, 대규모 부채는 금리와 GPU 공급시장, AI 수요에 따라 언제든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핵심 고객사의 장기 계약과 기술 진화 속도가 유지된다면 안정적일 수 있지만, 시장 조정기에는 급격한 매출 변동과 고정비 부담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론: AI가 바꾸는 사업의 본질, 그리고 남은 과제
AI 도구와 클라우드 인프라, 집약적 연구 역량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진화하면서, 창업의 조건, 성공의 방식, 생태계 경쟁이 모두 달라진다. 누구나 작은 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한편, 시장의 경쟁과 기술 내재화는 한층 더 가속화된다. 이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실리콘밸리 수사법을 벗어나 실체가 되고 있지만, 그 한편에서 사업 모델, 비용 구조, 데이터 인프라와 기술 독점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역시 필요하다.
대기업이 바꿔놓는 ‘경쟁의 질서’와 인프라의 희소성, 그리고 평범한 개인이 AI 도구로 주체가 되는 현상—이 모든 것이 맞물리는 지금, AI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와 인프라 뒤편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