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미 국방·벤처시장, 기술 도입과 데이터 신뢰의 새 과제

미 국방·벤처시장, 기술 도입과 데이터 신뢰의 새 과제

미 해군과 IT 신생기업, 실질적 협업의 문턱을 낮추다

미국 국방 분야에서 기술 혁신은 표면적으로 화려하게 조명받는 경우가 드물다. 실리콘밸리와 군 당국의 관계는 오랫동안 복잡하고 냉랭했다. 그러나 최근 미 해군 기술책임자인 저스틴 파넬리의 실질적인 개혁은 혁신과 보수, 민간과 공공조달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군대와 스타트업의 만남에는 끝없는 관료적 절차와 장기화된 예산 싸움이 따라붙었다. 파넬리와 해군은 행정적 진입 장벽을 줄이고, 채택–테스트–확장이라는 명확한 세 단계 모델로 진입로를 단순화했다. 무엇보다 ‘문제 중심’ 접근법을 공식화했다. 군 내부가 미리 해결책을 정해놓지 않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혁신적 제안에 더 적극적으로 문을 연 것이다.

이런 변화가 실제로 어떠한 효과를 내고 있는지 살펴볼 만한 몇 가지 사례가 있다.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Via는 올해 미국 해군의 요청서(RFP)부터 파일럿 배포까지 단 6개월 만에 절차를 마쳤다. 과거 수년이 소요되던 업무다. 또,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도구로 2년치 송장 업무를 불과 몇 주 만에 처리한 사례, 항공모함 내 네트워크 개선을 통해 한 달 새 5,000명의 수병 시간이 절약된 경험 등이 있다. 이 결과들은 단순한 효율성 향상을 넘어 조직의 사기, 임무 집중력, 그리고 전반적 신뢰도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해군이 특히 신경을 쓰는 분야는 인공지능(AI), 대체 GPS, 노후 시스템 현대화다. AI 활용도를 기존의 단순 생성형 AI에서 실질적인 업무 자동화와 의사결정 지원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다. 전통적인 미 국방부의 절차가 워낙 보수적이어서 실제 예산 집행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계도 여전하다. 하지만 민간의 혁신적 시장과 군수 산업의 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에는 분명 변화가 감지된다.

해군함정 갑판 위에서 모니터를 보며 토론하는 민간 전문가와 군인들

실제, 국방혁신단(DIU)을 통한 기술 과제 공모에 과거엔 기대하지 못했던 수십 배의 스타트업이 지원하는 등, 양측의 거리감이 빠르게 줄고 있다. 실제 협업을 주도한 기업인들은 투자자 설득 면에서도 ‘군과의 긴밀한 실증 경험’이 중요한 신뢰자산으로 여겨진다.

국방 분야의 변화가 미치는 사회적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업계와 기술 생태계가 단순 반복이 아닌, 실제 문제 해결형으로 진화하는 한편, 전통적 대형 방산기업에만 집중되던 자본이 혁신적 스타트업으로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AI, 자율시스템, 사이버보안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 이 조류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창업 10년, 변화의 축’…벤처캐피탈의 시각을 다시 읽다

한편, 실리콘밸리 내 스타트업과 자본 시장의 풍경도 지난 10년을 거치며 크게 바뀌었다. 대표적 사례가 Alexa von Tobel의 행보다. 토벨은 2015년 금융 스타트업 LearnVest를 3억 7,500만 달러에 보험사 Northwestern Mutual에 매각했고, 이후 직접 초기벤처펀드 Inspired Capital을 설립했다.

토벨은 창업자와 자본 사이의 간극을 ‘장기적 동행, 깊은 몰입, 실제적 응원’으로 줄이고자 했다. Inspired Capital은 창업자의 미래 지향성과 집요함, 그리고 팀 기반의 밀착지원 등을 핵심 투자 철학으로 내세운다. 미 경제에서 ZIRP(제로금리정책)이 끝나면서 과거 ‘모험 아닌 모험’까지 자본이 몰렸던 현상이 막을 내린 것을 전환점으로 본다.

최근 금융·핀테크 분야에 대한 토벨의 시각도 흥미롭다. 기술, 인구, 사회 구조의 빠른 변화에도 불구하고, 금융 서비스는 여전히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층의 빈곤, 늘어나는 연방부채,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 구조적 위기가 커질수록 금융 스타트업의 역할은 커진다. 토벨은 이를 ‘핀테크 3.0’ 시대로 규정하면서, 표면적 UX 개선이 아니라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도구의 재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토벨이 중시하는 ‘창업자 DNA’는 다음과 같다. (1) 창업자의 경험에 기반한 뚜렷하고 비범한 문제의식, (2) 대중적 컨센서스를 넘는 비전의 명확성, (3) 10년 후를 바라보며 버티는 끈기와 돌파력, (4) 탄탄한 실행과 권위다.

이런 자본과 기술, 도전의 균형은 앞으로 미국 벤처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 남을 전망이다.

DNA와 개인정보, 신뢰의 위기에서 배우는 교훈

기술·금융 혁신과 달리, 데이터 신뢰와 투명성의 중요성은 소비자를 둘러싼 최신 이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유전자 검사 서비스 23andMe의 파산과 매각 적시는 단순 경영 위기를 넘어 업계 전체와 사회적 신뢰에까지 큰 파장을 던졌다.

23andMe는 2024년 상반기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공동설립자 Anne Wojcicki가 재매입에 성공한 뒤에도 여진이 가시지 않았다. 약 15만 명(15%)의 고객이 이미 본인 DNA 데이터 삭제를 요청했고, 24개 주 정부가 ‘명시적 동의 없는 데이터 판매 불가’를 내세우며 소송전에 돌입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용자가 데이터를 직접 삭제해도, 법률상 의무(검체와 출생일, 성별 등)에 따라 일부 정보는 일정 기간 남게 된다. 연구·제3자 제공 동의를 나중에 취소할 수 있지만, 이미 제공된 데이터는 완전히 소급 삭제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서비스 가입자의 결정이 가족 전체, 때론 친구나 사회 전체의 유전자 정보 노출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이 실제 위험으로 다가왔다.

이 사건은 개인 생체정보 데이터의 보관과 활용, 동의 제도, 국가별 규제 체계 모두에 크고 작은 질문을 남긴다. ‘개인 데이터의 영구 삭제’가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제3자 제공의 동의 범위와 실제 실행 가능성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기업의 파산이나 지배 구조 변화 시 사용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향후 각국 법제와 서비스 표준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다.

국방–벤처 지원–데이터 신뢰: 거버넌스와 책임경영의 시대

미 국방, 벤처 캐피털, 소비자 데이터 이슈는 모두 ‘실질적 신뢰와 책임’이 산업의 존립 조건이 되는 단계를 맞고 있다. 모든 시스템에서 투명성과 개방성, 충분한 정보 제공, 그리고 사용자의 실질적 선택권 보장이 동반돼야만 한다. 실제 협업으로 문턱을 낮추는 국방부, 창업자 관점에서 장기 파트너십을 실현하는 벤처펀드, 그리고 ‘개인 정보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이터 서비스, 각각의 논의는 전 세계 기술–경제–사회 거버넌스 논의와 맞닿아 있다.

이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투자를 받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공–민간–소비자 각자에게 실질적인 권한, 책임, 신뢰가 기반이 될 때만 앞으로의 혁신이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