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서비스, 은행에서 서점까지 바뀌는 경계선
핀테크 기업의 성숙,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다
영국에서 출발한 디지털 은행 Monzo와 스웨덴의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Klarna는 각자 다른 방법으로 자체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한때 젊은 세대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책임 있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Monzo는 영국 내에서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개인 및 수십만 규모의 비즈니스 계좌를 확보하며 본격적으로 대형 금융사로 성장하고 있다. 규제 강화와 리더십 교체를 거치며, 단순한 카드 사업자를 넘어 투자 플랫폼(BlackRock 연동), 모기지 정보 통합 등 생태계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젊은 세대에게 상징적인 네온 카드와 감각적인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수익 모델 역시 송금 이익에서 대출·구독·비즈니스 뱅킹 수익 다변화로 진화했다.
Klarna는 인공지능 도입을 통해 단순 자동화 수준을 넘어 기업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OpenAI 기반 시스템으로 고객센터 운영인력 700명 이상을 줄이면서, 고객 응대 품질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높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결과, 직원 1인당 매출은 57만 5천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대폭 상승했다. 과감한 AI 중심 재편은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상장(IPO)과 시장 확장, 각자의 접근법
두 기업 모두 IPO 가능성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Monzo는 공식적으로 상장 시점이나 시장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실 경영과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연이은 흑자 달성으로 상장 준비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Monzo의 특징은, 본거지인 영국 시장만으로도 추가 성장 여지가 많다는 점을 스스로 강조하는 데 있다. 현재 영국 성인 중 20%가 Monzo를 사용 중이라고 CEO가 밝힌다.
반면 Klarna는 이미 미국에서 상장 서류를 제출했다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특히 미국 내 관세 정책 변수 등)으로 상장 시기를 잠정 연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도입에 힘입은 경영효율 향상은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차별점 중 하나로 보인다.
기술과 규제, 그리고 서비스 사용자 경험의 변화
두 기업 모두 빠른 성장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규제’라는 벽을 경험했다. Monzo는 금융 당국의 면밀한 감독과 잦은 리더십 교체라는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계기로 비즈니스 체계와 위험 관리 역량을 단단히 만들었다. Klarna도 자동화 중심의 스타트업 운영이 실제 고객 경험에서 어떤 함의를 갖는지, 직접 실험을 거치며 방향을 잡고 있다. 실제로 AI 챗봇이 전면 도입된 후에도, 사용자가 원하는 경우 다시 인간 상담사를 연결하는 선택지를 남기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더 빠르고 효율적인 운영을 넘어, 실제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기대치와 맞물려 서비스 품질의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효율성”과 “고객 경험” 중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택할 수 없는 현실에서, 기존의 기술 기업들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가는지 주목할 만하다.
거대 플랫폼을 둘러싼 권력 이동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과는 다르게, 콘텐츠 및 서비스 플랫폼 시장에서는 ‘경계선’의 변화가 다시 한번 드러난다. 최근 Spotify가 미국 아이폰 사용자에게 오디오북을 앱 내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게 하면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앱스토어 규제’ 논쟁에 중요한 분기점이 생겼다.
애플의 정책 변화는 미국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받았다. 그간 앱 내 구매를 강제함으로써 얻던 수수료 수익 체계가, 실제로 사용자에게 불편을 강요한 셈이었음을 시사한다. Spotify 사용자는 이제 오디오북 가격을 투명하게 확인하고,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추가 청취시간도 곧바로 구매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사업자 모두 애플 등 거대 플랫폼과 주도권을 다툼하면서, 개발자와 이용자 모두의 환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도전과 기회, 그리고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Monzo와 Klarna, Spotify는 각각 다른 경로와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자체 기술 혁신과 규제 대응, 수익 모델 다양화, 사용성 개선 등 각 기업이 직면한 과제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부 체질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몇 가지 중요한 의문이 남아 있다. 인공지능의 역할과 그 효과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효율성과 비용 절감에만 목표를 둘 때 발생하는 우회비용(예: 고객 불만)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보완되어야 하는가. 독점적 플랫폼의 지배력이 줄어들면서, 실질적으로 개발자와 소비자가 얻는 이익은 어느 정도인지, 또 새로운 문제점은 없는지.
변화의 속도가 빨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각 기업이 겪고 있는 현실적 고민과 시행착오, 그리고 법과 규제라는 큰 틀이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 앞으로 기업, 이용자, 규제기관이 서로 어떤 관계를 재정립하는지, 그 과정에서 또다시 어떤 새로운 서비스와 갈등이 나타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